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1. 프롤로그

▲ 공룡도시 서울 한 복판 볕뉘 마냥 숨 쉬는 따뜻한 마을이 있다. 해발 66m의 작은 산 성미산이 품은 성미산마을. 1994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모여 공동육아 방식을 모색하며 만든 '성미산마을공동체'를 씨앗으로 10년째 도심 속 마을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축제는 마을을 놀이터로 만드는 즐거운 실험 중 하나로 매년 5월 마지막 주를 장식하고 있다. 사진=성미산마을 가림토 김명집
필요와 요구 '마을 만들기' 열풍…성장 기조 정책 반작용 우려도
'사람이 살고 사는 재미가 있는' 전제, 지속가능 관리도 고민해야
 
"마을공동체란 결국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수다 떨며 외로움을 더는 것이죠. '너도 힘드니, 나도 힘들다. 그래 우리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보자'로 시작하죠. 답은 늘 열려있습니다"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의 인터뷰에 정신이 바짝 든다. '마을'이 바뀌었다. 20~30년 전 '나의 살던' 마을은 이제 다 옛 말이 됐다. 시골도 그렇고 도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환경에서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고립감에 빠진 이들은 늘어만 간다. 공동체 붕괴가 가져온 그늘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결국 '공동체'다.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거나 아니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회복' 치유'라는 단어를 채우고 있는 지역 사례들을 통해 제주가 찾아야 할 답을 모색해 본다.
 
# 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 국내 첫 대학 동문 공동체 마을인 '미루마을' 아이들이 공동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사진=미루마을
'마을 만들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마을공동체' '문화재 행복 마을' '마을미술프로젝트' '마을기업' 등 마을을 테마로 한 사업이 꼬리를 무는 것만 봐도 가늠이 될 정도다. 
 
마을 살린다는 목적 아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방법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나같이 '실질적인 경제적 수익 창출'을 통해 잘사는 마을을 만든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연말 결산을 통해 한 해 마을로 유입되거나 방문한 사람의 숫자를 세고 관련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마을'인가.
 
마을 만들기 앞에는 '누구나 살기 좋은'이란 수식어가 놓여 있다. 구성원 중 누구도 불편해서는 안 되고, 외형적 기준이 삶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전 저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렸던 동요처럼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 일처럼 여기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는 것이 지금 필요한 '공동체'다.
 
세상이 바뀐 만큼 공동체의 형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양적 성장 이후 나타난 다양한 사회문제는 '공동체'에 대한 갈구로 이어진다. 일터와 사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고, 이사 등으로 인구 이동이 잦아지면서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는 '외딴 섬'들이 모여 있는 섬 속 섬이 되면서 '인간관계'란 의미가 퇴색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했던 때문이다. 도시형 마을은 그래서 '공동육아'로 출발해 '문화 공유'로 이어지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 구성원간 협조·공감대 관건
 
▲ 외곽 농촌 마을이던 무릉2리를 세상에 알린 도농 연계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영농조합법인(대표 고희창)'은 올해 처음 도시 연간회원을 대상으로 한 체험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무릉외갓집
지역형 마을 만들기는 '가슴높이'가 다르다. 일자리나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구성원들이 빠져나가면서 '공동화'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농어촌은 '관계' 보다 먼저 '사람'을 처방하는 것이 급했다. 
 
지금이야 귀농·귀촌 바람이 불어 사정이 나아졌지만 1·2년 전만하더라도 '불편한 이중 잣대'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무상 주택 임대 등의 카드를 제시했지만 쉽게 정착하지 못해 떠나는 일도 허다했다. 반대로 마을에 살겠다고 애써 짐을 들고 들어온 이들이 '외지인'이라는 마뜩잖은 꼬리표에 떠밀리다시피 마을을 떠나거나 외면을 받기도 했다.
 
결국은 마을기업 등 '경제적' 장치가 먼저 도입됐고, 다음은 공공미술이나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 문화예술 수혈로 사람을 이끌었다. 그리고 귀농귀촌이다. 모두가 답이 될 수 있지만 '성장기조 정책'에 치중하다보니 실패 확률 역시 높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이 경우 역시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구성원간 긴밀한 협조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도시형이 '필요'가 구심점이라면 지역형은 '요구'가 핵심 역할을 한다. 
 
제주는 지역 특성상 이 두 가지 모두를 접목한 복합형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산남·북 상이한 발전과 인구 유동성, 정보폐쇄성, 지역 단위 협력부족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양성을 전제한 '공동체'의 진행형과 완성형을 촘촘히 둘러보고, 지역에 맞는 거리를 찾아 접목을 시도하는 것은 제주형 마을공동체와 지속가능한 관리와 발전을 위한 우선과제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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