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회복 "공동체에서 답을 찾다"] 14. 수원 마을르네상스운동

▲ 수원시 인계동 마을지도 만들기 작업. 수원 마을르네상스지원센터 제공
민선 5기 출범으로 시동…지역 바탕 유기적 성장
정책 브랜드, 지자체 첫 조례제정·마을계획단 구성
"주민 스스로 과제 찾아"…연속성 확보 방안 고민
 
"이 시대 마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웃과의 관계망'이라고 답하고 싶다". 지난 9월 서점가에 등장한 「마을의 귀환」이 내린 마을의 정의다. 마을 공동체는 언제부터인가 눈에 보이는 마을만 찾다보니 정을 나누던 '공동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만들어진다.
 
사람 중심 공동체 회복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갈등을 해소하고 개인과 자치단체, 국가 사이의 거리감을 메울 치유책으로 마을 공동체가 주목받으며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생겨나 공동체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주민들의 관심에 반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고 지역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3년차 수원 '마을르네상스' 사업은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으며 다른 지자체에 크고 작은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공중파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차없는 거리 행궁동'의 이야기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이는 마을공동체 사례로 회자됐다.
 
수원에서 '마을르네상스'는 주민이 사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운동으로 통용된다.
 
마을르네상스의 정책비전 중 가장 우선으로 '사람 중심의 마을공동체 회복'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3년 정(情)찾기 작업
 
3년의 시간 동안 수원의 마을 만들기는 꾸준히 성장했다.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인해 원도심권의 인구가 신도시로 이동하고 지역의 공동화현상이 가속화 등으로 활력이 잃어가는 도심에 '공동체'는 자극제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312개의 마을르네상스 공모사업이 추진됐다.
 
매년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심사하고 선정해 50만원에서 1억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과제를 찾아내며 주민참여도나 효과가 주요 심사 기준이 된다. 첫해 55개던 시범 사업은 지난해 136개로 늘었다. 올해는 그 수가 300개를 넘었다. 분명한 것은 신규 보다 계속 사업이 많다는 점이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그램 개설, 각종 시설·공간 만들기 등 유형도 다양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초등대안학교, 생태교실, 칠보농악전수회 등이 10여년 째 활동하고 있는 권선구 금곡동 칠보산 마을에는 이들 단체와 마을 주민 간 경계를 허무는 '칠보산 마을 신문'을 창간했다. 그에 앞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참가할 수 있는 기자학교를 개설해 준비 작업을 거쳤다.
 
권선구 곡반정동 원룸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고렴골 마을 만들기 협의회'는 옥상 텃밭을 꾸리고 있다. 처음 7가구이던 구성원이 이제는 20여 가구가 넘는 힘으로 바뀌었다.
 
▲ 수원시 마을르네상스 사업 중 벽화그리기는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있다.
정책 연속성에 대한 우려
 
이런 성과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리 없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수원시는 '마을 르네상스'를 하나의 정책 브랜드로 만들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 만들기 추진단이라는 전담 조직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도 구성했다. 또 지역 시민단체와 활동가가 참여하는 르네상스 센터도 운영하는 등 지원체계도 갖췄다.
 
무분별한 변화보다는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올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들을 주축으로 한 '수원 마을계획단'을 꾸렸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만 주는 것도 아니고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늦어지는데 대한 불만도 적잖다.
 
하지만 마을을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이 확산되는데 대해서는 기대가 크다. 수원시는 이런 뜻을 모아 지난해부터 '마을 르네상스 주간' 행사도 펼치고 있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마을 르네상스 헌장을 선포하는 등 자치단체와 주민이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민선 5기'주요 시책이었던 까닭에 '민선 6기'로의 바통 터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 절반 이상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고 미 기자

 

인터넷 /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지원센터장
 
"사업 연속성을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한데 성과에 치이다 보니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 한계입니다"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지원센터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센터가 주민과 주민, 주민과 자치단체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마을 공동체 수가 늘고 몸집이 커지다보니 하나하나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센터장은 "행정 주도로 정책화가 이뤄지다 보니 추진력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동체 많아지면서 관리 보다는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해 졌다"고 말했다.
 
마을 일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문가를 투입하자니 '마을공동체'나 '마을만들기'의 요구를 충족시킬 사람이 부족해졌다. 차없는 거리로 알려진 행궁동만 하더라도 행정동은 하나지만 법정동은 12개나 된다. 적어도 12개 이상이 되는 요구를 어떻게 조합해 '공공성'을 만들어내는가가 관건이 된다는 얘기다.
 
막상 전문가를 키워도 이들을 활용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다. 이 센터장은 "마을공동체는 내부 인지 통한 적절한 자극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행정에 의존한다거나 마을기업 같은 수익모델만 좇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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