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권원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권원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1945년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및 동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예술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기획조정실장을 거쳐 1989년부터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재직중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3월 정년 퇴직과 동시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 활동하면서 ㈔도시정책학회를 창설, 한국적 계획활동의 이론과 실천 연구에 전문 식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참여·협력 핵심…토론·대화 사회적 합의 도출 필수
제주사회 '개발·보존' 가치관 대립 첨예…협치로 성장관리 부탁
주민을 행정서비스 소비자 아닌 공동생산자 파트너로 간주해야
공직사회 칸막이 제거, 공론의 장 자주 열리면 선거 분열도 치유


#국정, 지방행정을 비롯해 국회까지도 협치를 운영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협치의 정의와 필요성은.

=협치(協治)는 정부의 일방적 통치(統治)에 반대되는 개념에서 비롯,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 시장, 시민사회(일반시민, NGO, 각종 이익집단, 언론 등)가 상호 신뢰에 기초한 참여를 통해 공공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협력적 네트워크를 말한다. 세계화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확산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나타난 분권화, 민주화로 지역주민과 다양한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분출되면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지만 모든 참여자들의 '토론과 대화' 의사소통기술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한마디로 협치는 통치와 달리 '협상과 설득'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문제해결방식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운영에 있어서 협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무엇인지.

=협치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개발연대부터 누적된 정부에 대한 불신 해소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당선만을 위해 지키지도 못할 허황된 공약을 남발한 결과 지역 주민의 신뢰를 잃었다. 협치는 정부와 지자체의 새로운 운영방식이고, 선진국에서 사회적 자본이라 일컫는 신뢰는 참여자 간의 소통이나 상호작용을 원활케 함으로서 협력을 얻어내는 토대가 된다. 논어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이야말로 협치 성패의 정곡을 찌른 명언이다. 

#협치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논의 과정에서 갈등·대립이 심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치의 최종 목표는 모든 이해관계자간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 모두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이상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토론문화 부재, 남의 의견 경청 보다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등 의사소통기술이 매우 미흡하다. 협치와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는 '관용과 인내'를 요구하며 의사결정의 지연에 따른 행정비용도 감내해야 한다. 또 일부 시민단체(NGO)가 무조건 반대로 일관함으로써 아예 타협의 여지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협치에서 가장 중요한 협상과 중재를 담당할 전문인력도 거의 없는 것도 협치 성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대 도시사회의 모든 행정은 협치 행정이기에 갈등 해소와 분쟁 조정의 기구 및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제주사회의 협치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희룡 도지사가 취임초기부터 정치적 리더십이나 도정의 철학적 기조로 협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로 제시한 '청정과 공존'은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치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생태적 수용능력 유지 및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성장관리를 위한 규제강화가 불가피하다. 반면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중앙정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자유치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완화가 요구된다. 제주형 협치 모델은 이러한 두 마리 토끼를 상충 없이 잡아보자는 의도이다. 이제라도 협치역량을 키우려면 주민역량 부터 키워야 한다. 선진국은 마을의 경관에 영향을 끼칠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지역주민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현장 지식에 밝은 동네주민이 협치의 주체로 서고, 담당공무원은 행정도우미로 봉사하면 제주도 협치역량도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다. 

#제주에서 협치가 필요한 주요 분야는.

=아무리 훌륭한 협치체계를 갖춰도 작동이 제대로 안되는 분야가 이념이나 신조와 맞물린 사안이다.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개발과 보존의 가치관 대립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적정하게 타협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명분으로 각종 성장관리기법이 정부가 수행하는 규제수단으로 채택되고 있다. 협치를 통해서 개발의 규모, 속도, 공간적 분포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또 비선호(NIMBY)시설 입지 선정에 따른 해당지역 주민의 집단 반발도 협치로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 공익시설인 만큼 충분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입지선정방식이나 절차가 투명한 '크리스털 행정'으로 수행되지 않아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제주영리병원 도입처럼 기득권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협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도정이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립 및 조례의 제·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협치 측면에서 분석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는 주민을 협치대상이 아닌 통치대상으로 여기고, 일부 공무원의 자세는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도시계획처럼 주민의 재산권 변동에 관련된 사항마저도 지극히 형식적인 법적 절차만 밟으면 책무가 끝난 것으로 치부한다. 공청회가 주민 의견을 진솔하게 경청하는 기회라기보다는 법령 규정 요건 충족을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협치 관점에서 관보 등에 고시하는 입법예고는 불충분하다.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정책수립의 목적이나 조례제정의 취지를 널리 홍보하고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또 주민을 단순한 행정서비스의 소비자가 아니고 공동생산자도 될 수 있는 협치행정의 눈높이 파트너로 간주해야 한다.

#제주지역 공직사회의 부서간 협력 및 협치 전문성 배양 등 역량 강화방안은.

=지방정부는 기능적 중앙부처와 달리 주민생활과 밀착된 종합행정을 맡고 있다. 현장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민원 성격의 문제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관료조직은 소관 업무에 따라 칸막이가 철저하고, 공공문제를 종합적으로 인식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도 결코 아니다. 그러나 협치시대에는 문제해결을 위해 팀웍을 이뤄 정보 교환 및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자주 마련돼야 한다. 특히 협치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도입후 부작용의 하나는 공직사회의 분열도 차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공직사회가 현안과제를 합의형성으로 해결하는 경험이 쌓이면 파벌 갈등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 

 

권원용 교수의 제주현안 해결 제언

"제2공항 제주 발전 기여 선정이유 투명공개 필수"

수용토지 적정 보상 기준 마련
개발 이익 이주민 추가 지원도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주 제2국제공항 입지를 성산읍지역으로 선정한 후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권원용 교수는 "제주 장래를 위해 반드시 시설해야 하기에 정부·제주도정이 인내심을 갖고 입지 선정 이유 등을 주민에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선 "제2공항은 현 제주공항의 이용객 급증으로 항공기 이착륙 지연율이 전국 최고인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정책 과제로서 어느 곳이든 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된 성산읍 주민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님비시설이 아닐지라도 소음 피해와 건축높이 제한 등 재산권 행사의 제약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 비밀 누출에 의한 땅값 상승 등 입지결정 과정에서 민주성이 결여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주민에 설명하는 한편 다른 후보지의 비용·편익에 대한 치밀하고, 과학적인 비교·분석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제2공항 건설 갈등 해결을 위해 직접 수용되는 토지주 및 주민생활 피해 정도를 거리에 따라 공평하게 감안하는 적정한 보상 기준 마련도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제2공항 건설 이후 주변지역 토지 소유자에 돌아가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 토지를 수용당한 이주민에게 추가 지원하는 '개발연금제도' 도입은 물론 협치로 갈등을 해결할 입지분쟁조정위원회 설치와 협상 중재인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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