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8. 용인 내동마을

▲ 용인 내동마을 전경.
전형적 고령 농촌마을…경관 연계 연꽃단지 조성
연근 활용 마을기업, 4계절 체험프로그램 등 운영
창의적 인재 부족 추진 한계, 지속 운영 장치 절실
 
마을공동체의 형태는 다양하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이웃을 만들기도 하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뜻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앞서 찾았던 마을에서 챙겼던 정보는 용인 내동마을에 닿아서 보다 절실해졌다.
 
△ 공통 관심사 출발 체감도는 아직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내동마을은 벼농사를 짓던 평범한 마을에서 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로 변신하며 마을기업과 연계, 마을공동체를 되살린 곳으로 꼽힌다.
 
53가구 130여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내동마을에는 현재 11만5500㎡(3만5000평)의 경관단지와 2만3100㎡(7000평) 규모의 연꽃단지가 조성됐다. 5월부터는 노란 영채와 빨간 꽃양귀비, 몽환적인 수레국화가 봄을 알리고, 8월말부터 9월말까지는 황화코스모스가 흐르러지게 피어 가을을 알린다.
 
내동마을은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해 생태·연수확, 연잎차·연근차 만들기, 연 공예, 농산물 수확 등 시기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경관단지 사업에 손을 대며 체험휴양마을을 선언했고, 2011년에는 마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으로 '농가소득'이란 목적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었다.
 
예상대로 방문객은 늘었다. 봄에는 용인시 봄꽃 축제, 여름·가을 연근축제, 겨울 썰매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한철 방문객만 2만~3만명이 넘지만 마을 체감도는 낮았다.
 
실제적으로 체험공간이 태부족한데다 편의시설은 고사하고 식사를 해결할 기본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서 마을은 말 그대도 잠시 들렀다 가는 곳 이상은 되지 못했다.
 
'공통 관심사가 생기면서 공동체 의식이 되살아났다'는 성과 역시 곳곳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2012 경기도 마을기업 대축제' 당시 주민 중심의 사업 운영으로 연꽃단지를 조성하고 연칼국수·연비빔밥 등 연 재료 음식과 공예품을 만드는 등 연꽃을 상품화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원두막 임대사업을 통해 14개의 신규 일자리와 한해 8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려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사실 마저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꽃단지 조성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40대 마을기업 총무는 현재 직을 벗었다. 마을에서 가장 어린,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 두 자녀를 둔 가장은 현재 일을 위해 마을을 떠나 있는 상태였다. 
 
▲ 마을기업에서 연근차를 제조하는 모습.
△ '사람' 부재 걸림돌…고민중
 
취재 중 만난 전 마을노인회장의 말은 일방적 '마을공동체' 추진을 경계해야할 이유가 됐다.
 
경관단지 조성 당시 노인회장이었다며 운을 뗀 어르신은 "누가 와서 뭔가 한다고 여기 저기 구경을 시켜주고 다 잘된다고만 했다"며 "사업만 하면 다 잘 살 것처럼 하더니 돈은 업체가 다 가져가고 마을은 더 가난해졌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김종인 내동마을 사무장의 말은 좀 달랐다. 김 사무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위해서는 주도적으로 일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내동마을은 그것이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처음에는 큰 변화와 수익이 있을 거라 기대했던 마을 주민들이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생각보다 소득이 많지 않은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동마을은 청년회라고 해봐야 50대 4명이 전부가 나머지는 70대 노인으로 구성된 마을이다. 빈집은 있지만 그것을 활용한 민박이나 식당은 만들지도 못했다. 마을 사업을 위해 선뜻 토지를 내놓는 분위기도 조성되지 못했다. 경관단지를 조성한 토지 대부분의 소유주가 타지인인 것도 계속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됐다.
 
'사람'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 3년차인 올해 고민이 커졌다. 마을 28농가가 참여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기는 했지만 애써 갖춘 연꽃과 연근 가공시설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손을 놓기에는 그간의 노력이 아쉬워 마을은 계속해 주민회의를 갖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7·8일 이틀간 진행한 제2회 가을꽃송이 축제에서 연 음식과 내동마을 경관의 사계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전시하는 한편 이색 곤충과 동물을 전시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과 연근과 연잎수확체험, 연잎차 만들기, 연밥공예, 황화코스모스 꽃 꺾기, 미꾸라지 잡기 등 다양한 체험장을 운영했다. 지난 6월부터 마을주민들이 갈고 닦은 사물놀이 공연도 선보였다.
 
체험휴양마을 계속 추진에 있어 고민은 여전하다. 매년 예산 지원이 줄어들면서 기존 프로그램 운영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데다 '사람'에 대한 고민은 저절로 풀릴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공동체'에 있다는 점만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마을을 살릴 방법이 고민되고 마을 입구 전 마을기업 대표가 운영하는 농원 체험 프로그램은 현재 흑자로 돌아섰다. 내동마을이 꾸는 꿈은 이제 시작이다. ▲특별취재반=고 미 경제부장·고경호 편집부 기자

▲ 내동마을의 연꽃 체험프로그램.
인터뷰 / 김종인 용인 내동마을 사무장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당장 하기 힘든 것이 문제죠"
 
김종인 용인 내동마을 사무장은 공동체를 통한 마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았다.
 
힘든 작업이라는 것은 알지만 한 달 한 차례 열리는 운영위원회나 주민회의에서 다양한 대안이 나오는 것도 고무적이고,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김 사무장은 "구체적인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아직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 관심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모자랄 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은 연근차도 그렇다. 당장 마을 내 가동인력 부족으로 연근을 채취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2차 공정인 슬라이스 작업을 위해서는 제조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지만 용인시로부터 특산물 지정을 받는 등 제대로 상품만 만들면 된다.
 
거리상 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연미암 마을 캠핑장이나 현재 마을서 추진하고 있는 전원주택형 임대 단지 사업만 성사되면 고정적 수입처 부족이나 편의시설 등에 대한 불만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김 사무장은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인식"이라며 "공통된 목적을 위한 투자도 그렇지만 마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용하느냐가 마을공동체를 성공시키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 미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