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성훈 강원대학교 교수

외부자본·지역산업 공존 어려워 토착기업 구매력 향상 역할 필수
1차 생산품 청정 지속, ICT 결합 스마트 농축수산 고도화 등 중요
서비스업 혼자서 글로벌 경쟁 생존 불투명…6차 및 융복합 승부
제주서 제품 '기획·제작·판매' 3박자 결합할때 임금 상승도 가능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1966년 출생. 동국대 지리교육과 졸업후 동대학원·영국 Univercity of Sussex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강원대 교수로 재직중인 정 교수는 지역발전위원회 정책기획평가 전문위원, 한국산업클러스터학회 이사·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중학교 사회 1, 2」 「글로벌 경쟁의 조건, 해외광역클러스터」 등을 공동 저술하는 한편 '한국의 정부주도형 지역 산학협력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 제주산업의 위기와 기회는 무엇인지?

=다음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돼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제성장과 투자증가에도 불구하고 체감효과가 낮은 주민 소득·일자리는 위기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규모 외부자본 투자 및 관광객 증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아 자연환경 훼손 등 개발과 보존의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

# 제주의 1차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존립·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산업이지만 위기론도 제기된다.

=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이지만 제주 1차산업은 지역의 상징적 문화 경관으로서 산업구조상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제주경제를 구성하는 핵심 기반요소다. 하지만 FTA 등 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비교 열위,  1차산업 발전 주체들의 조직화 보다는 개인 사업체 위주 형성, 1차 산품의 청정함 지속 확보 가능성 여부, 스마트농축산업 등 ICT와 결합한 산업시스템 고도화 미흡이 위기 요소로 분석된다.

# 1차산업 위기 극복 방안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체질 개선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체질 개선은 기존 내수 시장만이 아닌 수출 시장 확대까지 의미한다. 시장개방 경쟁력 확보는 결국 수출경쟁력 확보를 의미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 아닌 상품의 질적 경쟁력으로 차별화시켜야 한다. 고품질 차별화 경쟁력은 개인 기업 차원에서 확보가 매우 어렵기에 공동체적(생산자, 가공 및 유통업체, 제주도, 생산자 단체 등) 대응, 즉 상생과 협력을 통한 강화가 필요하다. 1차 산품 청정성 확보 및 산업 스마트화는 산학연 협력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 제주가 관광산업 성장에 힘입어 서비스산업의 호황을 맞고 있지만 관련 종사자의 임금은 낮아 '성장의 그늘' 표현도 제기된다. 임금 상승을 동반하는 서비스산업 성장 전략과 실천 방안은.

=1990년대 이후 산업 추세를 반영해 제주미래비전은 6차 산업, 융복합 산업을 강조했다. 현대는 단일 산업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이 힘들다. 또 종사자의 임금 상승을 동반한 서비스 산업 성장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3박자가 제주라는 공간과 결합돼야 한다.  '메이드 인 제주'를 비롯해 '디자인드 인 제주'와 '솔드 인 제주'가 매우 중요한 시대다. 고립된 제주경제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상품에 제주만의 독특함을 강조하면 서비스업 성장으로 임금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 '성장의 그늘' 측면에서 제주지역의 고용률 및 취업자 증가율이 전국 최상위권을 보이지만 일용근로자 등 비정규직도 적지 않다. 고용시장의 질적 성장 방안은.

=학술적으로 제시된 지역 노동시장의 질적 성장 방안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다. 영국·프랑스·독일 세 나라가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경제 구조조정 시기에 겪은 경험이 좋은 사례다. 영국은 신자유주의에 기초해 기업 수익의 상승과 감소에 따라 노동자들을 채용하거나 해고함으로써 노동시장이 극심한 불안을 겪었다. 프랑스는 영국과 유사하면서도 엘리트 그룹 교육·훈련에 투자한 결과 숙련도는 유지했지만 노동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독일은 기업 수익의 증·감에 따라 소폭의 채용과 해고를 유지하는 노동시장 안정화 정책을 썼다. 이 방식은 독일 통일 후에도 노동분담제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공유로 이어졌다. 독일식 모델의 노동시장 안정화와 정부는 물론 노동자 자신들도 끊임없이 교육·훈련에 투자할 때 질적 성장도 이룰 수 있다.

