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림 서귀포의료원장

   
 
     
 
요즘은 주중에 시간이 안 나서 주로 주말에 걸으러 다닌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복을 챙겨 입고 강창학 구장 아래쪽의 동아마라톤 훈련코스로 향한다.

서귀포시 소재 고근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고, 총 길이가 3.4㎞ 정도이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반복되며 주변 경관이 매우 좋고, 마지막은 우레탄 코스다. 아직은 초봄이라 식물들도 동면중인 듯 풍경이 황량하지만 산벚나무는 벌써 물이 올라서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걷노라면 길 복판에서 산비둘기가 날아오르기도 하고, 길가에서 꿩이 놀라서 푸드덕 날아가고, 멀리 노루 몇 마리가 먼발치에서 경계하듯 쳐다보기도 한다.

산길 입구에 꽃다발 모양의 워싱턴 야자며, 소나무, 말오줌때 나무, 상동나무, 예덕나무, 곰솔, 두릅나무, 대나무, 동백나무, 산벚나무, 사스레피 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천선과 나무, 팔손이나무 등 많은 수종의 나무들과 계절 따라 큰 천남성, 들국화, 털 머위 등의 야생화들이 즐비하고, 길바닥에 깔린 가랑잎과 솔잎이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우리는 왜 운동하는가. 사람마다 목적이 다르겠지만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는 것만은 공통적인 것 같다. 가급적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걸으려고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뭐랄까 하루치 모자란 운동량을 채우려고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전에 출근하고 하루에 움직이는 걸음수가 얼마나 될까 헤아려 보았더니 기껏해야 1000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건강하게 지내려면 적어도 하루 8000보 내지는 1만보가 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겐 하루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것도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을 쉬지 않고 빠르게 걸어야 한다. 보폭이 60㎝이고 마라톤코스 3.4㎞를 걸었다면 대략 6000보 정도가 되었다. 40분 정도를 걸었고 조금 빨리 걸었다면 시속 5㎞정도가 된다. 이 정도면 부족한 하루 운동량을 채우는데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체중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아무리 꾸준히 걸어도 체중은 잘 줄지 않았다. 그리고 체중 감량의 목표치를 정해놓으면 쉽게 실망해져서 운동을 계속하기가 힘들어진다. 비록 운동량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매일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건강해지기를 바라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건강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노력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겐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유전적인 요인, 성격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여 우리의 수명 내지는 건강상태가 결정되는 것이다. 운동한다는 것은, 걷는다는 것은 심장과 뇌의 혈관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즉, 심장과 뇌의 혈관이 튼튼해져서 심장병, 뇌졸중과 고혈압 예방에는 물론 당뇨 환자에서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적어도 일주일에 사흘 내지 나흘 정도, 하루 40분 이상, 등에 땀이 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쉬지 않고 걷는 것을 좋은 건강 유지 방법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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