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힘 '문화 경쟁력'

전통·역사·자연유산 보고
풍부한 자원…활용 제한적
'원형 중심' 관점 고수 발목
독특한 브랜드 전략 시급

'문화경쟁력'이 지역을 살리는 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 핵심 기조 역시 삶의 질 향상과 신성장동력인 문화산업 활성화를 내용으로 한 '문화 융성'이다.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문화콘텐츠산업'은 미래산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국가간 경쟁은 물론이고 세계 유수 도시들이 문화 및 문화산업 융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주는 어떠한가. 이에 대한 진중한 점검과 대안 모색은 제주와 제주에서의 '존재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창조적 발상 경제 효과로

중국 역사에 한 때 베니스에 버금가는 경제도시로 꼽혔던 항저우시. 중국판 창조경제의 꽃을 피운 알리바바의 그룹 본사는 이 곳에 위치해 있다. 포브스 중국어판은 이 곳을 2004년부터 5년 연속 '기업의 천당' 1순위로 꼽았다. 그리고 지상낙원 천하절경으로 불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수 '시후(西湖)'가 있다.

그런 항저우시 역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흔들렸다. 다시 일어서는데 도움을 준 것은 같은 해 열린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특수와 직접적 영향은 없었지만 '문화관광'과 접목한 포스트 효과는 톡톡히 누렸다.

서호 호수의 수상 공연 '인상서호'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의 거장 장예모 감독은 이 곳을 찬란하고 고풍스러운 공연장으로 바꿨다. 400여명의 출연진이 등장해 빛의 향연과 함께 자연과 한 몸을 이루는 장관은 감동 이상의 것을 지역에 남겼다.

공연수익과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해 '인상서호'가 지역경제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5억 위안, 우리 돈으로 870억 원에 이른다. 호수를 공연장으로 사용한다는 창조적 발상이 만든 결과다.

전반적인 구성은 제주와 유사하다. 제주 역시 유네스코 자연유산 3관왕을 앞세워 '2년 연속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의 기록을 세웠다. IT, CT를 앞세운 이전 기업들도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도 결과는 차이가 난다. 문화 경쟁력 때문이다.

문화 생성과 소비· 촉진 병행해야

제주 역시 문화원형의 보고(寶庫)라는 장점을 경제 효과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년째 추진하고 있다. 성과는 미미하다. 자연유산 외에도 제주에는 신화.전설에서 시작해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문화유산이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칠머리당영등굿 등 독특한 무속문화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농업유산에 등재된 밭담이며 내년 또하나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대표목록 등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잠녀문화 등 생업을 바탕으로 한 민속지식과 공동체문화도 산재해 있다.

문화자원은 풍부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안은 제한적이다. 잠녀·잠녀문화만 하더라도 잠녀 보존은 해양정책과에서 잠녀문화 전승.관리는 문화정책과로 이원화되며 집중력을 상실했다.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에 있어서도 '원형 중심'의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며 성장 촉매제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해녀조례 이후 지금껏 변변한 문화 상품을 만들지 못한 것이 한 예다.

아직까지 지역 대표 축제 명단에서 '문화'를 테마로 한 축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산 배분에 있어서도 문화는 늘 후순위다.

국가나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문화·문화산업'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거라면 '박물관'이면 충분하지만 제대로 다듬어 상품으로 만든다면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베트남 하롱베이는 007시리즈의 눈에 띄는 배경이었지 처음부터 주연을 맡았던 적은 없다. '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이 언제까지 로케이션 등 제작 지원에 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접근에 있어 분명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어떻게 '사람'을 오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문화적인 환경에 노출되고, 그것을 즐기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역의 문화생산과 소비 촉진의 양립이 바로 경쟁력이다.

김철휘 대진애니메이션 대표

문화 콘텐츠, 경쟁력 연결못해
산업 인식 부족·활용 미흡 문제
적극적 투자·정책전환 등 절실

"제주에는 다양한 문화 소재가 있지만 그 것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많이 서투릅니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어요"

김철휘 대진애니메이션 대표()의 조언은 의미심장하다. 이전기업이지만 사업자등록을 제주에서 하면서 별다른 특혜를 받지 못한 김 대표의 지난 4년을 정리한 말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면 제주 문화산업은 '재료는 풍부하지만 아직 대표 메뉴를 만들지 못한' 어정쩡한 상황이다. 문화 아이템 등 좋은 환경에도 아직까지 '돌하루방'의 뒤를 이을 대표 캐릭터를 내놓지 못한 것도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활용 미흡의 한 단면이다.

김 대표는 "지역문화, 특히 문화원형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문화 산업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며 "지역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들로 좋은 기획이 사장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에 국내 '애니메이션'대표 업체가 여럿 있지만 '회수'를 감안한 적극적 투자보다는 실적을 염두에 둔 나눠주기식 지원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도 아쉽다.

김 대표는 "춘천이 애니메이션 축제 등으로 문화콘텐츠에 있어 앞서 나간다과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 볼 때 주요 시장인 수도권 접근성이나 해외 진출을 위한 지리적 위치 등에서 제주가 보다 우세하다"며 "문화 경쟁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낸다면 전문인력 창출과 파급효과 등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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