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이 경쟁력이다] 8. 전라북도 전주시의 음식

▲ 전국의 내로라 하는 음식축제로 자리매김한 전주비빔밥 축제가 '지역 음식 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양반 음식' 기반한 상차림…'음식의 수도' 자부심
전통살린 산업화…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지정
 
'음식'으로 지역이 살고 있다. '음식'만을 맛보기 위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고 있는가하면 대표적인 한국음식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는 등 지역을 주목하게 하는 '얼굴'이 됐다. 전라북도 전주의 이야기다. 지역 사람들이 갖는 자부심 역시도 대단했다. "'전주'는 '음식수도' 아니겠습니까"라는 짤막한 말은 '음식의 고장'이라고만 알고 있던 방문객들에게 전주는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수도'로 각인시킬 정도다. 전주가 음식으로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통과 역사 말고도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에서 찾게 된다.
 
# 산해진미의 풍요로움
 
전주는 음식 재료의 산지다. 인근에 호남평야가 있어 쌀과 채소, 과일 등 농산물이 풍부하고 산간지역에서는 산채와 버섯이, 서해안에는 다양한 생선과 조개 등이 산재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강원이 제한된 식재료로 상을 차려냈다면 전주는 다양한 식재료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풍요로움으로 차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전주는 조선왕조 전주 이씨의 본관이자 지역 내 부유층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당시 양반가 아낙네들은 넉넉한 살림에 음식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며 '한 상'을 정성껏 차려냈다. 반찬가짓수는 물론 색감이며 맛 또한 화려했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전주음식 바탕이 됐다.
 
# 음식 산업화의 선진 사례
 
▲ 전주비빔밥.
"전주에 왔으면 전주비빔밥을 먹고 가야죠" 전주 사람들은 뭘 먹어야 할지 묻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이유는 전주에 가면 맛봐야 할 음식이 공식적으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전주의 명물 '전주비빔밥'과 애주가들의 속 풀이를 책임지는 '콩나물국밥', 옛날 임금님의 수라를 짓던 곱돌솥에 지은 밥 '돌솥밥', 양반가 품격이 살아있는 '한정식'이 전주 대표음식이다.
 
이 외에도 지역에는 많은 음식들이 있지만 전주의 대표 음식으로 4가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4년 '전라북도 향토음식 발굴 조례' 제정을 통해서다. 제주가 여전히 대표음식에 대한 개념 정립을 하지 못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전주가 음식을 산업화하는 데 일찌감치 뛰어들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 1998년 '전주향토전통음식 발굴육성 관광상품화 조례'를 제정하며 본격 '산업화'에 뛰어든 전주는 2003년 전통음식팀을 만들어 '음식'만 전담할 수 있도록 했고, 2004년에는 전주의 '대표 음식목록'을 정리, 2005년에는 전통음식명인을 지정하는 등 타 지자체에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지역 음식의 관광상품화·산업화 연계로 접근하되 전통은 그대로 가지고 가려했던 전주의 움직임은 지난해 쾌거를 만들어냈다. 콜롬비아 포파얀과 중국 청도, 스웨덴의 오스터순드에 이어 전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음식창의도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통 음식을 핵심으로 하는 창의도시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경우, 전주시는 전통적인 것에 대한 지속가능발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다.
 
# 전통음식 '전수'가 세계화 토대
 
▲ 2012 전주비빔밥 축제 모습.
전주가 추진 중인 음식 관련 사업을 들여다보면 한식 세계화와 전주비빔밥 산업화, 명인·명소 발굴 육성, 전주비빔밥 우주식 개발, 전주비빔비밥연구센터 설치 운영, 전주비빔밥축제 등 처음 관광상품화를 내걸고 시작했던 것과 달리 '음식의 세계화'를 말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전주 음식을 주목할 수 있도록 때로는 '전통'으로 때로는 '퓨전'으로 접근도 마다하지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의 밑바탕으로 음식 '전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밑바탕은 전통음식조리법을 우선 전수해야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주전통문화관이 자리한 것도, 지역 아이들이 '전주음식 전문가'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정규 교육기관을 운영 중인 것도 일련의 과정이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설립된 최초의 한식 조리학교 '국제한식조리학교'가 전주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주가 다양한 음식 산업화 전략을 현실화시키는 데 '전문인력 양성'은 필수 조건으로, 타 지자체에는 본보기로 남겨졌다.
 
전문가들이 음식연구기관·단체를 만들어 음식을 연구하는 동안 한편에선 시민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주 음식을 홍보하고, 행정에선 인력 양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에 나서는 전주, 그래서 더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특별취재반=김봉철·고혜아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전주비빔밥 전문업소 '가족회관'
 
▲ 전주음식 명인 1호 김년임씨가 문을연 '가족회관'은 전주 전통음식을 알리는 역할을 자청했다.
음식이 유명하다 보니 전주에는 이름난 음식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을 단일 메뉴로 내건 식당들이 많은데, '가족회관' 역시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980년 '전주비빔밥' 전문업소로 개관한 가족회관은 전주음식명인 1호이자 대한민국 식품 명인 39호인 김년임 대표가 창업주로 있으며, 향토 전통음식 전주비빔밥 지정업소 1호다. 그리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9호로 지정됐으며, 아시아나항공과 새마을호에는 기내식으로 전주비빔밥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김년임 창업주의 딸인 양 미씨(사진)가 대표로 취임하고 나서는 전주비빔밥의 산업화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을 잡고 전주비빔밥의 산업화를 시도, '전주비빔밥'을 포장·판매하는가 하면 음식 조리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 별도의 연구회를 구성·운영 중이기도 하다.
 
가족회관이 단순 음식점이 아니라 '무형문화재'인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양 대표는 "전주가 음식의 고장이라 하면서 음식점 다운 음식점이 없는 게 아쉬워 가족회관이 설립되게 됐다"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음식의 관광상품화, 산업화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또 "가공 조미료를 넣어서 마술을 부리는 것보다 좋은 재료에 걸맞은 정성 어린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며 "친절은 물론, 위생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만 '음식의 도시' 전주에 걸맞은 식당으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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