#내부 산업발전 역량 강화를 위해 취약한 제주 토종 자본과 외부 자본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외부 자본이 지역산업과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외부자본의 관광분야 집중 및 중국 편중 특성상 제주에 뿌리를 내리게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과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단일 외국기업이 지역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지역에서 창출된 이익만을 본국으로 가져가는 분공장 또는 분소 형태의 외국자본 유치는 지양해야 한다. 외국기업들이 제주 토착기업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지역에서 구매력을 높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제주미래비전은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창조 제주 만들기' 원칙 일환으로 지역 경제 및 일자리 중심의 접근의 지역간·기업간 협력 네트워크를 이루는 내생적 성장력을 갖춘 산업생태계 중심의 사업정책 추진을 제시했다. 이유는.

=특정 산업 성장의 독자적 시장 형성이나 공급처 형성이 곤란해 지역 취약성 극복을 위한 지역간 협업이나 타 지역내 기업과의 협업 형성이 필수적인 제주지역 여건을 반영했다. 먼저 정책 목표를 산업·기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서 지역경제 및 일자리 중심의 접근으로 낮추며 보다 지역 현실에 접근했고, 정책 추진의 공간적 범위도 지역간·기업간 협력 네트워크에 기초했다. 이와함께 추진전략은 역외기업·자본 유치와 실험실 중심의 기술 창업에서 벗어난 아이디어 중심의 다양하고 개방적인 창업기반 확충을 꼽았다. 기업이 집적할 공간 개발 전략도 기존 첨단과학단지 등 계획적 개발 중심에서 거리(street)와 가상공간, 가상과학단지, 가상 사무실 등 실세계를 반영해야 지역경제의 경쟁력과 유연성 및 회복력을 제고해 기업성장과 지역발전의 선순환체계를 갖춘 내생적 발전모델을 구축토록 제시했다. 

#제주지역 산업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 대학의 역할은.

= 가장 중요한 점은 대학은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작됐지만 모든 대학들은 2023년에 현재보다 학생수가 16만명 정도 감소하는 '학령인구 절벽'의 시대를 만난다. 특히 대학은 1980년대까지 인력양성이 목표였지만 21세기는 인력양성과 더불어 취업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대학과 지역산업간의 상생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핵심적 역학은 창업이고, 창업기업들이 지역에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지방정부는 지역전략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대학 중심의 캠퍼스 전략 또는 특화산업 발굴 및 육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훈석·김하나 기자
 

정성훈 교수의 제주현안 해결 제언

무조건적인 고비용보다 저렴한 고품질관광 최상

다양한 방문객 욕구 충족하는
런던시 '거리 경제' 대안 제시

제주도가 고품질 관광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성훈 교수는 저렴한 비용에 기초한 고품질 관광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저비용 관광은 지역경제의 부정적 영향 외에도 좋은 지역 이미지 실추가 더 큰 문제"라며 "무조건적인 고비용 보다 저렴한 비용의 고품질 관광이 최상의 관광"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에따라 고품질 관광 실현을 요건으로 △도시의 삶의 질 △안전망 확충 △관광객에 대한 의료 서비스 다양화를 제시한데 이어 제주에서 추진중인 휴양형 MICE산업 육성, 웰니스 투어리즘, 레저스포츠의 활성화를  실천 방안으로 주문했다.

정 교수는 특히 실천전략과 관련해 상가 경제로 대표되는 '거리 경제의 활성화'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영국 런던시는 한해 2000만명의 관광객 체류시간이 3~4시간, 하루나 이틀, 한달 등 다양하지만 이를 수용하고 만족도를 높일 '특성화 거리'로 '거리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며 정치의 거리인 국회의사당과 버킹검 궁전, 오페라 극장이 즐비한 거리, 영화 노팅힐 촬영지, 중국인이 점유한 소호 거리 등을 사례로 들었다.

정 교수는 "런던에는 저품격, 중품격, 고품격의 2000만명 관광객들이 자신에 맞는 거리를 찾은 결과 특화 현상을 보인다"며 "제주 역시 이중섭의 거리와 바오젠거리처럼 제주의 거리 특성에 주목한 다양한 실천 정책이 필요하고, 전통적 관점에서도 관광지 공간은 방(내부) 아니면 거리(외부)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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