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양시대를 연다 1 황금알을 낳는 크루즈산업

섬은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해양 영토를 배경으로 했을 때 섬은 바다를 향한 전초기지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가 갖고 있는 우수한 해양공간을 활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도시 경쟁력 상승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산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 역시 제주를 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해양전문인력 양성 현장을 살펴보고 발전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부산 등 해양산업에 주력하는 자치단체의 사례를 둘러본다.

'떠다니는 리조트' 활짝
아시아 성장세가 으뜸
제주는 올해 100만시대
단순 기항지 관광 한계
효과 큰 '모항' 노려야
플라이 & 크루즈 떠올라
크루즈 1척 '902억원' 효과
4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데다 관광 인프라로 무장한 제주에 있어 '해양시대'는 '미래 성장'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크루즈다 '관광의 꽃' '떠다니는 리조트' 등으로 불리는 크루즈는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해양산업이다.
제주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부문이다. 정부가 국적 크루즈 육성에 적극적인 건 그만큼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크루즈승객 1명의 경제효과는 수출용 컨테이너 1개와 같고, 3만t급 국적 크루즈선 1척 투입시 경제효과는 902억원, 968명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특히 아시아 크루즈산업은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2005~2015년 2%대에 그치고 있는 북미보다 높은 증가율(20%)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경우 같은 기간 44만명에서 100만명으로 23%의 급속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같은 성장세를 제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얼만큼 차별화한 전략으로 타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느냐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제주 방문객 100만명 시대
제주에 크루즈선이 첫선을 보인 것은 11년 전인 지난 2004년이다.
일본 국적 크루즈선을 통해 753명의 크루즈관광객이 제주를 찾은 이후 2012년 14만496명으로 처음 10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2013년 38만6139명, 2014년 59만400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지난해 12월23일까지 61만2478명(280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크루즈관광객 86만명 가운데 대다수인 72%에 달할 정도로 제주는 우리나라 크루즈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제주는 지난 2013년 이후 아시아 18개국 크루즈 기항지 168곳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557회 기항이 예약돼 사상 최초로 크루즈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활짝 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크루즈관광으로 인한 직접적인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제주도 전망에 따르면 크루즈관광객 직접소비액은 5170억원이며, 여기에 부가적인 항만수입(입·출항료 및 접안료) 78억원과 예선료·전세버스 임차료 등 민간수입 127억원을 포함하면 경제효과는 총 537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지역 '모항' 지위확보 사활
이처럼 많은 관광수익이 고스란히 제주로 유입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기항지' 관광은 제주를 반나절 방문해서 외국인면세점·자연관광지 등 일부만 둘러보고 다시 승선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크루즈관광객들이 지역에 머물며 크루즈 관광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모항'의 소비지출 유발효과와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항으로서의 크루즈 관광은 관광객들이 하루나 이틀 일찍 제주에 도착해 관광을 한 후 크루즈선에 탑승(플라이 앤 크루즈)하거나,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제주 관광을 한 후 귀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는 물론 인천과 부산 등 바다를 낀 도시들은 앞다퉈 크루즈 전용 항만을 구축하고 모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에도 포함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경제장관회의에서 연내 국적 크루즈 선사를 발족하고 오는 2020년 크루즈 관광객 300만명 유치 등을 목표로 제주와 함께 부산·인천·속초·여수 등을 크루즈 모항 육성도시로 선정했다.
현재로서는 제주가 이들 도시보다 앞서 있지만 타 도시에 밀릴 가능성은 언제든 있는 셈이다.
항공 연계 접근성 강화 관건
넓은 배후 인구를 갖고 있어 모항 육성에 유리한 부산·인천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관광객들을 위한 '접근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절대적인 이동수단인 항공 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크루즈 성수기인 여름철은 내국인 등 제주를 찾는 관광객 역시 가장 많은 시기여서 상하이 등 중국에서 수천명 단위의 크루즈관광객이 항공으로 제주에 접근하기가 불가능했다.
이같은 이유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건설이 예정된 제2공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제주가 크루즈 모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의 항공노선이 대폭 늘고, 서귀포시 강정에 건설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내 15만t급 전용부두 2선석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의 제주국제공항-제주항과 함께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고 선석 부족도 해소될 수 있다.
관건은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얼마나 빨리 풀어내느냐다. 개항이 늦어질수록 제주를 찾는 육상관광객은 물론 플라이 앤 크루즈 관광객 유치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가 조정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