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이 제주미래다]

▲ 5·16도로 인근에 위치한 마방목지에 제주말들이 눈에 덮인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말사육 67%, 타지역 보다 우월…전략 부재 등 한계
정부 말산업특구 가시권 향토지원 신동력 산업 기대

FTA라는 시장개방화 시대를 맞으면서 우리나라 1차산업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FTA파고를 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제주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향토자원을 발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주말(馬)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부가 말산업특구산업을 추진, 2014년은 제주말산업이 제2의 부흥을 맞을 최적기이다.

말산업의 전진기지 제주

'말의 고장'인 제주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성과 육성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경마·승마·마육·향장·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가능성이 풍부하다.

제주지역 초지면적은 1만7144㏊로 전국 3만7675㏊의 45.5%를 차지, 국내 최고의 말산업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내 말사육규모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081가구에 2만337마리(제주마 1398마리, 제주산마(한라마) 1만5421마리, 더러브렛 4978마리)로 전국대비 농가수로는 58.4%, 사육마리수는 67%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도내 승마시설은 50곳이며, 말고기 유통 및 식당 48곳, 말공연장 2곳, 말공예품 및 향장품 제조 2곳 등이다. 특히 말산업으로 인한 매출액은 1000억원 규모로 지역제 파급효과가 크다.

식용·경마 의존도 높아 위기

외적인 성장에도 불구 제주말산업은 대내외적인 요인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적인 부실을 겪었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채 후퇴하는 상황이다.

제주말산업의 98%는 경마에 의존하면서 불균형이 심하다. 더구나 경마는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매출액 총량제 등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승마산업은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산업기반도 낙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부유계층에서 즐기는 귀족스포츠로 인식되면서 보편화시키지 못했다.

마육산업은 고기품질은 한우보다 우수하지만 수익성이 낮고, 말고기 요리에 대한 대중화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한 마육과 말기름, 말뼈 등의 효능에 대해 민간요법으로 알려졌을 뿐 과학적으로 입증하지도 못해 한계에 부딪혔다.

또한 말산업 선진화와 국제화를 위한 종합적인 전략은 추진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인력 양성 또한 미비한 실정이다.
 
정부 특구 지정 새로운 전환점

정부가 국가산업으로 육성을 위해 추진중인 말산업특구 사업에 제주도가 단독신청하면서 지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말산업 특구로 지정되면 '말-사람-자연-문화가 함께하는 국민공감 웰빙산업'을 비전으로 제주말산업 중장기 진흥계획을 추진한다.

제주말산업 특구의 정책 방향은 △제주마 혈통보존 및 증식 △선진경마산업 구축 △승마산업 활성화 △마육산업 육성 및 기능성 가공제품 개발 △제주말문화 기반 콘텐츠 발굴 및 관광벨트 구축 △선진 말질병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2140억3400만원을 투자해 65개의 세부사업을 마련한다.

제주말산업은 특구지정을 통해 중흥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지원에만 기대서는 안되고 무한한 잠재력이 경제효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제주도는 물론 농가와 업체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용현 기자
 
김병선 제주한라대학 마사학부 학부장

"제주말산업은 정부의 말산업특구사업 추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지만 단기간에 좋아질 것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제주도와 말사육농가, 연관업체 및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획기적인 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김병선 제주한라대학 마사학부 학부장은 "특구로 지정되면 제주말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분명하지만 정부지원만 의지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며 "제주지역 내부에서도 강력한 자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부터는 국민들에게 '제주=말'을 넘어 '제주=말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제주에 사육중인 말은 많지만 산업가치가 있는 말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 학부장은 "말산업이 보편·대중화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체계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마, 승마, 재활승마, 마육, 향장산업 등 말관련 모든 산업을 집적화 시켜 총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존의 승마산업을 고급화시키고, 재활승마는 치료를 넘어 힐링승마로 전환한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또한 마육 및 말뼈와 마유 등의 성능을 임상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면 소비자층이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탐라순력도」 '공마봉진' 일부. 사진=제주시 소장·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제주는 '말의 고장'이라는 것에 누구나 부정하지 않는다. 제주는 맹수가 없고, 광활한 초지가 있으며, 기후도 적합해 천여년 전부터 말사육의 중심지의 역할을 했다.

제주마(馬)는 과하마(果下馬)·토마(土馬)·삼척마(三尺馬)로도 불린다. 다갈색을 띄며, 크기는 암말의 경우 어깨높이 113㎝에 몸길이 122㎝로 체폭이 작은 편이다. 성격은 온순하고 체격에 비해 능력이 우수한데다 하루 32㎞씩 22일간 연일 행군할 정도로 강인한 체질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 군마 등으로 활용됐다.

제주마는 제주에 본래 있던 향마(鄕馬)인 소형마에 중형 이상의 크기를 갖는 몽골말 또는 아라비아말 계통의 혈통이 유입돼 제주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제주마는 고려 충렬왕 3년(1277년) 원나라가 제주에 목장을 설치하면서 기원이 시작됐다고 알려졌지만 석기와 청동기시대 사이부터 서식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 사람과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천연기념물 제464호)이 발견됐고, 곽지리 패총과 월령리 한들굴 등에서 말의 치아 등이 출토되기도 했다. 문헌에서는 백제 무왕 10년(610년) 탐라에서 준마를 백제에 조공한 사실이 기록됐다.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말이 사육된 시기는 고려 원종 14년(1273년)에 군마공급지로 만들기 위해 몽골군이 주둔할 때부터이며, 충렬왕 2년(1276년)에 몽고말 160마리가 입목돼 성산읍 수산리 일대에 탐라목장을 건설하면서 제주지역 목마장의 기원이 됐다.

이후 조선시대에도 제주지역은 말생산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제주내 말사육수는 태조 7년(1398년) 4414마리, 세종 11~16년(1429~1434년)에는 1만마리를 넘었다.

숙종 18년(1702년)에 제작된 탐라순력도 공마봉진에는 조정 진상에 필요한 말을 각 목장에서 징발해 제주목사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광경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시대를 지나 일본강점기와 4·3사건, 한국전쟁 등을 거치고 농기계 보급 등으로 이용가치도 떨어지면서 1986년 1347마리로 감소, 같은해 2월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됐다. 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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