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5. 충남 아산 공세리 마을

▲ 공세리마을 아이들.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나눠 먹으며 지역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 미 기자
전형적인 도농복합형 마을에 부는 변화의 바람
'5분걸음 도서관' 시작…'평생학습마을'도 선정
협동조합형 마을기업 출범 등 연속성 위한 노력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고 한다. 추임새처럼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 따라 붙는다. 도시형 마을공동체들 중 상당수가 '보육'문제를 씨앗으로 움튼 것만 봐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마을이 아이들만 키울까. 답은 '아니다'다. 날마다 쏟아지는 지식정보, 기술을 배우고 익히지 않고서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변화 속도가 빠른 것도 이유지만 근본적인 것은 먹고 사는 문제로 연결된다. 누가 대신 해 줄 수도 없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충남 아산 '공세리 마을'이 그 좋은 예다.
 
# 마을이 함께 꾸는 꿈
 
인주공단 인근의 공세리 마을은 크게 2개 구 10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러바니제이션(Rurbanization·도시적 환경과 농촌적 자연환경이 혼재한 지역)'이다. 공단 지역을 끼고 있다 보니 40대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들에 있어서는 구분이 분명하다. 영유아 어린아이들에서부터 중학생까지가 전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터는 인근 도시로 유학을 가야 한다. 지역에 고등학교가 없어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나마 지금은 사정이 많아 나아졌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면 자연스레 이사 고민을 하고 괜찮은 학원을 찾아 온양 등가지 왕복 2시간 넘는 거리를 벌서듯 오가는 일도 잦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외형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아직도 초등학교 앞 학원 2곳이 공세리 마을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부다. 그래도 공세리 마을 주민이 되겠다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마을이 함께 꾸는 꿈에 있다.
 
몇 해 전 인주학부모협의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만들어졌다.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촌도 아니어서 각종 정책의 사각지대가 된 마을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야겠다는 뜻 하나로 모였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며 같은 고민을 하다 보니 손발도 잘 맞았다.
 
▲ 공세리 마을의 꿈을 상징하는 팽나무 꿈꾸는 도서관. 고 미 기자
첫 단추는 도서관이었다. 학부모 모임의 이름으로 생활밀착형 도서관인 '5분걸음 도서관(아트컨테이너)'사업 신청을 했고, 2011년 전국 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개관하는 행운을 안았다. 당시 협의회 회장이던 김미화씨(여·45)는 여전히 자원봉사자로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에 출근한다. 도서관 부지는 공세리 성당에서 내줬다. 점점 참가 학생이 늘어나자 인근 새마을금고며 주민센터 등에서 공간도 빌려주고 부식 지원을 하는 등 변해갔다.
 
도서관 사업 신청 때 했던 어머니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이행 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주효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난 뒤 평생학습마을 신청에 마을사람들이 적극 동의했다. 이후 아산시가 진행한 '찾아가는 방과후 학교'사업 역시 '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 지원을 받았다.
 
아이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교육 받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아지며 인근 기업의 매연으로 창문 한 번 제대로 열지 못했던 지역 중학교가 학교 부지를 옮기는 전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과까지 얻어냈다.
 
김미화씨는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이웃한테서 '고민 끝에 도서관이 있다는 말에 결정을 내렸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기뻤다"며 "큰 꿈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키우는 지역 흐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제법 큰 물 줄기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 답 없지만 도전과 진화 계속
 
시작은 아이들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평생학습마을로 선정은 됐지만 3년차 완료 사업으로 관련 지원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그 마저도 매년 조금씩 줄어들면서 올해는 강사료를 지원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어머니 자원봉사 운영 역시 개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마을은 다시 변화를 도전했다.
 
'사람'과 '자금'을 위한 마을 기업이다. 올해 '공세리협동조합'이란 이름으로 마을기업을 출범, 하우스영농사업단과 북카페를 추진 중이다. 이른바 두 마리 토끼다.
 
공세리에서 정작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60대를 훌쩍 넘긴 노인들이다. 평생학습마을이란 이름을 내걸면서 아이들 위주 프로그램에 성인과 어르신들을 위한 과정이 추가됐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할머니 한글 교실이다.
 
지역적·공간적 특성 때문인지 외진 도농 복합 마을치고 공세리마을은 방문객이 많다. 한해 20만명이 넘는 이들이 마을을 찾는 이유는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공세리 성당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란 수식어와 함께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7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된 명소이자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마을과 그렇다할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 공세리 마을 아이들은 마을에서 배운다. 마을 어르신은 좋은 선생님이며 모든 것이 교재가 된다. 고 미 기자
마을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아이들은 언젠가 마을을 떠난다. 회귀본능처럼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평생학습마을'을 대신 해 마을 숙원사업을 이끌어갈 무엇을 '협동조합'에서 찾기로 했다.
 
하우스영농사업단에는 농촌 노령화와 친환경농업을 위한 대안이자 마을 발전을 위한 자금원 역할이, 북카페에는 공세리성당과 연계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의 새로운 문화 사랑방이란 의미가 각각 부여됐다.
 
처음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얻은 것이 바로 적용됐다. 공간과 기회만 만들면 활동할 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스스로 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생각이나 역량도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발굴되고 그것이 큰 자산이 되는 것도 직접 체득했다. 막무가내 예산 의존형이 아니라 프로그램마다 자생력을 갖출 때 연속성이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역시 이미 체득했다.
 
그리고 얼마 전 마을카페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미 마을해설사양성과정을 마친 주민들까지 합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다음은 또 어떻게 될까. 이 마을의 진화가 사뭇 궁금해진다. 특별취재반=고 미 경제부장

 

인터뷰 / 한기형 공세리마을 이장
 
"최우선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죠. 다음은 마을주민들에 의해 발전하고 그 영향이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기형 공세리마을 이장은 인터뷰 동안 몇 차례나 '자생력'을 강조했다. 한 이장은 "평생학습마을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맞춤식으로 운영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라며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 이후에도 관련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처음에는 큰 예산이나 받는 것처럼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막상 손품이며 발품을 파는 부분에서는 뒤로 물러섰다. 공세리마을은 다행히 처음 사업의 중심 역할을 했던 어머니 자원봉사자들이 몇 년 째 자리를 지켜주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한 이장은 "마을기업을 한다고 할 때도 해보라고 동의는 하면서도 아직까지 관망중인 어르신들도 많다"며 "한꺼번에 바뀔 수야 없지만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무엇을 하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공세리마을의 최종 목표는 잘사는 마을이 아니라 누구나 살고 싶은 마을"이라고 확인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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