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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기획연재 지역회복 '공동체' 에서 답을 찾다
진심과 정성 '마을 기업'이 꾸는 꿈[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2. 무릉2리 '무릉외갓집'
고 미 기자
입력 2013-06-18 (화) 10:34:12 | 승인 2013-06-18 (화) 10:42:00 | 최종수정 2013-06-18 (화) 10:41:30
특성 없는 농촌 마을에서 올레·자매결연 기업 통한 '공동체'로 
정직한 농산물 꾸러미 도시회원 500여명도 기꺼이 '이웃'으로
주민 참여 미흡, 계속사업 유지 위한 인적자원 확보 등은 과제
 
   
 
  ▲ 17일 도시회원들 대상으로 선주문 받은 햇감자 포장작업 모습. 고 미 기자  
 
"회장님, 밭에 왔는데요, 어디 계셔 마씸? 예? 여기가 아니라 전에 돼지 받았던 창고 쪽이라고요. 지금 가겠습니다" 홍창욱 무릉외갓집 영농조합법인(이하 무릉외갓집) 총괄실장이 동행해주지 않았다면 무릉 2리 마늘밭이란 밭을 죄다 돌며 "회장님"을 외쳐야했을 뻔했다. 헉헉 대며 창고로 난 좁은 시멘트 길을 따라 간 길,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기다린다. 그래 이 맛이다. '외갓집'이미지 그대로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정성을 채운 보따리를 매달 도시 회원 가정으로 보내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엿보는 것 만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 '외갓집'분위기 브랜드화
 
사투리 반 표준어 반 대화체의 무릉외갓집 살림꾼 홍창욱 실장(37)은 2009년부터 제주 사람이 됐다. 무릉외갓집은 그해 12월 문을 열었다. 무릉외갓집 덕분에 제주 사람이 된 셈이다.
 
지금이야 '무릉외갓집'하면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작 때만 해도 한참을 돌려 설명해야만 몇 사람 고개를 끄덕여줄 만큼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146가구 500여명의 주민이 사는 무릉 2리는 제주 중산간의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마을 중 하나다. 지하 150m 암반수와 비화산 점액질 토양을 기반으로 마늘과 감자, 양파, 미니 밤호박, 감귤 등을 생산하지만 지역 주산지 마을들에 밀려 '무릉'이란 이름을 내세워보지 못했다.
 
그랬던 마을이 사람들 입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제주올레 개통 때부터다. 제주올레 코스 가운데 11코스 시작점과 12코스와 14-1코스의 종점으로 낙점되면서 조금은 불편한 도로며, 대문 없는 집, 제주의 허파라는 곶자왈, 높이를 자랑하며 경관을 가려대는 것 하나 없는 풍경이 순간 장점이 됐다.

여기에 ㈔제주올레의 1올레 1사 연계 사업을 통해 서울 소재 공기청정기 유통업체인 ㈜벤타코리아(대표 김대현)와 인연을 맺으며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자래결연한 ㈜벤타코리아는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무릉 사람들과 농산물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기획하게 됐다. '무릉외갓집'의 탄생이다.

행정 주도의 사업에 익숙했던 지역 사람들에게 툭하고 브랜드만 던진 것이 아니라 상품 구성, 온라인 쇼핑몰(www.murungdowon.net) 구축, 회원 모집 등 전 과정을 지원했다. 여기까지가 외적 요인이라면 내부의 변화도 있었다.
 
현재 무릉외갓집은 마을 공동지분 51%와 60만 원씩 출자한 주민 26명의 지분 41%로 구성돼 있다. 영농법인 형태로 자리를 잡은 후 올해 '마을기업'으로 등록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출자자 중 법인 대표를 선출하고 꾸러미 사업과 관련한 모든 것을 협의에 의해 결정하는 '마을 공동체'를 이뤘다.
 
   
 
  ▲ '무릉외갓집 꾸러미' 고 미 기자  
 
준비해야 할 꾸러미 숫자가 늘어난데다 올해 전시·판매장을 겸한 건물 건립 계획까지 진행되면서 '무릉외갓집' 일을 도울 추가 인원도 필요해졌다. 6월 초 구인 광고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최종 인턴제를 통해 적임자를 결정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그동안 무릉 만의 것이 없던 것은 꾸러미 사업을 꾸리는 데 이점이 됐다.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최소 일주일 건강한 밥상을 채울 식재료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수가 늘어나면서 요구 역시 증가, 직접 지역내 산지나 시장을 돌며 꾸러미 리스트에 포함시킬 상품을 물색하기도 하고 조리법을 안내한 쪽지를 함께 포장하는 일도 늘었다.
 
