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7. ㈔부산 금샘마을공동체

▲ 핵가족화되면서 '소유'개념이 강해진 아이들을 바로잡고 나눔을 통한 건강한 소비를 점검하는 금샘마을공동체의 마을벼룩시장 모습. 고 미 기자
아이 고민 공유 10여가구서 출발…7년째 꾸준 성장
도서관+청소년활동센터 등 이어 '마을기업' 실험중
'나'가 '우리'로…자연·주변과 더불어 사는 법 배워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환상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서로 관심이 다르면 30분 이상 대화하기도 어렵지만, 처음 만났다고 해도 뜻만 맞으면 하고 싶은 일이 꼬리를 문다. 최근의 마을 공동체가 공간 개념의 '가까운'이웃 보다 정서 개념의 '뜻이 같은'이웃으로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누가 부추긴 것도, 특별한 영양분을 투입한 것도 아닌데 잘 자란다. '개발' 보다는 '성장'이다. ㈔부산 금샘마을공동체가 키워온 꿈이다.
 
△ '작은 공간'서 공동체문화로
 
부산 금정구 남산동 길가 상가 2층. 몇 차례 설명을 듣고도 찾지 못했던 현판은 차를 포기하고 길을 따라 걷는 순간 눈에 들어왔다. 언뜻 작아보이던 공간은 하나나 설명이 보태지며 한 뼘 두 뼘 커졌다. 마법 같다.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진 과정 역시 한편의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다.
 
올해로 7년째, 아이를 낳고 키웠으면 겨우 한시름 놓았을 만한 시기다. 혼자 옷도 갈아입고, 밥도 먹을 줄 알고, 분명히 의사표현을 할 만큼 키울 때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앞으로 할 일이 창창하다고들 한다. 제법 잘 자리를 잡았다는 금샘마을공동체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이라는 대도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 개발이 순서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되지는 았았다. 한때 전통시장을 인근에 둔 번화했던 마을은 어느 순간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끼어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하는 상황이 됐다.
 
▲ 금샘마을공동체 도서관 이사 때 어린이와 부모들이 직접 책을 나르는 모습. 고 미 기자
처음 지역에 아이들이 모여 책을 나눠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그래서 생겼다. 도서관이라도 갈라치면 날을 잡고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사정들에 맞벌이를 하는 엄마·아빠들은 속이 탔다. '그럼 우리가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인근 10여 가구가 뜻을 맞췄다. 2006년 9월 남산동 마을도서관 건립 추진위를 만들고 꼬박 2년 공을 들였다. 주머니 돈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영화가 있는 마을 놀이터 등 주변에 자신들의 뜻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마침 취지에 공감한 이웃이 '착한 임대료'로 공간을 내주고, 아버지 회원들이 주말마다 있는 노력, 없는 재주를 털어내 2008년 6월 '금샘마을도서관'을 개관했다.
 
인근 초등학생들의 쉼터는 오전 시간은 자연스럽게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사랑방으로 바뀐다. 후원이나 회비로 근근이 운영하는 상황에 별도 관리 인력을 두는 대신 어머니들이 책읽는 모임이나 독서연구모임을 꾸려 직접 '우리'아이들을 돌봤다.
 
하나 둘 아이가 자라면서 '도서관'만으로는 모자란 부분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연령대와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고민하다 2009년 ㈔금샘마을공동체를 설립했다. 처음은 지역아동센터 개관을 위한 포석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마을공동체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은 대면 대면하던 동네 사람들이 도서관에 발걸음을 하며 후원자도 늘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놀며 자라는 동안 엄마·아빠란 이름으로 바빴던 어른들도 '할 거리'가 필요해졌다. 지역주민들이 소통하는 북카페 '놀이터'와 마을가게, 마을 배움터가 차례차례 자리를 잡았다.
 
다시 생각들이 모아졌다. 어느 순간 갈 곳이 불분명해진 중·고교생 아이들을 위해 고민 끝에 지난해 11월 '청소년활동센터 모두모여'의 문을 열었다.
 
