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사람이 자원이다 10. 김차원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 단장

김차원 단장은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중앙고를 졸업하고 추계예술대학을 중퇴했다. 서울중랑구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각각 수석단원으로 활동했다.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예술의단당 콘서트홀에서 2012년 오페라 하이라이트 총감독, 2013년 세계합창제 개·폐막식 음악감독, 2015년 천안함 5주기 추모음악회 총연출 등 굵직한 행사들을 진두지휘했다. 또 오페라 '마술피리' 총연출, 올해 2월 연평해전 14주년 기념 음악회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맨발로 일군 오케스트라 제주홍보 '덤'
고향 출신 음악도 등 신인 연주자 발굴
예산문제 실력 돌파…도움 손길도 늘어
"꿈이 있어 행복…도민 애정·관심 당부"
음악인 김차원씨는 오케스트라와 20여년 세월을 함께 해왔다. 15년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7년 전에는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단장을 맡고 있다. 김 단장이 이끌고 있는 오케스트라는 특히 김 단장 외에도 제주 출신 연주가들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남다른 애착의 말로는 '고향'이다.
어릴 때 접한 악기 평생 꿈으로
축구를 좋아하던 초등학생이 오케스트라 단장이 되기까지 먼저 음악을 시작한 중학생 형이 나침반 역할을 했다. 열 살 즈음 트롬본을 배우게 된 김 단장은 "그저 음악이 좋았다"고 말했다. 흥미를 자극하던 음악이 삶으로 이어진 데 대해 "음식이 맛 있어도 전문 셰프가 아닌 이상 소스에 대해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곡을 듣고 나만의 구별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도"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이 걸어온 길은 탄탄대로가 아닌, 덤불을 헤치고 길을 내 뒤따르는 이들을 인도하는 '프런티어'에 가까웠다. 제주도를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한 스무살때부터 학비와 모든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서울에서 '문화'를 통해 고향을 돕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바이올리니스트 후배의 권유로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 성사됐다.
특히 제주에서 음악을 전공하다 더 큰 배움과 무대를 찾아 상경한 고향 후배들에게 김 단장은 든든한 '등불'이 돼 주었다. 현재 오케스트라 단원 60여명중 제주출신만 20여명에 달한다. 제주도내 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나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을 연결, 김 단장이 기획하는 무대에 세워 신인 연주자로 키우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당장 금전적인 후원은 어렵지만 꿈을키워가는 학생들에 돈보다 훨씬 더 값진 '무대 경험'과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는 경력을 선물하는 셈이다.
김 단장은 "유럽서 한국사람을 볼 때 반갑듯이 서울에서 제주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눈길과 마음이 한번 더 가는 게 사실"이라며 "제주가 좋은 점은 '제주도가 고향'인 점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고향 제주는 항상 따뜻하고 그리운 부모님의 품과도 같다"고 말한다.
작은 발걸음에서 '서울 최고'로 발돋움
김 단장이 이끌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연주자 시절 알고 지내던 동료나 선·후배가 대부분이다. 한명씩 찾아다니며 같이 하자고 권유를 하고, 다른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들도 합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김 단장은 "멤버가 갖춰진 후 공연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 끝에 전국 학교마다 콩쿨을 진행했다. 1등을 하면 우리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시켜주마 약속하고 첫 연주를 시작했다"며 "학교 선생님들의 칭찬에 힘을 많이 얻었고, 공연과 홍보를 병행하기 위해 연주자 시절 벌어뒀던 돈까지 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렵사리 꾸린 팀이었지만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항상 엄격하다. 특히 김 단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습시간 준수와 기량 유지다.
"연습시간에 10분 늦는 단원은 공연에서도 늦을 수 있고, 오케스트라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모든 사람이 잘 할 필요는 없지만 한명이라도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되는게 오케스트라인 만큼 전반적인 균형에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노력에 힘입어 코리아솔로이츠는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민간 오케스트라 중 '최고'란 평가를 얻고 있다. 코리아솔로이츠가 한계를 넘어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우뚝 선 것은 국내 최정상급 지휘자중 한명인 초대상임지휘자 박인욱 교수의 각고의 노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연주자를 가장 믿고 신뢰하는 지휘자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게다가 김 단장이 제주출신인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 홍보도 '저절로' 되는 상황이다. 고용 창출이나 무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또 공연을 통한 오케스트라 홍보를 위해 마련한 공연도 연간 20여회에 달하고 있다.
김 단장은 "2시간짜리 '김만덕 오페라' 시나리오와 곡을 작업 중"이라며 "김만덕기념관 초청으로 오는 12월14일 자선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렵지만 서울제주도민회 관심 등 긍정적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상황도 종종 마주치곤 한다. 가장 큰 난관은 '예산'이다. 공연 한 번에 수천만원이 훌쩍 사라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김 단장은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단원들에 지불하는 비용에 대관료, 스타 섭외 등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런 비용들을 입장권 판매로 충당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블로거에 공연을 소개하거나 공연예매 사이트를 활용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웃음지었다.
그는 또 "2012~2013년 어린이날 시설 아동과 조손가정 아이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며 "공연을 보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2014년에는 1000여명의 아이들을 위한 공연 요청 편지를 받았지만, 당시 제작비가 없어서 성사시키지 못한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김 단장은 "공연횟수가 거듭되면서 익명으로 돈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제주지역에서의 관심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인 '오케스트라의 능력'이 알려질수록 도움의 손길도 많아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홍보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것이 결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단원들의 능력이고 단원들의 연주가 좋기 때문"이라며 "연주자 때는 돈 쓸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꿈이 있기에 지출이 많아도 오히려 행복하다"고 웃음지었다.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서는 "기업스폰서나 연고제가 잘 운영되는 유럽처럼 모든 단원이 상근단원 신분으로 연 50회 정도의 공연을 펼쳤으면 한다"며 "직장인의 개념으로 안정적으로 단원을 꾸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원 고갈로 문 닫는 일만 없으면 단원과 순수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양원찬 박사를 비롯해 서울제주도민회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순수예술시장 활성화 학교로부터 시작해야" |
| 대중문화 비해 시장 형성 어려워 제주지역의 순수예술 발전 방향에 대해 김차원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 단장은 자연스러운 '시장 형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김 단장은 "제주도의 문화관광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류'의 흐름을 타고 콘서트 등 대중문화예술도 부쩍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은 순수예술의 경우 인위적인 시장 형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형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래식을 찾는 수요자가 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제주에서도 서울 공연팀 초청 공연이 늘 것이고, 공연이 이어지다보면 공연장도 늘어나는 등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단장의 진단에 따르면 현재 제주지역은 인프라는 잘 조성돼 있는 상황이지만 순수예술에 대한 수요는 적은 편이다. 공급처에 비해 수요가 안되다보니 티켓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순수예술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어릴 때 학교에서 접해야 한다. 특히 클래식은 들으라고 해서 들리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악기를 접하면 커서 자신이 다뤘던 악기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더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영화나 뮤지컬을 좋아하듯이 지속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작곡 기법이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음식을 예로 들면 즐기기 쉽고 똑같은 맛의 비슷한 식당이 대중가요라면 클래식은 장인이 맛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나만의 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장인의 음식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의 노력이 있듯이 클래식을 듣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도 제대로 활성화된 것은 150년에 불과하다"며 "왕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산업혁명으로 대중들에게도 여유가 생기고 역사가 쌓이면서 오늘날의 클래식을 만들어낸 것처럼 제주의 순수예술시장도 언젠가 제대로 '바람'을 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