   
 
  ▲ 무릉외갓집은 농산물 꾸러미사업을 통해 도-농교류형 공동체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도시회원들의 외갓집 체험 모습. 고 미 기자  
 
# 사람 중심 '공동체'로 영역 확장
 
지금이야 회원수가 수익 적정선인 500명을 넘어섰고 마을기업으로 행·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전체 마을주민 중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아직 지역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있을 만큼 지역 내 지명도가 떨어진다. 여기까지는 사실 경제적 측면만 들여다 봤을 때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공동체' 측면에서 '무릉외갓집'은 성공 카드를 쥐고 있다. 하나는 '공동체'의 결성이다. 적어도 마을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일을 자발적으로 의논할 20명 이상의 이웃을 확보하고, 그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동체의 성립 요건을 채우고 남는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무릉외갓집을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타 지 사람인 홍 실장을 받아들이고 회원관리와 홍보 등 법인운영과 관련한 주요 업무를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무릉외갓집 만으로는 50~60대가 주축으로 온라인을 통한 회원관리 등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전까지 마을 사무장의 별도 업무로 맡겨지며 무게가 실리지 않았던 지역 내 이민 그룹과 대도시 회원들과의 중간 고리 역할에 있어 '홍 실장'이란 선택은 탁월했다.

여기에 어린 자녀까지 한 가족이 마을 주민이 되며 농촌 공동화 문제 해결에 일조를 했다. 홍 실장은 "처음부터 잘 될 것이란 생각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잘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며 "흔히 제주에 오면 정착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제 경우에는 그런 경험없이 비교적 쉽게 마을 구성원이 됐다"고 말했다. 일종의 공동체 효과다.
 
공동체는 쉽게 바다도 건넌다. 벤타코리아와는 올해로 4년의 인연과 함께 홈커밍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벤타코리아 직원 전체가 무릉2리를 찾아 서로 그간의 과정을 둘러보고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무릉외갓집 생산 조합원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마을 축제도 연다. 뜻을 맞추니 이 것 역시 공동체 문화로 해석된다.

   
 
  ▲ 무릉외갓집 홈스테이 행사 참가자들이 누룩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고 미 기자  
 
여기에 올해 처음 도시회원을 대상으로 한 팜스테이 행사도 열었다. 단순히 상품을 주고받는 딱딱한 관계가 아니라 직접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수확과 조리 과정을 함께 하는 것으로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는 시도다. 이 역시 '무릉외갓집'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더불어 공동체로 이어지는 단계로 해석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무릉외갓집을 알고 싶다'는 방문 희망이 줄을 잇고 있다. 태흥리와 한림3리 등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마을들에서부터 제주로 수학여행을 온 중·고등학생팀까지 다양하다. 단순한 흥미를 확인하는 방문도 있지만 대부분 '무릉외갓집'의 정착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마을기업이나 특화 사업 등이 진행되지만 마을 차원의 동의와 선투자 없이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며 "공동의 목적을 설정하고 '먹고 사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일치 시키는 작업이 맞물릴 때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브랜드 자부심 지역과 공유 목표"

   
 
     
 
인터뷰 / 고희창 무릉외갓집 영농조합법인 대표

사람 중요·막무가내 성공 지향 경계 주문

"지역주민들이 '무릉 외갓집'브랜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 뜻으로 모이는 것이 최종 목표죠"

고희창 무릉외갓집 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툭하고 던진 말이 의미심장하다. 벌써 5년차 사업이지만 지역 주민들 중 10%도 '무릉외갓집'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다. 마을 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재배한 농산물을 꾸러미를 위해 내놓고 필요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서로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 않다.

고 대표는 "일단 뜻을 맞춘 사람들끼리는 서로 사정을 훤히 알 만큼 가까워졌다. 수익을 얻는 것과는 다른 성과"라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귀띔했다.

'무릉외갓집'이란 이름으로 진행한 홈커밍데이 행사나 농촌체험 행사 모두 마을 잔치처럼 진행됐다. 그러면서 형·동생에 조카까지 잔뜩 늘었다. 고 대표는 "그것이 다 재산"이라며 "그만큼 일이 많아졌지만 마을 농산물을 이용한 로컬푸드 사업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생각에 그냥도 배가 부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구체적 계획없이 무릉외갓집을 배우겠다는 움직임이다. 고 대표를 비롯해 무릉외갓집 사업을 잘 아는 이사 몇 명이 설명을 맡고 있지만 하나같이 성공 방법을 묻는 데는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고 대표는 "무릉외갓집 역시 주민 출자가 우선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솔직하게 '쉽지 않다'는 얘기와 함께 지역 차원의 동의를 먼저 구할 것을 권한다"고 털어놨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고 대표는 홍 총괄실장과 6월 중 마쳐야할 사업 계획을 논의하느라 여념이 없다. 무안해진 홍 실장이 거든다. "한창 농번기라서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의할 시간도 없어요" 고 미 기자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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