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을공동목장사]27.가시리공동목장

▲ 도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가시리공동목장은 녹산장, 갑마장, 공동목장이 함께 공존한다는 점에서 제주목장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사진은 가시리 공동목장 전경. 김봉철 기자
742만㎡ 가장 넓은 면적…주민 "매각 불가" 고수
우마방목 필요 시설 구축…전통 부활 시도 '눈길'
유채꽃길·조랑망 박물관 등 명품 마을 조성 박차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은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로, 예로부터 산마장의 하나인 녹산장이 설치돼 품질이 우수한 산마가 생산됐다. 또 번널오름과 따라비오름-대록산을 연결하는 초지대에 갑마장이 설치, 인근 목장에서 생산된 우량마를 집중적으로 사육해온 도내 최대의 목장이다.

녹산장·갑마장·공동목장 변천사

드넓은 초지대를 갖고 있는 가시마을에는 조선시대부터 녹산장과 갑마장·마을공동목장·제동목장이 형성됐다.

녹산장은 조선후기에 설치된 3개의 산마장 중 하나였다. 산마장은 야성이 강한 산마(山馬)들을 관리하던 목장으로, 1658년 동서별목장이 산마장으로 개편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녹산장이라는 명칭은 이곳에 위치한 대록산(大鹿山)과 소록산(小鹿山)에서 유래했으며, 한때 말 1000여마리를 키우던 곳이다. 18세기말에 유명무실화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녹산장 내로 들어가 경작을 했다. 이에 따라 조정에서는 녹산장내 농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말 잃은 비용이나 마감, 목자 등의 급료로 지급했다.

갑마장은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생산된 말 중 진상하기 위해 선정된 상등마인 '갑마'(甲馬)들을 길렀던 목장이다. 북으로는 녹산장, 동으로 10소장(현재 남영목장), 서로는 남원읍 신흥리를 경계로 한 900여 ha에 해당된다.

여기에 1933년 제주도사의 승인을 받아 가시리 '공동목장'이 등장하게 된다. 설립당시 공동목장 면적은 350만4600㎡(354정보), 소 1000여두와 말 800여필을 갖춘 제주도 최대의 목장이었다.

현재도 가시리공동목장(조합장 정경운)의 규모는 742만5000㎡(225만평)로 도내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목장이다. 특히 녹산장, 갑마장, 공동목장이 함께 공존한다는 점에서 제주목장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러한 역사·문화적 전통을 기억하는 마을 주민들은 개발자본의 숱한 유혹에도 공동목장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보존해 소득창출을 위해 재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동목장 매각이 야기할 마을공동체의 붕괴와 함께 초지파괴를 예측해 공동목장 토지를 보존할 수 있었다.

테우리막 복원 등 전통 부활 시도

▲ 가시리목장 내부 녹산로에 설치된 말 조형물.
가시마을 주민들은 예전 공동목장 내에 우마방목에 필요한 시설들을 구축했다. 현재 테우리막 등 일부는 사라졌지만 복원을 계획하는 등 목축전통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1980년초까지 이용된 '부구리'(진드기) 구제장이 현재의 녹산로 동쪽의 동장(東場) 도로변에 복원됐고, 서장(西場)의 부구리 구제장도 현재 조랑말박물관 옆의 원래의 위치에 복원됐다.

비교적 원형을 보존하고 있고, 돌도 예전의 돌을 그대로 사용해 목축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목감막(테우리막)은 목장에 방목하는 우마를 관리하는 테우리(목자)들이 방목기간에 임시로 거쳐하던 집이었다. '녹산로 379'라는 번지표시판이 붙어있는 집이 목감막이다.

목감은 목장에 소를 방목한 조합원 중에서 선임하며, 목감막에서 거주하며 방목한 소를 관리했고, 우마를 분실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급수장은 방목 우마에 물을 먹이는 시설이다. 공동목장조합에서는 1985년 대록산 남쪽 하단부에 가축급수장을 마련했다. 인공연못을 만들어 물을 확보하다가 현재는 지하수를 이용한다. 가시리 주민들은 공동목장에서 윤환방목과 방애 놓기, 백중제를 행했다. 마을 내에서는 낙인하기와 바령밭 만들기를 했다.

해방 당시만 해도 이 마을에 한우는 1200여두가 있었지만 1948에 발생한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20여두로 급감했다가 현재는 소와 말이 각각 200여두씩 방목되고 있다.

조합원수는 230여명으로, 요즘 들어서는 한 사람이 목장조합장과 이장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광활한 면적중 일부를 할애해 2012년부터 풍력발전 시설 23기를 설치, 현재 연간 9억원 가량의 수익금이 마을과 목장조합으로 들어와 마을 복지사업을 위해 적립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녹산로를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채꽃길'로 조성하는 한편 이 길을 경계로 공동목장 동쪽부분은 풍력발전단지와 유채꽂플라자 시설이 입지해 있으며, 서쪽 부분은 조랑말박물관 등 체험공원과 방목지로 활용되고 있다. 조랑말박물관의 경우 입소문을 타면서 연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른다.

그 결과 목축문화의 소멸을  방지하고, 후손들에게 공동체의식, 협동심, 목축문화를 물려줄 수 있게 됐다.

가시리 공동목장은 1933년 5월에 제주도사의 승인을 받아 설립됐다. 이것은 제주도공동목장 중 가장 먼저 형성된 22개 기설공동목장 중 하나였으며, 총계획면적 1000정 중 1933년 5월에는 354정이 설치됐다.

가시리 공동목장은 22개 기설목장 중 목야면적 및 1933년말 우마수가 제주도 최대로, 단일 목장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공동목장이었다. 이것은 가시리 마을 주변에 대규모의 초지대가 발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리 공동목장에서는 목장조성을 위한 기반조성사업으로 경계용 돌담을 수축했다. 이를 위해 총인원 2800명이 출역으로 동원됐다. 1933년말 우마 합계 696두를 갖춰 단일 마을로는 제주도 최대 규모였다. 이로써 가시리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산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목장용지는 국유지(0.8%), 면유지(59%), 민유지(40.2%)로 구성됏다. 리유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면유지는 토지조사사업 후 표선면이 사정을 받은 토지이다. 국유지와 면유지는 모두 빌려서 사용한 차수지였다.

민유지는 가시리공동목장에서 토지소유지들로부터 매수한 땅이다. 현재 마을회 명의로 등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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