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생각 더 큰 제주'를 말한다] ■ 제주공동체

▲  제주의 인구가 지난해 다양한 인구 유입형태를 통해 60만명을 넘은 가운데 인구수는 이제 단순한 수치를 넘어 지역발전의 척도이자 경쟁력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13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도 인구 60만명 돌파 기념행사 모습.
유입인구 증가 '출생' 앞질러…이주성격별 정책 주문
투자·관광 '차이나 러시', '다문화' 지역 편입 가속화
수치 우선 걸음마 대응…'문화 충격' 갈등 완화 절실
 
벌써 몇 번이나 밑그림이 바뀌고 제주를 둘러싼 환경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제주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한 치 앞이 안개 속인 상황에 '앞으로'를 말하기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제민일보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제주를 말한다'는 대주제 아래 제주의 사람과 역사 환경, 도시 등 4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지역 현안을 진단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피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주인'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 출신'에 한정하던 것이 지금은 다양한 해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제주인의 '인'자가 협의의 사람(人)에서 공간적 개념(In)을 넘어 관계(因緣)으로 확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와 수용태세다.
 
'인구순유입' 사회현상화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인구 60만명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인구 유입이 쉽지 않다. 사회 환경적 영향 등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꾸준히 순유출 현상을 보여 왔고 그것을 당연히 생각했다.
 
변화는 2010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2009년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 본격화 이후 주경제활동연령대인 30~50대 이동이 시작됐으며 2011년부터는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개교에 힘입어 10대 순유입이 늘어나는 등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유입인구가 늘어났다.

2007년 한해만 2928명이 제주를 떠나는 등 계속된 인구 누수는 2010년 432명이 순유입 되면서 사실상 멈췄다.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에 이어 지난해만 7800여명이 제주도민이 됐다. 올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2013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 분석을 보면 지난해 제주 순유입률은 1.3%로 세종(7.4%)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전체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가 감소 추세를 보인 것 등을 감안할 때 '제주로 러시'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 이런 추세라면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예상하고 있는 2021년 인구 70만명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처음 '귀농·귀촌'이란 단편적 부분만 보던 유입 현상은 문화 이주와 비자발적 이주, 교육 이주, 귀향 등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이를 지칭하는 용어의 정리에서부터 체계적인 정착 정책 운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인'기준 달라져
 
변화는 '이주'에 한정되지 않는다.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는 중국인을 제주도로 끌어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차이나 머니'가 사들인 제주 땅(중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 301만5029㎡으로 2010년(4만9000㎡)과 비교하면 3년 새 60배 넘게 늘었다. 이들 제도를 통한 투자규모만 1000여건·7000억원 상당으로 모두 중국인에 의한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로 거주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도 350명을 훌쩍 넘겼다.
 
중국인 관광객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사상 첫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돌파' 등 호황세의 주역은 전년(2012년 108만 4094명) 대비 67%나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181만 1869명)이었다.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 명을 넘어섰다. 도내에서 90일 이상 체류한 외국인 등록인구만 1만864명, 그중 도민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구성하고 있는 외국인(결혼이민자)은 2423명에 이른다. 2010년 1614명이던 것이 3년 새 800명 이상 늘어나면서 도민 100가구 중 1가구는 '다문화 가정'을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다문화 학생이란 용어도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다. 지난해 4월1일 기준 도내 다문화학생은 564명이다. 아직 올해 수치가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 287명이던 다문화 학생은 2011년 369명, 2012년 446명, 지난해 56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공동체 변화 수용 부각
 
인구 수는 지역발전의 척도이자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제주의 오늘에서 인구는 아직까지 '단순 수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제주 유입인구가 7800명인데 반해 지역 출생아수는 5300명으로 인구 순유입률이 출산 등 자연증가율을 앞지른 상황이지만 이에 따른 지역 대응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어교육도시에서 파생된 '기러기 할머니·할아버지'나 문화예술 정착으로 인한 '외곽'개념 확대, 30·40대 실험 이주 등의 변화는 아직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공동체의 '문화 충격'을 인지하기에는 접근 속도가 더뎌도 한참 더디다. 
 
'특정기간 급속한 인구유입'은 사실 최근 몇 년간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제주는 해방 이후 1년 사이 인구가 6만명이나 늘었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급속한 인구증가를 보이다가 제주 4·3을 겪으며 3만여 명(제주4·3사건진상고보서 기준)이 줄어드는 굴곡이 생긴다. 1970~80년대는 관광산업 개발과 감귤산업 등 국가 주도 정책으로 인구증가가 이어졌다. 여기에서 생겨난 것이 '폐쇄성'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과 이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은 외부 유입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됐다. 문제는 현재 발생하는 비슷한 상황들에도 과거 잣대가 대입된다는 점이다. 특히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공동체와의 갈등은 물론 새로 형성되는 공동체 내부에서도 마찰이 빚어지는 등 인구 유입을 지역 선순환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제주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공동체 문화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토착 공동체와 정착 공동체 간 연대 강화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고 미 기자

 

"지금 제주는 문화 충격으로 '멀미'를 하는 상황이다"

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지역 사회 구조에 관심을 가져온 김동욱 제주대 교수(회계학과)는 최근의 제주사회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주민'과 '원주민', '정착 주민'과 '토착 주민'등 용어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배타성'의 방향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관련 공동체 수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배타성도 상대적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수용 태세는 물론이고 정착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적극성이 상쇄돼야만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정리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인정'이다. 제주에서 '특정기간 급속한 인구유입'은 통과의례처럼 반복됐다. 해방 이후 1년 사이 인구가 6만명이나 늘었는가 하면 한국 전쟁 이후에도 단기간 인구증가가 나타났다. 제주 4·3을 겪으며 3만여 명(제주4·3사건진상고보서 기준)이 줄어드는 굴곡이 생긴다. 다시 1970~80년대 관광산업 개발과 감귤산업 등 국가 주도 정책으로 인구증가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과 이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외부 유입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됐던 것"이라며 "문제는 현재 발생하는 비슷한 상황들에도 과거 잣대가 대입된다는 점"이라고 경계했다.

과거가 일방적 형태의 수용이었다면 지금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조율이 있어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이 정도 상황이라면 자치단체에 정착주민과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담당부서를 두고 정착 인큐베이터로 조직화된 지원센터, 제주인 데이터베이스를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소통'을 위한 멍석이자 조기 정착 유도로 지역 경쟁력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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