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권 변호사

   
 
     
 
얼마 전 은행 현금수송업체가 실수로 놓아둔 돈가방을 행인이 그냥 갖고 가버린 일이 있었는데, 이처럼 물건을 주웠지만 돌려주지 않고 가져가는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 법적으로 점유이탈물은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그 점유를 떠난 물건인데, 이 점유라는 것은 물건을 지배할 의사를 갖고 소지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두고 간 물건, 잘못 배달된 다른 사람의 택배나 우편물, 착오로 더 받은 돈처럼 내 것이 아니며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자신이 점유하게 된 물건이 점유이탈물에 해당된다. 이 점유이탈물의 대표적인 예가 잃어버린 물건을 의미하는 유실물이다.

유실물법상 유실한 물건을 습득하면 이를 유실자, 소유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해야 되는데, 경찰서는 유실물 공고를 하고 이후 1년 이내에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을 습득자에게 돌려주게 된다. 만약 권리자가 나타나면 습득자는 유실물 가액의 5~20%의 범위 내에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점유를 떠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의 점유하에 있는 다른 사람의 재물을 갖고 가게 되면 절도죄가 성립한다.

예를 들어 고장 나서 길에 세워진 자동차는 얼핏 소지자의 점유를 이탈해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주인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런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된다.

처음 언급한 돈가방의 경우도 그것이 은행 현금지급기 앞에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수송업체 또는 은행의 점유에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점유이탈물횡령이 아닌 절도죄가 적용된다고 하겠다.

자신의 통장에 누군가가 돈을 잘못 이체한 경우 민사적으로는 당연히 이를 돌려주어야 되는데, 만약 돌려주지 않고 사용한다면 민사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책임도 문제된다. 현재 대법원은 이런 경우 돈을 잘못 보낸 사람과 예금주 사이에 신의성실의 원칙상 보관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횡령죄를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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