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을공동목장사] 5.장전공동목장 ①

제주승마공원·안트레센터 등 인프라로 미래 기대
평화로 유수암 교차로에서 녹고메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막혀있던 마음을 뻥 뚫어버릴 만한 광활하고 시원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구 800명 남짓한 장전마을의 자랑인 장전공동목장이다. 다양한 코스를 갖춘 승마장과 전망대 역할을 겸한 편의시설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발길을 붙잡는다. 여기에 말산업 관련 인프라까지 갖추면서 장전공동목장은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예전에는 소가 말보다 많아
애월읍에 위치한 장전공동목장(조합장 강세표)을 둘러보면 어디서든 뛰노는 '말'을 볼 수 있다. 관광목장으로 탈바꿈을 시도하면서부터 찾아온 변화다.
하지만 예전에는 소와 말을 모두 키워왔고, 숫자는 오히려 소가 많았다고 한다. 집집마다 밭갈쇠 한마리나 암소 한두마리 등 소는 거의 있었던데 반해 말을 키우는 농가는 드물었다. 대신 말 사육농가의 경우 농가당 10~15마리 정도로 비교적 많은 수를 키웠다.
이는 밭농사를 위해 소는 꼭 필요한 존재지만 말의 경우 키우기가 소에 비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강세표 조합장의 기억에 의하면 느긋한 성격인 소에 비해 말은 발로 차거나 물어뜯는 등 비교적 사나운 편이었고, 진드기에도 약해 죽은 말을 보면 귓속에 진드기가 꽉찬 경우가 많았다.
말 품종을 보면 예전에는 모두 조랑말이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일부 일본산 말 품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배종인 한라마가 들어온지는 채 6~7년이 되지 않는다.
궷물오름 등산로 입구에는 1937년 장전목장 조합원들이 목축에 필요한 물을 모으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바닷가에서 등짐으로 운반해 궷물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가둔 급수장과, 음력 7월보름 백중제를 지내는 백중제 터가 남아있어 제주 목축문화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장전공동목장은 현재 도내에서 대표적인 체험관광형 마을공동목장으로 손꼽힌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조합원이 150명중 10%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들면서 향후 목장을 어떻게 보전·활용할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100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목장중 일부를 활용해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관광목장화' 사업을 구상했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승마공원으로, 초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조합장과 임원 일부가 일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경영을 시도했지만 경험이 별로 없던 터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전문 경영인에게 사업을 모두 맡기고,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 현재는 3개 코스를 갖춘 회원제 방식의 고급승마장으로 변신했다.
제주승마공원은 특히 실내 트랙과 장전리 천혜의 초지·숲길, 국내 최고의 강사진 등 다양한 승마 인프라를 갖추고, 초보자부터 고급과정까지 승마 아카데미도 운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말산업 중심지 부상
말산업중 경마산업이 거의 대부분 차지하는 현실에서 승마산업의 기대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제주오픈지구력 승마대회'의 주무대도 바로 장전목장이다.
2009년 교래 관광지구에서 열린 1회 대회 때 20㎞로 시작했던 게 현재 80㎞로 확대됐고, 이제는 장전목장은 물론 인근 목장들까지 코스에 포함되면서 각 목장들에 임대료 등 부가수입도 올려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승마공원 맞은 편에는 인근 장전리 뿐만 아니라 소길리·유수암리 등 녹고뫼 권역 마을자치의 중심역할을 위한 '안트레센터'가 들어섰다.
이곳에는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안트레홀을 비롯해 전시실, 사무실, 휴식 공간 등과 바로 옆 주민들이 운영하는 맛골식당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향후 소규모 국제세미나 및 기업회의 등을 마을 스스로 유치하고 경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목장 한켠에는 제주마를 이용한 프랜차이즈와 향장품을 생산·판매하며 2011 제주경제대상에서 부문상을 수상한 농업회사법인 제주마산업㈜를 비롯해 경주마 생산업체들도 입주해 있는 등 장전공동목장은 명실상부한 제주 말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김봉철 기자

강세표 장전공동목장 조합장이 공동목장의 미래 역할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지역 발전'과의 연계다. 마을과 차단되지 않고 주민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을 발전을 견인는 개발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강 조합장은 "목장내 각종 시설을 유치하면서 임대료 수익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게 큰 금액은 아니"라며 "액수가 지나치게 커지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수준이 좋다는 생각도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수익금은 마을 행사 찬조금 정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총회에서 앞으로 연 3000만원씩 적립해두자는 계획도 나왔다"며 "적립금은 향후 학교살리기를 위한 주택 건립, 토지사업 등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에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 조합장은 "특히 개발 과정에서 조합원과 주민들이 목장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해 임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목장이용상황조사표(1943)는 이 조합의 목장용지가 매수지와 차수지로 구성됐음을 보여준다. 차수지는 임대료를 지불하며 이용하는 토지로 애월면 소유의 면유지를 빌렸다.
공동목장조합이 계획했던 목장용지가 부족하자 임대해 확보한 것이다. 국유지와 리유지가 없었으며, 사유지를 조합비로 매입해 공동목장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매수지가 목장 전체면적의 70%이상을 차지해 전형적인 매수지형 공동목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출범한 장전공동목장조합은 현재도 모범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 수익사업을 하면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