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화를 걸다가 경찰관 두명으로부터 불심검문을 받게 되자 일단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후 불심검문에 항의하면서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 경찰관은 그를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한 후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았다. 취객은 이에 강하게 반항하면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했다. 그 사람은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까.

위 사례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면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경찰관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체포하려고 했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현행범인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 사례에서 취객은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에 응해 이미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상태고, 경찰관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도 피고인의 욕설을 직접 들었으므로,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취객의 모욕 범행은 불심검문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일시적, 우발적인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할 뿐 아니라, 고소를 통해 검사 등 수사 주체의 객관적 판단을 받지도 아니한 채 피해자인 경찰관이 범행현장에서 즉시 범인을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경찰관이 취객을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취객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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