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이 경쟁력이다]
5. 겨울철 주식과 별미

자극적인 음식 없이 '건강식 밥상'에 가까워
직거래장터 활용·고급화 전략 동시 이뤄져야
제주 음식은 '제철 밥상'으로 정리된다 말하면서도 사계절을 구분지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을 찾기란 힘들다. 오히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흑돼지 구이', '해물 뚝배기' 등을 1년 내내 메뉴로 내거는 음식점들이 대부분이다. 타 지역과 차별되는 제주 음식을 살려내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다. 이렇게 제주도내 식당가에서 맛볼 수 있는 제주 음식들이 몇 가지로 정리되면서, 제주 음식의 산업화를 '식당'에서 벗어나 '문화'로 연결시켜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진다.
△ 제주인들의 겨울 밥상
'감저밥·옥돔메역국·우럭콩지짐·나물무침·짐치·된장·자리젓(쌈)'.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에서 정리된 제주의 겨울 밥상이다.
무엇 하나 자극적인 음식이 없으며, 흔히들 말하는 '건강 밥상'에 가깝다.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단출해 보이지만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영양분들은 고루 갖추고 있다.
곡식이 넉넉하지 않은 제주에서는 보리를 섞은 조밥과 곡식의 부족한 양을 보충하기 위해 고구마를 넣은 고구마 차조밥 등이 겨울 밥상을 채웠다. 국으로는 날콩가루를 풀어 배추와 함께 만든 콩국이 주로 올랐는데, 콩국은 고단백질로 겨울철에 여전히 제주인들의 밥상에 오른다. 반찬으로는 퍼데기 배추, 패마농 등의 쌈에 자리젓, 된장이면 충분했다.
이 가운데 포함되지 않은 제주의 겨울 음식들이 있다. 바로 꿩·메밀요리다.
꿩·메밀요리가 대표적인 겨울 음식으로 꼽히는 건 맞지만 제주인들의 '주식'이 아닌 '별식'에 가깝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어린 아이들도 꿩이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고 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꿩이 많았다지만, 지금은 쉽게 접할 수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꿩 사육장이 문을 닫아버린 상태로 오히려 제주가 아닌 충청도 내륙의 일부 산간지역에서 꿩 요리 음식점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꿩엿·꿩 메밀칼국수·꿩 토렴 등 제주의 음식들이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 맛보게 되는 상황이다.
물론 제주도내에서도 꿩·메밀 요리 음식점들이 있지만 영세할 뿐만 아니라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을 이끄는 여행업체들도 외면하고 있다.
△ 로컬푸드=제주 음식
제주 음식은 가까운 곳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만든다기에 '로컬 푸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 음식이 '로컬 푸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제주의 산과 바다에서 신선한 재료들을 얻을 수 있는 주산지임은 물론 품질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제주 안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밥을 지을 때 곡물을 많이 넣었다는 제주에서 '제주산 곡물'을 밥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다녀야 할 정도다. 마트에서도 제주산이 아닌 타 지역에서 들여온 곡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량수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옛 제주 밥상을 차리는 데 밥 짓기도 쉽지 않다.
제주의 메밀로 만든 '빙떡'도 마찬가지, 제주인의 문화가 담긴 제주의 대표 음식이라고 하면서도 '빙떡'을 파는 음식점을 찾기란 힘들다. 오히려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은 대부분 대량 수매로 섬 밖으로 나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주 음식이 로컬 푸드로 연결되거나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의 재배·판매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음식에 제주산 식재료들이 사용되지 않는다면 완전한 '제주 음식'이라 일컫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로컬 푸드 선진지로 알려진 전북 완주군에서는 '농민장터'의 개념으로 이미 로컬푸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제주에도 최근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제주 음식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 '식당가' 의존 줄여야

제주 음식이 '식당'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 음식의 산업화를 위해 제주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빼놓진 못하지만 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로, 음식을 '제주 문화'로 보고 있는 만큼 산업화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제주엔 '음식'을 알릴 수 있는 연결고리들이 많지 않다.
타 지역에서 개최되는 식품박람회에 참가하거나 도내 축제 행사장에 부스를 만드는 정도다.
지난 2010년 열렸던 제주음식축제도 이후 3년 째 찾아볼 수 없다. 올해도 관련업무가 타 부서로 이관되면서 축제 계획은 수립되지 못했고, 제주 물과 향토음식을 연계한 행사가 9월 중 예정됐지만 세미나와 몇 가지 제주 음식 전시 수준이다.
또한 제주 음식을 '슬로우 푸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관련 축제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로 개최되고 있는 등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 음식을 알리기 위한 전략화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축제를 개최한다면 음식 주제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음식의 재료든, 종류든 세분화 시켜서 몇일간 개최되는 음식 축제를 풍성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주 음식을 관광자원화·상품화시키기 위해서는 '한 상차림', '코스화'시켜야 한다는 주문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행정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구체화시켜야 한다. ▲ 특별취재팀=김봉철·고혜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인터뷰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은 제주 음식의 경쟁력을 자신했다.
양 부원장은 "제주 밥상에서 밥과 국을 놓고 봤을 때 국만 사계절 바뀌어도 육지 사람들한테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제주 밥상의 담음새만 좀 더 깔끔해 진다면 타 지역과의 경쟁력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여름·겨울 재배작물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한 가지 음식이 판매되고 있는 게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제주는 이에 대해 역행할 필요가 있다"며 "물회를 일년 내내 먹는다는 게 어찌보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원장은 "'로컬푸드'와 '슬로우푸드'에 제일 적합한 곳이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자체에 그 역할을 뺏기고 있다"며 "음식 축제를 만들 때에도 향토 음식 전체를 가지고 간다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매년 다른 주제를 정해 음식들을 세분화해 깊이있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제주지역 식재료에 대해 도와 관계기관이 품질우수성을 증명해 도민·관광객들에게 타 지역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음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 가능
외식 상품으로 개발 해야
찬바람이 불면서 꿩고기의 육질 맛이 살아나, 겨울철 보양식으로는 그만이다. 꿩은 음식의 재료기도 하지만 '약'이나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음식이 바로 '꿩엿'이다. 추운 겨울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으며, 엿을 꿩과 함께 고아서 걸쭉해진 상태로 단지에 넣어두고 매일 한 수저씩 떠먹으면 간식거리로도 손색이 없었다.
꿩 엿과 함께 꿩요리로 유명한 음식은 '꿩 메밀 칼국수'. 꿩 한 마리로 온 집안 식구들을 배부르게 할 수 있었던 음식으로 수제비로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꿩 토렴'도 빼놓을 수 없다. 토렴은 재료를 끓는 물에 데쳐먹는 것으로 '샤브샤브'와도 비슷하다.
꿩 요리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 여행업체들이 외면하고 있다면, 고급화 전략을 취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새로운 외식상품으로 꿩·메밀요리를 제시하는 것도 제주 음식의 상품화 방안이다.
김봉철·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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