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시대'를 연다 5. 해양 인재양성이 먼저 <1>해기사 태부족

항해사·기관사 등 '필수' 인력 갈수록 부족 심각
'5급' 양성 '해사고' 절대적…중앙설득 노력 필요
2011년 수립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다목적해양레저센터 건립과 크루즈·요트산업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를 세계적인 해양레저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5년이 흐른 현재, 제주는 크루즈관광객 100만명을 내다보고 있고, 연간 500만명이 제주안에서 해양레저를 즐기거나 선박을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레저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문제는 '사람'이다. 해양 인프라 구축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력 육성정책으로 해양레저관광 발전의 한계가 우려되고 있다.
■해기사 수요 급증에도 숫자 감소
해양수산부의 '선원인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원 수요중 해기사는 2015년 외항 1만986명, 내항 7369명 등 모두 1만8355명이지만 공급은 외항 8081명, 내항 6659명 등 총1만4740명으로 각각 2905명, 710명이 부족(3615명)한 상태다.
국내 해기사 공급은 오는 2020년에는 4011명 부족(1만9776명중 1만5765명 공급), 2030년에는 4736명이 부족(2만1908명중 17172명 공급)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점점 심화는 실정이다.
4면이 바다인 제주지역은 문제가 오히려 더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12월31일 기준 국내 해기사 1만1606명(내항선·연근해어선 제외)중 제주지역 거주자는 단 159명(항해사 101명, 기관사 57명, 통신사 1명)으로 1.3%에 불과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해기사를 양성할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4개 해운계 학교와 14개 수산계 학교중 제주에는 수산계로 분류되는 제주대와 성산고만 있을 뿐이고, 2곳의 항해·기관 정원을 합해도 100명이 채 안되는 95명이다.
■실습선 없는 성산고, 학과도 축소
도내 해양레저 업체들이 요구하는 '5급 해기사' 인력은 성산고가 주로 담당해온 영역이었지만 일반고 전환을 계기로 점점 그 수가 줄고 있다.
예전에 전자통신과, 어업과, 기관과, 항해과, 식품가공과, 냉동공조과, 양식과 등 다양한 분야 교육이 이뤄졌지만 제주관광해양고로 바뀐 2001년에는 해양산업과, 전자통신과, 공예과, 해양레포츠과, 관광외국어과 등으로 해양분야 과가 줄어들었다. 성산고로 전환되면서부터는 해양산업과와 해양통신과 등 2개과로 개편됐고, 현재 1학년부터는 해양산업과만 남게 된다.
이는 전국적으로 전통수산업 위축으로 대형 선사인 동원산업, 사조수산, 오양수산 등 취업처가 줄어들고, 학부모들도 보통과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급 해기사 자격증에 필수적인 승선실습시간 부족도 골칫거리다.
부산·인천 해사고는 물론 포항수고나 완도수고 등 수산고등학교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기사 자격 취득이 가능하지만 성산고는 승선실습시간 '1년'을 채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성산고에 있었던 159t급 철선인 '한라호'가 1983년 전국 관공선 통폐합으로 제주대로 이관됐고, 이후 부산해양기상청을 거쳐 폐선됐다.
실습선이 없는 성산고는 제주대와 완도수고에 승선실습을 위탁하고 있지만 이를 합해도 연 15일에 불과, 1년에는 턱없이 모자라 졸업후 어선 등을 1년간 타야 자격증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체계적 양성 시스템 절실
도교육청과 도내 해양업계에서는 이같은 위기의 돌파구로 국립 '해사고'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 각계의 노력에 힘입어 제주에 국립해사고를 유치하기 위한 '국립해사고등학교 설치령'(대통령령)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12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쳤다. 추진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등 부처간 협의가 마무리되면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확정·공포하게 된다.
해사고로 지정될 경우 국가산업인력 지속 양성이라는 목적에 따라 전공과목이 항해과, 기관과, 해양산업과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해양산업과는 크루즈 서비스와 마리나 관리, 동력레저면허 등 해양레저분야에 특화된 인력을 배출하게 된다.
외항 승선을 선호하는 4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부산·인천 해사고와 달리 내항 중심의 5급 해기사 양성이 목표다. 이를 통해 내항 고령화와 인력부족 문제를 덜고, 해양관광, 레저 및 크루즈 승무원에 필요한 자격 취득 등으로 양 해사고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취업률도 크게 오르게 된다. 해양분야 마이스터고이기도 한 부산·인천해사고의 경우 2015년 기준 취업률이 각각 90%, 78% 수준이다.
그동안 배후 기업 부족으로 도내 유치하지 못한 마이스터고 지정도 가능하다. 도교육청이 지난해 7월 실시한 '해사인력 육성에 다른 국립해사고 설립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전국 마리나 사항항만 관련 43개 업체, 내항상선 관련 720여개 업체, 크루즈관광 관련 업체 등 협약기업을 확보하기 쉬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종 성사까지 관문은 남아 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학생 정원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간 협의가 3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경제상황과 예산 등을 이유로 중앙부처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적극적인 유치노력이 주문된다.

고규완 제주도관광협회 관광해양레저업분과위원장
고규완 제주도관광협회 해양레저분과위원장은 제주의 해양레저 관련 시설 구축 노력에 비해 교육분야는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고 위원장은 "해양레저관광 분야에서 해기사 자격증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을 통해 해양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데 시설 투자에 비해 교육 투자는 너무 부족하다"며 "특히 예전에는 성산고가 해기사 자격증 소지자를 많이 배출해왔지만 일반고 전환 이후 그 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후 해기사 부족으로 도내 해양관광업 운영이 안될 지경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 위원장은 "업계에서 주로 요구하는 5급 항해사·기관사의 경우 졸업과동시에 취업하는 타 지역 해사고와 달리 성산고를 통해서는 1년 승선실습 시간을 채울 수가 없어 업계가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실정에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며 "도내 잠수함·유람선 등 해양레저관광 분야에서는 이미 신규 직원들이 어선을 타다 온 60대 가까운 고령 선원들 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은 또 "도내 인력을 구하지 못해 타 지역 선원들로 보충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숙식제공 등 비용부담에 최근 5년새 인건비도 20~30%로 상승했다"며 "성산고의 국립 해사고 전환과 함께 재교육을 위한 연수원 등 안정적인 인력운영이 가능하도록 제주도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선원 안전교육이 강화됐지만 제주에서는 재교육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직무교육과 여객선 교육, 안전교육, 인명구조교육, 레이더시뮬레이션 등 5가지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부산의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나 인천으로 가서 받는 실정으로, 연수원 등 재교육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