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주민참여가 답이다 <하>커뮤니티 디자인·배리어 프리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를 통해 원도심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스튜디오-L'은 도시 재생의 첫 단추로 주민들과의 대화를 강조한다. 사진은 야마구치현 아부마을에서 열린 워크숍으로 주민들이 도시 재생을 위한 의견을 활발히 나누고 있다. 사진=스튜디오-L 제공

고령화 및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공동화 등 사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중앙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콤팩트 시티'는 결국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인 주민들의 사례와 '장벽 없애기'로 마을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스튜디오-L' 주민 커뮤니티로 지속가능 재생력 확보
 NPO, 장애인·고령자 위한 '장벽 없애기'로 활기 찾아

지역에 대한 '애착 갖기' 중요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를 통해 원도심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지방 디자인 업체 '스튜디오-L'(대표 야마자키 료)은 도시 재생의 시작으로 주민들과의 대화를 꼽는다.

공동화되거나 침체기로 들어선 도시를 행정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만으로 재생할 경우 인구 이탈과 유입이 반복되는 등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스튜디오-L의 설명이다.

최근 히로시마현의 후쿠야마시에 대한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실시한 스튜디오-L은 행정을 통해 시민활동에 적극적인 주민 10명을 소개받은 후 이들을 통해 200여명의 주민들을 만나 도시 재생을 위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교환했다. 특히 스튜디오-L은 주민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구성해 1년간 8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지향하는 도시 재생의 방향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주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도시 재생은 결국 지역의 활기를 되찾는 순기능으로 귀결된다"며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지역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오래오래 정착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인구 3500명의 야마구치현 아부마을 역시 마을 주민들 스스로 1년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을 재생 계획안을 작성했다.

또 계획안을 주민들이 알기 쉽도록 일러스트형 소책자로 제작해 모든 가구에 배포하는 등 마을 발전을 위한 추진 계획을 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중앙정부가 시·정·촌 등 지방정부에 30~50년 후의 지역 인구에 대한 보고서와 향후 5년간의 기본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 참여 없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작성되고 있다"며 "빈 가게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커뮤니티에서 비롯된 다양한 동호회를 통해 마을이 활성화되고 있는 후쿠야마시와 주민들이 직접 도시 재생 계획안을 작성한 아부마을처럼 행정과 주민이 서로 손을 맞잡아야 지속가능한 마을로 재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인 '이세시마 배리어 프리 투어 센터'는 토바시 내 '센포카쿠' 호텔에 '유니버셜룸'을 조성해 장애인 및 고령자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유니버셜룸으로 마을 활성화
비영리단체인 NPO(Non Profit Organization) 법인 '이세시마 배리어 프리 투어 센터'(이사장 나카무라 하지메)는 이름 그대로 '장벽 없애기'를 추진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장애인과 고령자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의미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실현하기 위해 센터는 미에현 토바시 내 '센포카쿠' 호텔에 '유니버셜룸'을 조성했다.

유니버셜룸을 만들기 위해 센터와 호텔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초빙해 십여차례의 회의를 거치는 등 의견을 수렴했다.
휠체어 장애인들이 스스로 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이 수월하도록 침대와 침대 사이의 간격도 넓게 조정했다.

방 자체를 침대가 놓여 있는 '양실'과 다다미실인 '와실'로 나누었으며, 양실과 와실의 바닥 높이를 80㎝ 달리해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와실로 편하게 옮겨 앉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오지 않고 비장애인이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테이블을 설치했으며, 좌·우반신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들을 위해 화장지를 변기 양쪽에 마련하는 등 이용 편의를 극대화했다.

이러한 노력은 고령자와 장애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토바시로 이끌게 했으며, 이는 곧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나카무라 하지메 이세시마 배리어 프리 투어 센터 이사장은 "센터는 '배리어 프리'가 아닌 '배리어'를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장애인들의 요구사항과 함께 숙박업소와 관광지 등에 전달해 실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고령자와 장애인 관광객들은 그들을 돕는 가족과 친구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들을 관광지로 오게 하는 것 자체가 마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끝>

야마자키 료  스튜디오-L 대표

"평상시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끈끈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도시 재생의 목표입니다"

야마자키 료 스튜디오-L 대표는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 당시 건축학도로서 현장을 찾아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사람 사이에 연대가 살아나는 도시를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끔찍한 재난을 겪으며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고 돕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마을 디자인을 통해 연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년간 건축설계회사에서 일하며 행정이나 정부에서 지정한 디자인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건축물이 실제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역 주민들의 비전이 담겨 있는 주민 참여형 디자인을 설계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스튜디오-L'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야마자키 료 대표가 강조하는 도시 재생의 주체는 역시 '주민'이다.

그는 "지역 주민과 상가 주인들이 만나서 직접 얘기하고 의견을 나눠야 오랫동안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 도시 재생 전략이 나온다"며 "스튜디오-L이 하는 일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분명 어렵고 힘든 과제이지만 공통의 이해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의식'을 갖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제주 역시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단지 조성은 당장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 파괴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주민 모두 갖고 도시 재생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국 커뮤니티 디자인은 소수의 전문가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마을에 살아갈 주민들과 함께 도시 재생을 추진해야 지속 가능한 마을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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