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사람이 자원이다 12. 무용수 황용천

한국무용 꿈꾸며 섬 탈출…학연·지연없이 열정으로 부딪혀
제주는 순수했던 어린시절 떠올리게 하는 '감정선의 시작'
전통·현대 어우러진 작품 준비중 "제주색 담은 춤 하고파"

생을 다해 추자도 해안가에 밀려들어온 거북이. 천진난만하게 그 등을 타고 놀던 '추자도 소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됐다. 훤칠한 키와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그의 감성은 어떠한 색(역할)을 입혀도 잘 소화해 내는 '하얀색'을 닮았다. 무대 위, 그의 손동작 하나에도 관중이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어릴적 '추자도 바다'를 보며 키워온 황용천 무용수의 감성을 전한다.

# "인생은 나침반"

국립무용단 소속 무용수 황용천은 어릴 적부터 무대 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했다. 제주도 안에서도 추자도라는 작은 섬에서 자란 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되기까지는 마을 어른들의 제주전통의 토속적인 행사가 나침반으로 작용했다.

황용천은 무용을 하게된 계기에 대해 "설 명절 등에 마을에서 치러지는 '길굿'이나 '용왕놀이' 등의 행사를 보고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 같다"며 "초등학교 시절 '사물놀이' 클럽활동을 택한 이유도 토속적인 것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자도를 벗어나 제주 시내권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19살이 되던 해 친구의 권유로 동아리 공연에 참여했다. 당시 안무선생님의 눈에 그의 재능이 발굴된 것일까. 그때 처음 한국무용을 권유받았고,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시작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했다.

그는 "누군가의 앞에 서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한국무용의 깊은 매력을 깨달은 후엔 취미로 끝나는 것이 싫어 대학진학을 위해 제주를 떠났다"며 "한국무용을 시작할 때도 토속적인 음악을 들으며 자라온 터라 친숙함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내가 가진 것은 '열정'뿐"

제주도 안의 작은 섬 추자도, 문화적인 혜택이 타 지역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타 지역에서의 느낌은 또 달랐다. 그에게는 눈뜨면 보이는 추자도 바다와, 사방에 펼쳐진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준 감성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한국무용의 꿈을 안고 제주를 벗어난 그는 무용을 전공한 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국립무용단원과 공연의 주인공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은 '뛰는 가슴'과 '열정' 그 뿐이었다. 과거 그의 노력이 혹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황용천은 "유명한 선생님의 제자도 아니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문을 자꾸 두드렸다"며 "무용에 대해 모든 것을 걸어야 겠다고 생각했을 땐, '무용' 이외의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새벽 6시 눈떠서 잠들기 전까지 연습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의 많은 경험과 노력들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는 나의 감정선의 시작"

그는 무용을 하면서 '순수함을 잃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고 전했다. 국한되게 나누는 것이 아닌 국·내외문화가 다른 것 역시 환경의 차이인 것처럼 자연적인 요건에서 보여지는 감정이 다를 때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용천은 "중학교 재학 당시 바다를 가로 지르는 다리가 무너져 배를 타고 등·하교 할때가 있었다"며 "뱃머리 위에서 본 물살은 가위로 천을 자르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장면은 순수했던 나의 내면의 모습이다. 제주도는 가장 순수했던 나의 모티브가 되는 감정선의 시작"이라며 "내가 삐걱거린다고 느낄 때, 지칠 때 마다 이 장면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과, 제주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제언도 놓치지 않았다.
황용천은 "제주도 섬이라는 곳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 그 틀을 깨야한다"며 "많이 보고 배우며, 새로운 것들을 찾아 많은 경험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석양과 일출, 억새풀, 오름 이 모든 것이 조화된, 보물과도 같은 자연환경을 보면서 유년기·청소년기를 보낸다는 것은 선택 받은 것"이라며 "성공의 잣대를 떠나서 좋은 에너지를 갖고 사회에 나오면 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도전"

2017년 3월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의 협업 작품인 '회오리' 공연을 준비 중이다. 해외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 마련되는 해당 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접목해 한국 무용의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주도의 전통행사를 보며 자라온 '추자도 소년'이 '대한민국 대표'의 명찰을 달고 세계화로 향하는 몸짓으로 무대 위 공간을 채워나간다. 그 몸짓은 언어가 되고, 동작 하나하나 밀도를 표현하며 땀과 호흡만으로도 관중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무대 위 화려한 모습 뒤에는 그의 '열정'과 지속적인 도전이 있고 아직 진행중이다. 그런 그가 제시하는 '인생 로드맵'에는 '순수함'을 선물한 제주도에 대한 보답도 빠지지 않았다.

황용천은 "앞으로 개인적인 작품을 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 때를 그릴 때 마다 어떤 제주도의 색을 가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어도 사나' 라는 노래를 좋아하고, 작품으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험을 쌓아 향후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제주 문화예술 제자리...특색살린 인프라 필요

청소년 인재 유출 막으려면
예술고·대학 설립 고려해야
"틀을 깬 다양한 경험 도움"

국립무용단 소속 황용천 단원은 제주도가 각종 토지개발이 거듭되는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문화예술분야의 교육적인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 단원은 "최근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예술이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도 작품활동을 위해 제주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제주지역의 문화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작품활동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제주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인프라 시설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주만의 특색을 부각시킨 인프라시설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그는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고등학교와 예술대학교의 설립도 고려해야 된다"며 "현재 제주지역 청소년들은 관련분야의 공부를 위해서는 타 지역으로 가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꿈과 같은 꿈을 품고 있는 제주지역 청소년들에 '재능기부' 등의 강연 제안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뜻 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이어 "섬인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척된 틀을 깨고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해야 된다"며 제주지역 후배들에게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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