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공동목장사] 10. 공동목장을 지키는 사람들

백중제 등 사라지는 목축문화 보전 작업 중요
"가시·장전리 처럼 미래 지향적 정책 개발해야"
지난 2월부터 8개월간 도내 공동목장을 취재했다. 보전되고 있는 목축문화와 사라져간 목축문화, 마을사람들의 힘으로 복원된 문화까지 다양한 현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에 놓인 마을공동목장들의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한다.
테우리 생활사 조사 필요
제주시 오등동, 애월읍 유수암리·봉성리(삼리)·장전리·상가리, 구좌읍 하도리, 서귀포시 하원동 공동목장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도 우마가 방목되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에 의해 목축문화가 전승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백중제와 진드기 구제는 비록 변형되긴 했으나 현재도 이뤄지고 있는 목축문화였으며, 특히 음력 7월15일 오전 10시 장전리 공동목장 궷물오름 입구 제단에서 진행된 백중제의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취재진의 큰 수확이었다.
애월읍 상가리공동목장은 현재 공동목장부지 반환과 관련한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하도리공동목장은 해안마을로서는 드물게 중산간에 개척한 독특한 목장이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공동목장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목축에 참여했던 테우리(목축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들이 더 이상 목축에 종사하지 않음에 따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목축기술이 제대로 조사·연구되지 못한 채 사장되면서 세대간 목축문화가 전승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축민들의 전통지식과 목축생활사를 시급히 조사해 정리하는 작업은 목축문화의 보전에 매우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도내 공동목장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목축문화는 자연 초지를 기반으로 했던 생업활동의 산물로 테우리들에 의해 형성된 제주 전통문화의 또 다른 큰 줄기다. 또 공동목장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의 테우리들이 소와 말은 어디서, 어떻게 길렀으며, 질병치료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하루속히 진행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이 사라지면 소중한 제주형 목축기술과 목축문화를 잃어버릴 것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전국에서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독특한 목축유산이다. 이 목장은 특정 개인의 사유화가 허용되지 않으며, 조합원 전체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총유지였다. 이 목장은 비록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설치된 목장제도였지만 제주도의 목축전통을 체계화하면서 등장한 목장형태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마을공동목장 설립초기에 마을공동목장조합에서는 공동목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조합원들을 동원해 목장내 목초지, 방풍림, 경계용 돌담, 급수장 등을 관리했다. 만일 조합원이 공동목장 출력에 불참할 경우, 벌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또 목장초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합원들에 한해 공동목장 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동일생활권 내의 인근 마을주민들이 일정금액의 우마 위탁료를 조합에 납부하면, 공동목장 초지를 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비록 제한된 공동목장이라 할지라도 초지를 이웃과 공유하려는 인본정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조합원들로 해금 조합에서 정한 일정한 날짜에 맞추어 동시에 우마를 방목하도록 했다. 만일 공동목장 출입문을 개방하기 전에 미리 우마를 방목시킨 조합원들은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상습적으로 위반한 조합원에게는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목장 내 농경지 개간과 '방앳불' 놓기도 제한했다. 농경지 개간과 '방앳불' 놓기는 공동목장 내 식생환경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윤환방목을 실시했다. 이것은 공동목장내 초지식생을 보호하는 장치로, 목장을 몇 개의 목구(牧區)로 구분한 다음, 초생 상태에 따라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동하며 방목하는 방법이다. 오등동, 유수암리, 삼리공동목장에서도 윤환방목이 행해졌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제주만의 전통적 가치를 지닌 목장조합의 해산은 곧 축산업 전통의 포기인 동시에 목축문화의 소멸을 뜻한다. 초지관리시스템과 환경적 가치도 물론 포함된다. 사라져가는 중산간 지역의 목축전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김봉철 기자 ▲자문단=강만익 문학박사(한국사)·문화재전문위원, 좌동열 문화관광해설사.

근래 들어 마을공동목장은 마을단위 축산업이 사양화되면서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
더욱이 공동목장이 대규모 관광시설 사업자나 중국자본에 넘어가면서 목장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을 매각하면 일시적인 경제적 수입은 생길 수 있으나 앞으로 같은 마을에서 살아갈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공동목장의 매각은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다.
공동목장의 매각은 첫째, 목축관련 마을역사를 잃어버리게 할 것이다. 공동목장이 위치한 장소가 조선시대 국마장과 일제강점기 목장사가 누적된 곳이기 때문이다.
둘째, 마을단위 목축문화를 일시에 소멸시키는 행위이다. 청명부터 상강까지 이루어졌던 공동목장 소 방목, 한라산의 상산지대에 우마를 올리기, 바령하기, 우마를 이용한 밭 밟기(진압농법), 공동목장에 출력해 돌담과 물통을 보수하기, 백중제 지내기 등 전통적 목축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셋째, 중산간 초지대를 변형시킬 것이다. 이곳의 초지대는 산간지역과 해안지역의 완충지로 제주도민들에게 목축지와 땔감 그리고 고사리 등을 공급했던 곳이다. 현재 고사리를 캤던 초지대에 철조망이 쳐지고, 곳곳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지고 있다.
넷째, 제주도민들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함양대를 위협할 것이다. 공동목장 터에 들어선 대규모 골프장과 리조트 등 관광시설들은 지하수 오염과 고갈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마을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다. 공동체의식은 마을공동체를 유지시키는 힘의 원천이므로, 공동목장은 마을공동체를 유지시키는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을공동목장은 변신을 해야 할 시기이다. 매각이 최선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공동목장을 매각하지 않고 새롭게 변신시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표선면 가시리, 애월읍 장전리 공동목장처럼, 마을 리더들이 공동목장과 목축문화를 결합하는 혁신적, 미래지행적 정책을 개발해 적용한다면 공동목장도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대자본에 의해 공동목장이 해체되는 모습은 바림직하지 않다. 공동목장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는 마을 공유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