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방자치 미래를 말한다

▲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가 출범, 주민들의 실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으나 선거로 인한 지역 갈등, 지방재정 위기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제주지방자치가 국제자유도시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주민을 정책결정의 주체로 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 부활로 주민생활 큰 변화…고질적 병폐도
특별자치도 정부지원 미흡·내부 활용능력 부족 한계
행정 전문성·지방의회 강화…도민 적극적 관심 필요

올해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출범, 주민들의 실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으나 선거로 인한 지역 갈등, 지방재정 위기, 단체장과 지방의원 자질 논란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특별자치도가 출범했으나 정부의 지원 미흡, 제주사회 역랑 부족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제주 지방자치 미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명과 암

1952년 5월20일 개원된 제주도의회는 1961년 5·16 쿠데타로 해산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런데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1991년 4월 초대 시·군의회, 같은해 7월 제4대 제주도의회가 다시 문을 여는 등 지방의회가 30년만에 부활됐다.

이어 1995년 6월 27일 기초·광역 지방의회는 물론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4개의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해 새로운 지방자치시대를 열었다. 4대 지방동시 선거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것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자치제가 활짝 피어오른 해로 평가받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출범은 주민들의 실생활에 큰 변화를 주었다. 도서관·수영장 이용료, 상·하수요 요금, 도로 개발 등이 지방의회에서 결정됨에 따라 주민들은 권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도 주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행정서비스를 받는 수요자로 바뀌었다.

반면 고질적인 병폐도 초래됐다.

선거에서 줄을 잘 선 공무원은 승진서열까지 완전히 무시하며 승진대열에 합류하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는 외곽으로 쫓겨나가거나 자의반 타의반 옷을 벗기도 했다.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학연·혈연까지 '내편, 네편'으로 확연히 갈라지는 등 제주사회가 사분오열돼 선거 무용론마저 등장했다.

지방재정도 위기를 맞고 있다. 선심성 행사·전시성 축제를 기획하고 불필요한 공공시설물을 짓는 등 제주도 부채규모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밖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도덕성이나 자질 논란, 지방의원들의 감투싸움과 그릇된 '상전 의식' 등도 민선자치의 병폐로 지적됐다.

특별자치도 출범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정부는 현행 헌법의 범위내에서 외교·국방 등 국가존립 사무를 제외한 자치권한을 파격적으로 이양하겠다고 선언했고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는 권한과 자율권을 부여, 제주를 동북아 중심도시로 육성해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었다.

이같은 목표로 도민들은 4개 시·군 폐지 등 풀뿌리 민주주가 훼손되는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특별자치도 성공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제주도가 특별법 제도개선을 통해 법인세율 인하, 도전역 면세화, 국세의 단계적 이양, 세율 조정권 확대, 관광객 전용카지노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완강히 반대하는 등 당초 약속과 달리, 파격적인 권한 이양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또 특별법 1∼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3800여건이 넘는 권한을 이양받았으나 공직사회 역량 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제주사회에 '특별한 것이 없는 특별자치도'라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따른 도지사 권력 집중, 주민 참정권 축소, 주민 행정서비스 저하 등 문제점이 도출됐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에 따라 외교·국방을 제외한 중앙 권한의 이양 등 특별자치도 취지를 살리기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 제주사회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특별자치주와 같이, 제주특별자치도 법적 지위를 헌법에 규정하고 재정 등 핵심 권한을 이양하고 제주사회는 이양받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도민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사회 역량 강화를 위해 도민들의 자치의식 개선과 정책결정 과정의 적극적인 참여, 공직사회 전문성 확보가 과제다.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해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 등의 발의·청구 요건을 완화하고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거버넌스형 행정 등이 필요하다.

민선6기 원희룡 지사가 "도민과 협력해 정책을 결정하는 '협치도지사'가 되겠다. 현장의 농어민, 시민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고 정책 결정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 즉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도지사 권한을 주민과 나누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방정치의 독립성도 강화돼야 한다.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지방의회의 정책기능·감사기능 강화, 지방의회의 사무기구 독립성 확보 등 지방의회가 중앙정치로 독립된 주민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 자치단체 의사결정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한다'구호로 부활한 지방자치,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속에 지난 20년간 부정적인 병폐를 걷어내고 특별자치도 완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한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민 기자



1960년대 중단됐던 지방자치는 1991년의 지방의회 구성, 1995년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통합선거를 통해 부활되었다. 지난 20년간의 지방자치는 획일적인 제도 운영, 재정자립의 한계, 난개발,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부패, 선거에 따른 패거리 문화 등의 폐해도 있었지만 정치와 행정에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냈다. 지역주민이 통치의 대상에서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제자리를 찾았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행정체제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행정의 수준과 투명성도 높아졌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유무형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ㆍ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지역 역시 지방자치 부활로 변방의 섬에서 개방과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의 국제자유도시계획 추진, 2006년의 계층구조 개편과 특별자치도 출범은 제주지방자치의 전환점이 되었다.

국제자유도시계획은 제주지역을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고 경제활동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경제자유지역으로 발전하기 위한 세계화 전략이었다. 대규모 투자유치와 개방화를 통해 제주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지역발전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제주자치사에서 분기점이 된 것은 특별자치도의 출범이다.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제주지역 입장에서는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치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물론 국방, 외교, 통상 등 국가의 본래적 기능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가진 홍콩특별행정구나 주정부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권한과 사무가 이양되어 자립적인 발전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아쉬운 부문이 있고 개선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반문제와 과업을 지역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성취해 나갈 수 있는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발전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거버넌스(Governance) 체제 구축을 통해 제주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주발전에 대해서 공동운영과 공동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일정 권한을 과감히 민간부문으로 넘겨주는 수평적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시의 역할과 위상을 명확히 하여 자기완결권을 가진 책임행정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공동체는 산업화, 도시화, 경제적 가치의 절대화 등으로 상당 부문 훼손되고 있다. 제주공동체는 지역의 가장 큰 자산임과 동시에 제주발전의 동력이다. 이의 회복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향후 20년의 제주지방자치와 지역발전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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