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주민참여가 답이다 <상>일본의 '콤팩트 시티'

제주의 심장부였던 제주성 일대 '원도심'은 현재 인구 이탈은 물론 행정·교육기관 및 상업 시설까지 신도심에 내어주는 등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제주만이 아닌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도 도시 공동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일부 지역은 '소멸'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등 대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주민 참여를 통한 '도시 재생'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조명하고 제주 원도심의 재생 방향을 모색한다.
인구 감소→시장·고용 축소→마을 소멸까지 악순환
정부, 시가지 기능 집중 후 교통인프라로 주거지 연결
'조용한 위기' 현실로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실'에 따르면 일본의 65세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 1970년 7%에서 1994년 14%로 24년 만에 갑절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9년 7%대에 진입한 이후 19년만인 오는 2018년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5년이나 빠른 셈이다.
저출산 문제와 도심 집중화 역시 양국 모두 난제다. 서울과 도쿄 등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데다 저출산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또 아키코 지방창생추진실 차장은 "인구가 감소하면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이용객 감소로 병원, 슈퍼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문을 닫게 되면 도시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도시 규모가 팽창했지만 인구 감소와 함께 일부 지역에 대한 인구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앞으로 50년 후에는 거주 면적의 20%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인구 감소와 저출산, 도심 집중화로 빚어진 '원도심'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콤팩트 시티'다.
일정한 인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가지에 다양한 시설들을 집중시킨 후 철도·버스 등 교통인프라를 이용해 주변 주거지와 연결한다는 게 큰 틀이다.
콤팩트 시티의 효과로 창생본부는 생활편의성 유지·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 행정비용 절감 등을 꼽고 있다.
무기시마 타케시 지방창생추진실 차장은 "기능이 집중된 시가지를 조성하고 교통인프라로 연결된 주변 외곽지를 주거지로 확보에 인구 유출을 막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각 지역 실정에 맞게 계획을 정비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지 집중 따른 한계도 노출
콤팩트 시티의 정착을 위해 일본은 외곽지 주민들에게 시가지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한편 이전기업에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
외곽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기능이 집중된 시가지와 교통인프라로 연결된 주거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부담이 큰데다 1차 산업 종사자 등 아예 삶의 터전을 포기할 수 없는 주민들은 더욱 심화된 공동화 등 역차별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산업·노동계 및 교육기관 관계자, 관련 전문가, 마을 주민 등을 통해 콤팩트 시티 실현을 위한 의견 수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규모 축소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 지방 이전 시 세금 경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콤팩트 시티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방정부에는 정보와 예산, 인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무기시마 타케시 차장은 "농가의 경우 외곽지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시가지 집중에 따른 서비스 기능 상실이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파도 갈 병원이 없고 필요한 게 있어도 슈퍼가 없는 상황이 더욱 큰 문제"라며 "결국 콤팩트 시티 실현을 위해서는 '위기감 공유'를 통한 주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또 아키코 차장 역시 "역차별이나 시가지 집중에 따른 또 다른 공동화 현상 초래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매력적인 지방'을 만들어 주민들이 그 곳에 거주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마츠우라 노부오 반쿄 제약회사 대표
기업 이전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인구 1만5000명 규모의 소도시 '타키마을'은 일본 원도심 살리기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반쿄 제약회사의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본사와 공장 건물이 붕괴되자 타키마을에서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지난 1996년 이곳으로 내려와 폐건물로 남아있던 샤프와 파나소닉 사업소, 이온 쇼핑센터를 공장과 본사로 개조해 다시 문을 열었다"며 "특히 쇼핑센터 게임코너를 '피규어 박물관'으로 조성해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물관 방문객들이 피규어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하는 '코스프레'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착안해 세계 최초로 '로케이션 코스프레'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며 "지난 2011년 1회 '오타코스'를 시작으로 매년 코스프레 축제를 개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키마을 주민들은 축제에 참여하는 '코스플레이어'들을 위해 마을 운동장과 체육관, 절, 폐교 등 마을 전체를 개방해 참가자들이 마음껏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가의 아이디어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침체의 늪에 빠진 작은 시골마을을 '코스프레 성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마츠우라 노부오 대표는 "축제를 열 때마다 기업은 적자가 발생하지만 참가자들이 하루 이틀 마을에 머물며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는 활기를 띄고 있다"며 "특히 제주올레길과 마찬가지로 코스플레이어들이 SNS를 통해 타키마을을 소개하는 등 자연스레 '무료관광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행정과 기업, 마을 주민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타키마을이 되살아나고 있는 점은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콤팩트 시티와도 부합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역 기업들이 마을 주민들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행정과 마을을 연결시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