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금전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 직접 돈을 변제하지 않고 공탁을 하는 일이 많이 있다. 그런데 변제공탁은 채무의 내용에 맞는 금액을 공탁 요건으로 갖춰야만 채무변제의 효력이 발생한다. 상대방을 대면하기 싫다는 등의 감정적이거나 편의적인 이유로 돈을 공탁하기만 해서는 변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또는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다. 그러한 요건에 맞지 않는 공탁은 부적법한 것이므로 공탁공무원이 공탁을 수리하지 않는 처분을 하게 된다. 따라서 공탁자가 공탁원인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주로 채무자가 일정한 돈을 채권자에게 가지고 가서 현실로 제공하였는데도 채권자가 이를 받지 않겠다고 거절하였기 때문에 공탁한다는 사실을 기재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채무자가 돈을 직접 들고 가서 채권자에게 현실제공을 한 일이 없으면서도 공탁요건에 맞추기 위해서 형식적인 내용을 기재하여 공탁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런 공탁은 채권자가 그 공탁금을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수령하지 않는 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탁일 이후의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계속 발생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채무불이행이 원인으로 계약해제라는 중대한 문제까지도 초래될 수 있다. 다만 공탁자가 공탁원인으로 들고 있는 사유가 법률상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공탁이 부적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공탁서에서 공탁물을 수령할 자로 지정된 자가 그 공탁물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도 유보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탁자가 주장한 공탁원인을 수락한 것으로 보아 공탁자가 공탁원인으로 주장한대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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