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1.프롤로그

제민일보 대학생 인식조사서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 커
기성세대의 취업·경제적 지위보다 인간관계 욕구가 우선
해가 바뀔 때마다 '청년팔이' 정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 임금피크제 등은 청년 갈증을 해소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제민일보는 올해 주제인 '공감제주, 감동제주' 프로젝트로 제주 청년들의 생각을 묻고 그들의 고민을 듣는다. 또 원하는 것에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젊음'과 먼저 그런 과정을 밟은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생각하는 '청춘'을 응원한다.
단순 일자리보다 '관계'의 문제
지난해 제민일보가 도내 대학생 100명에게 물었다. '지금 행복한가'하는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27명이 '불행하다'고 현재를 판단했다. 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했다. 1학년의 90%는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4학년은 2명 중 1명만 행복감을 느꼈다. 사회적 기준으로는 같은 '청춘'이지만 현실 체감도는 달랐다. 상위 학년으로 갈수록 취업·진로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현재의 불만이나 고민도 '취업 및 진로'가 43%로 당면한 학업 성적(19%)이나 경제적 문제(13%)보다 높았다.
일자리 문제만 해결하면 청년들의 고민은 바로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은 '아니다'다. 청년들이 느끼는 불행의 원인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 '현재 불행하다'는 응답자중 19.4%는 가족과 친구·학교·일터 등 인간관계에서의 외로움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취업 불투명으로 인한 불안감(18.4%) 보다 더했다.
행복의 조건으로는 '충분한 여가시간을 갖고 즐기며 사는 것'(39%)을 1순위로 꼽았다. 다음이 취업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것'(20%)이다. 기성세대들이 희망하는 '주택, 차량, 생활비 등 경제적 여유'(18%)는 세 번째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해 놓고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누구나 '왜?' 반문하는 일에 뛰어드는 이유다. 청년들의 요구는 '취업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고 싶다로 정리된다.
경쟁 강요하는 사회
한 취업포털이 국내 기업 재직자 23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지난해 기업에 채용된 신입사원 중 상당수가 1년 안에 조기 퇴사했다. 중소기업에선 신입 1만4284명 중 33.5%인 4789명, 대기업도 8609명 중 1880명(21.8%)이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떠났다.
신입사원들의 퇴사 이유 중 1순위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 때문'(22.5%)이었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서'라는 응답도 19.2%나 됐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준비가 부족했던 '입사 1년차'의 고민 중에는 '강도 높은 업무량'(11.8%)과 '비전을 찾지 못해서'(5.8%)도 있었다.
반대로 희망(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적절한 탐색과 적성(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면 '중도포기'라는 좌절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어림셈을 해봐도 청년의 단기간실업·재취업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진로 탐색 비용보다 더 소요되지만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에게 묻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충분한 여가를 갖는 일'은 사실 누구나 원한다. 결국 '어떻게'라는 문제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개개인의 요구에 모두 들어맞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청년'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분야의 인생 선배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경우의 수를 늘릴 수는 있다.
한 때 '청년'이었던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거나 필요하다는 판단에 올인했다. 방법도 다양했다. 직장 안에서 변화를 시도했고, 아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골라 걸었다.
몇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성공 역시 답은 아니다. 아직 도전 중이기도 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모두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원하는 대로 취직이 힘들면 '창직'을 하고, 또 '창업'을 한다. 미리 잘 닦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새로 길을 내려면 실패 몇 번은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광우병 파동에 처음 '촛불'을 제안했던 청춘은 오늘 대한민국을 흐르는 촛불의 강을 먼저 보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려보자던 작은 의도가 지금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

[인터뷰] 박경호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
박경호 제주청년협동조합 이사(위즈돔 제주 총괄매니저)는 제주 청년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꿈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꼽았다.
청년들이 만나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정책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제주 청년들에게 단순히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희망하는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시급하다"며 "최근 청년다락이 옛 세무서사거리 인근에 만들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이같은 공간을 기반으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만나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 더 크레비티 사람도서관(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인적교류사업)을 통해 제주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많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봤다"며 "청년들은 미래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강연 내용이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현실적인 고민도 엿보았다"고 밝혔다.
또 "행정 차원에서 제주청년실태조사가 올해 계획돼 있는데, 기존의 실태조사보다 많은 고민을 담아내야 한다"며 "특히 일자리보다 삶의 질과 여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들의 변화된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이사는 이와 함께 청년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주는 일도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대다수 도내 대학생들이 1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과 계획이 부족하다보니 2~3학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에 급급하다"며 "이는 청년들이 정작 제주도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잘 모르는데에도 기인하는 만큼 이에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