강봉훈 변호사

'갑'은 '을'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을'은 '갑'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만 받은 상태에서 '갑'에게 아파트 열쇠를 교부하여 입주를 승낙했다.

'갑'은 자신이 직접 아파트에 입주하는 대신 '병'에게 그 아파트를 임대하고 즉시 인도했다. '병'은 '갑'에게 임대차보증금과 임대료를 지급하고 아파트에 입주했고 주민등록 전입신고도 마쳤다. 
 
그 후 '갑'은 아파트에 대한 매매대금 잔금을 '을'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을'은 '갑'에게 일정한 기간을 정해 잔금을 지급하라는 최고를 한 후 그 기한까지 잔금이 지급되지 않자 '갑'에게 아파트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했다. 그 후 '을'은 그 아파트를 '정'에게 분양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받은 다음 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정'은 '갑'으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해 입주한 '병'에게 이를 인도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는 반드시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고,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해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포함된다.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그 물건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지위에서 그 물건을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매수인으로부터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에 매매목적물인 주택을 임차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은 계약해제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 임차인은 임대인의 임대권원의 바탕이 되는 계약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차권을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에서 임차인 '병'은 아파트의 소유자 '정'에게 '갑'과 사이에 체결한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주장해 그 인도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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