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홍길동씨(가명)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선행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의식을 잃은 채 119 구급차량에 의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사고 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후에 경찰관은 홍씨 아들의 동의를 받아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누워 있는 홍씨로부터 채혈을 하도록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에 의하면 홍씨는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한 사실이 밝혀졌고, 홍씨 자신도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했다.

이런 경우 홍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의 죄책을 지게 될까.

이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그 혈액 중 알콜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했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해 획득한 증거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피의자가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고, 몸에서 술 냄새가 강하게 나는 등 '준현행범인'으로서의 요건이 갖춰져 있다.

또한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혈중알콜농도에 관한 증거의 수집을 위해 의료인의 자격이 있는 자로 하여금 의료용 기
구로 의학적인 방법에 따라 필요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후에 지체 없이 강제채혈에 의한 압수의 사유 등을 기재한 영장청구서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

위 사건의 경우 채혈이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혈중알콜농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 등의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결국 피고인의 자백 외에 달리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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