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만나다] 4. 제주칠머리당영등굿

▲ 영등송별제에서 서우젯소리를 부르며 춤판을 벌이는 장면.
유네스코 유일 무속문화 가치…지역적 관심 필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장치마련 등 지속 고민해야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무속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전통 굿문화를 '무속문화'의 반열에 올린 대표적인 모델이다. 1980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에 등재되면서, 또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르면서 제주의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관문이 됐다. 아직은 활용에 있어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은 제주의 무형문화유산 관리에 방향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무속문화' 모델 무색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제주라는 섬이 지닌 독특한 문화 정체성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심방의 사설은 섬이 '신화'라고 부르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 재차별로 무용과 연극, 음악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섬 밖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국가지정문화재라는 이유로 도지정문화재들에 비해 오히려 지역적 관심이 덜한 등 홀대를 받아왔다. 제주 대표 문화유산이라는 의미 부여에 비해 문화콘텐츠로의 활용이 더딘 것 역시 여기서 비롯된다.
 
칠머리당 보수 작업을 진행하는데도 수년이 걸렸다.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을 상설화 시키는 방안도 논의만 되다 결국 '예산'문제에 부딪히며 중단됐다.
 
같은 유네스코 지정 '유산'이지만 자연유산의 경우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대대적인 홍보와 더불어 300억 원 규모의 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데 반해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내년 5월에야 전수회관 성격의 '굿 종합 전시·홍보관'이 만들어진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를 중심으로 한 전승·보전 체계는 관심 부족과 노령화로 인해 위태위태하다. 현재 보존회를 통해 전승 과정에 있는 회원들 대부분이 50대 이상인데다 그 수는 계속해 줄고 있는 추세다.
 
'유산'성격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국은 '국가 지정'이란 벽에 부딪히며 지자체의 도움을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배방선을 떠날 준비를 하며 춤을 추는 영감들(사진 왼쪽)과 제장에 걸린 열명지.
전통 '굿' 상징 자리매김
 
매년 음력 2월14일이면 지역 잠녀들이 제주칠머리당영등굿 현장에 출석부처럼 열명(列名)을 건다. 시렁목에 가족들의 안녕과 무사고에 대한 염원을 담아 심방의 입을 빌어 영등신에게 전한다. '각산받음'(점 쳐주기), '액막이', '도액막음'의 과정이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강점은 현재 지역 마다 전해지는 영등굿 중 원형을 제일 잘 보존하는데 있다. 영등굿의 기본형인 초감제→요왕맞이→씨드림·씨점→배방선의 과정을 충실히 진행하는데다 초감제와 요왕맞이 사이에 본향듦, 씨드림·씨점과 배방선 사이에 영감놀이가 삽입돼 제주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 바다에 띄어 보내는 짚배.
잠녀들은 영등굿이 있기 전 전복과 소라, 문어 등 제물을 직접 물질해 준비하는가 하면 어부들은 집집마다 개인상을 차려온다.
 
심방이 '올해는 바다에 다니는 길 자손들 다니는 길도 바로잡아 줄 듯하고 요왕에서 크게 다치거나 넋 날 일도 막아주면, 영등할마님과 한집님의 덕으로 아시라 하십니다'라는 말을 믿는 것은 그만큼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보존회에서도 정성으로 배방선과 기메 작업을 한다.
 
알려진 만큼 찾는 사람도 많다. 학계를 중심으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사설을 기록하고 심지어 음성학적으로 심방의 어조를 연구하는 이도 있다. 해마다 일본에서 '굿'을 찾아 제주를 찾는 연구모임도 있을 정도다.
 
대중화 시도 가능성 시험
 
전승과 단절의 위태로운 경계에 다리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생생문화재 1차년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콘텐츠 가치 인정'와 '기획력 부재'라는 평가로 엇갈렸다.
 
생생문화재 이끔이로 나섰던 윤미란 전수장학생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문화콘텐츠로 연결 짓는 고리가 약한 게 사실"이라며 "'연희'를 이끌던 단체가 대중적인 사업을 이끌기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전문 기획자 없이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중에 보다 깊숙이 다가가는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 일환으로 시도한 '영등할망 름질 걷기'는 현재진행형인 좋은 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영등할망'을 문화 아이콘으로 잡고 영등의 발자취를 따라 무속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거리를 만들어냈다. 영등달(음력 2월)이 아니더라도 '름질'을 따라가는 것을 통해 제주의 정체성을 인지하게 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첫 해 하루 프로그램으로 그쳤던 것은, 지난해에는 1박2일로 일정이 늘어났고 올해로 3년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속문화와 생태관광이 접목되며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캠프'로 주목, 섬 안팎에서 참여를 희망했다.
 
올해 첫 기획한 '영등축제'가 정착만 된다면 건입동 지역 주민과 생업 종사자들에게도 그 파급효과가 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구성 요소를 다양한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힌다. 굿을 이루는 문화 예술적 요소들과 연희적 접근, 기메 등 공작 체험 등은 참가하는 것으로 무속문화의 대중화와 연결된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회 관계자는 "문화재는 '보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굿'이라 해도 예외 일 순 없다"며 "궁극적으로 문화재 의미와 가치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켜내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생문화재 사업은 안겨주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고혜아 기자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발췌.

"전통굿 '맥'잇는 역할"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1980년 국자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이후 1981년 만들어졌다. 1986년 중요무형문화재 보존단체로 선정되면서 현재까지 영등굿의 전승과 보존에 힘쓰고 있다.

1980년 고 안사인 심방이 첫 칠머리당영등굿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안 심방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영등굿을 지켜낸 장본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1990년 타계했다.

그 뒤를 이은 김윤수 심방이 1995년 두 번째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건입동에 위치한 제주시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 있는 보존회장으로서 굿을 전승하는 데 힘쓰고 있다.

김윤수 심방과 함께 전승 활동을 하고 있는 보존회 회원은 31명에 이른다.

김윤수 보존회장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지켜내고 다음 세대에 알리는 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며 "전통문화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켜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