△ 혼자 아닌 함께 하는 일
 
▲ 재능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점포를 낼 수 없는 이웃을 위한 '1칸 매장' 내부 모습. 고 미 기자
함께 하는 일도 많아졌다. 처음부터 혼자서 한 일도 아니었다. 2011년 관심이 늘면서 저절로 공간 부족 상태가 된 도서관을 옮기는 일에는 아이들도 손을 보탰다. 회원들이 직접 개·보수한 공간까지 아이·어른 할 것 없이 들 수 있을 만큼 양껏 책을 들고 옛 도서관에서 새 도서관까지 긴 행렬을 만들었다. 동네에 이사를 알리는 작은 축제가 된 셈이다.
 
모여 하는 일은 더 있다. 도서관 개관에 맞춰 시작한 '금샘마을 단오잔치'는 자생적 지역 문화제로 모두가 손꼽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공동체를 선언한 후부터 가족벼룩시장이며 금정산 일촌맺기, 마을공동체 일꾼 워크숍 등이 기획됐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히기 위해 사계절, 낮과 밤, 금샘을 찾아서 등 다양한 테마를 동원한다. 점점 핵가족화하면서 '소유'개념이 강해진 아이들을 바로잡고 나눔을 통한 건강한 소비를 점검하는 벼룩시장에는 이제 몇몇 손꼽히는 흥행사가 있을 정도다.
 
그 모든 것들을 이웃의 손으로 이뤘다. 금샘마을공동체의 활동 인원은 30여 명 남짓이다. 자치단체 도움 없이 주민들 스스로 자본을 모으고 의기투합해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청소년활동센터까지 꾸린 사례는 사실 흔치 않다.
 
그렇다고 모두가 여유가 있는 것은 갈수록 커지는 부담이 의식될 수밖에 없었다. 여럿이 하다보니 하나 좋은 것이 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마을기업'이란 카드를 쥐었다. 아직 실험중이라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앞서 겪었던 여러번의 시행착오는 좋은 약이 됐다. 도서관을 확장하며 시작한 북카페가 첫 단추가 됐다. 재능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점포를 낼 수 없는 이웃을 위한 '1칸 매장'은 약간의 흥정까지 허용되는 재미가 짭짤하다. 마을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마을공동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구매하는 신(新)로컬푸드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성장하는 공동체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에 이어 뜻을 맞추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을 보니 누가 뭐래도'해피 앤딩'이 분명하다. ▲특별취재반=고 미 경제부장·강권종 편집부 기자

인터뷰 / 김명옥 금샘마을공동체 사무국장
 
금샘마을공동체 김명옥 사무국장(40·여)은 분주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머리핀 두어 개를 팔고, 저학년 아이들의 독서 프로그램을 살피고, 북카페며 마을공동체며 지역사회단체모임 관련 연락을 받느라 숨 돌릴 틈이 없다.
 
'지자체에서 예산지원을 해줬다면 보다 쉽지 않았겠느냐'는 우문에 김 사무국장은 "우리 지역에 무엇이 어떻게 필요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얼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지자체가 다 알 수는 없지요"라는 현답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금샘마을공동체는 하나의 직소 퍼즐처럼 필요한 자리에 하나씩 적당한 만큼의 공간과 프로그램, 사람이 끼워넣어지는 것으로 큰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공동체라고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있다. 다름아닌 '사람'이다.
 
김 사묵구장은 "금샘마을공동체는 서로의 요구가 맞물렸던 덕에 구성원들이 각자 열의를 갖고 제몫을 했다"며 "누가 강제로 하라고 했다면 여기 저기 소리가 났겠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았던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후원자가 되고 이웃에 재능 있는 사람을 소개해 '1칸 매장 사장님'을 만들고, 옆에서 보고 배운 아이는 자기보다 어린 동생의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는 식의 연결고리가 바로 마을 공동체라는 말이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길 자신도 있다. 김 사무국장은 "규모가 커지는 만큼 예산이며 운용에 있어 어려움도 커졌다"며 "예비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다음에 뚜껑을 열 '상자'가 있음을 예고했다. 벌써 가슴이 뛴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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