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화못은 사계가 뚜렷하다. 여름철 아름다운 연꽃이 둥실 떠오르는 모습과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겨울 모습은 넉넉한 운치를 자아낸다. 연화못의 겨울모습.


▲연화못

 어스레한 새벽길을 달려 애월읍 하가리에 자리잡은 연화못으로 간다.

일주도로를 타고 애월읍 신엄리를 지나 용흥 3거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고 1.7㎞가량 가다보면 탁트인 인공못을 만날 수 있다.

 이 인공못이 바로 연화못이다.겨울만이 토해낼수 있는 정적때문일까.연화못의 조용한 물결을 보노라면 집을 떠났다는 들뜬 감정도 차분히 가라앉게 된다.

 연화못은 사계가 뚜렷하다.

 봄이면 주변의 버드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이름모를 들꽃들이 피어난다.여름이면 못 이름에서 알수있듯 연꽃이 아름답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네 개구장이들은 물놀이에 열중한다.

 좀 짓궂은 애들은 배라고도 할수 없는 널빤지를 타고 누가 먼저 정자있는 곳까지 가느냐를 두고 서로 내기를 한다.

 연못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 정자가 더욱 넉넉한 운치를 자아내고 주변 연꽃과 어우러져 사진촬영이 취미가 아닌 여행자라 하더라도 누구나 그안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셔터를 연방 눌러대기 마련이다.

 가을철로 접어들면 갈대숲이 어우러져 사각사각 소리를 털어내고 겨울을이면 텅빈 이곳에서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모습이 여유있게 다가온다.

 이곳에는 각종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민속 자연사박물관이 지난 94년 이일대에서 담수어류 조사를 편 결과 잉어와 붕어·참붕어·미꾸라지·파랑볼우럭·드렁허리 등이 채집됐다.

 이가운데 참붕어는 연화못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붕어는 호수나 늪 하천의 얕은 곳,논의 웅덩이,농수로 등에서 작은 떼를 지어 물의 가운데 층을 헤엄친다.소형 갑각류를 비롯하여 실지렁이,물속에 사는 곤충들,물풀이나 바닥에 붙은 미생물 등을 먹는 잡식성 어류다.

 또 파랑볼우럭은 일명 블루길(Bluegill)이라고도 하는데 마우스 베스(Mouth bass)와 채널 캣피쉬(Channal catfish)어족처럼 번식력이 강하고 언제나 살아있는 동물만 공격해 포식하는 습성이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5대호,미시시피강 유역에 주로 서식하는 이 물고기가 연화못에 들어오게 된 배경에 대해 학계에선 “양식을 위해 잉어와 붕어종묘를 도입할 때 섞여 들어온 것이 자연 번식하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블루길이 매우 공격적이고 재래 어족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에 따라 블루길을 잡아들이는데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마을에 사는 김병률씨(70)은 “3∼4년전에 큰 가뭄이 들어 연못이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각종 어류가 멸종 위기에 직면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당시 마을청년들이 이곳의 어류들을 잡아 다른 곳에 보관했다가 물을 채운 뒤 방사함으로써 화를 면할수 있었다.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블루길은 잡아 없앴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울러 “작년 8월에는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물이 불어 넘치는 바람에 붕어·뱀장어 등이 많이 잡혔고 블루길 개체수도 옛날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가운데 김씨가 거론한 뱀장어는 드렁허리일 것으로 추측된다.

 드렁허리는 몸의 길이가 30∼50cm가량 되며 때로는 60cm안팎의 것도 볼수있다.몸이 뱀장어처럼 가늘고 길게 생겼는데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는 ‘드렁허리( 魚)는 맛이 달며 독이 없다.습기로 뼈마디가 쑤시는 습비(濕痺)에 특효가 있다.정력이 없고 무기력한 것을 보하고 입술이 오므라들고 입을 벌리지 못하는 심순(瀋脣)병을 치료한다”고 적혀있다.

 연화못은 모두 6개의 연못으로 이뤄져 있고 배후습지가 잘 발달돼 있는 게 특징이다.이 때문에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해 특별관리지구로 지정됐다.

 크고 작은 연못과 갈대군락을 이루고 있는 배후습지까지 합쳐 면적이 대략 1만5000평방m가량된다.

 물론 연못마다 다 특징이 있다.부쪽에 자리잡은 연못 2곳에는 수련이 있고,또다른 연못 1곳에는 개구리밥이 가득차 있다.

 동쪽 연못은 20년전쯤에 이곳 출신인 장모씨가 외래종인 파랑볼우럭과 자라 등을 양식했던 곳이다.

 그 다음 가장 큰 연못으로 정자가 들어서 있는 곳이며 남쪽에는 연꽃이 있는 연못이 있다.또 이 주변에는 갈대와 흑삼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흑삼릉은 중부 이남의 연못가나 도랑에 나는 다년초다.키는 70∼100cm가량되며 제주지방에선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식물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7년 생태조사를 통해 흑삼릉이 연화못 주변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아울러 북아메리카 원산의 미국개기장이 이 일대에 서식하고있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미국개기장은 황무지에 나는 1년초로 키는 30∼100cm,9∼10월에 꽃이 핀다.

 눈에 띄는 조류로는 왜가리·쇠백로·흰뺨검둥오리·쇠물닭·논병아리 등이 있다.

▲쇠죽은못

 쇠죽은못은 중산간도로변 성진기업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중산간도로가 개설되고 확장됨에 따라 연못의 절반이 잘려나가 지금은 크기가 200평방m에 불과하다.

 특히 북동쪽은 수심이 낮아지고 건조화현상이 두드러져 이대로 계속 방치할 경우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왕모시풀·개역귀·세모고랭이·강아지풀 등이 눈에 띄고 소금쟁이·참개구리·비바리뱀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가운데 비바리뱀은 제주말로 ‘만지니’ 혹은 ‘만주배염’이라고도 한다.

 또 쇠죽은못이라는 지명은 일에 지친 소가 이곳에서 물을 먹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취재=좌승훈·좌용철 기자 사진=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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