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2. 응답하라 2030

제주청년네트워크가 지난 11일 제주시 옛 세무서사거리 인근 청년다락 1호점에서 개최한 제주청년 기본소득 토론회 모습. 박건도씨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날 토론에서는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과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깅봉철 기자

제주청년네트워크 다양한 목소리 모으기 활동 본격화
물질·정신적 소외 벗어나 동등한 기회 위한 대안 모색

제주 청년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타 지역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적고 진출할 만한 분야도 제한된 까닭에 제주 청년들의 '할 말'에 힘이 실린다. 제주지역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를 자처한 제주청년네트워크를 만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우리 손으로 미래 그린다

제주청년네트워크(상임대표 유서영)의 시작은 지난 2015년 11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제주의 20~30대 청년들이 모여 2030년 미래를 직접 그려보자는 주제로 첫 번째 '응답하라 2030'을 진행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듬해 4월에는 '우리는 N포세대입니다'를 주제로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이 때의 'N포'는 포기한다는 '抛'가 아닌 가득차다는 뜻의 '飽'를 썼다. 청년들을 이미 포기한 세대로 규정짓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의 뜻으로 '우리는 뭔가 하고 싶은 사람들' '우리는 ~로 가득찬 세대'라는 뜻을 담았다.

지난해 8월에는 '응답하라 2030' 세 번째 행사후 단체 등록으로 네트워크가 발족됐다.

회원은 개인과 단체 등 다양하다. 참여하는 단체로는 제주청년협동조합과 제주청년창업협동조합,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제주청년문화예술발전회 '바람' 등이 있다. 

이밖에 회원은 아니지만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도 있다. 참여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로 현재 유서영 상임대표와 박경호·김영민 비상임대표 2명 등 11명이 제주청년네트워크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 민관 거버넌스 최종 목표

제주청년네트워크가 그리는 최종적인 목표는 '민·관 거버넌스'다. 행정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협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또 창업과 문화 등 각 분야별로 관련 청년단체들의 목소리를 공유하고, 활동을 뒷받침하는 협의체 역할도 맡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제주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유서영 상임대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행정에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단체가 지금까지는 도내에 없었다"며 "아직 몇개의 단체가 안 되지만 다양한 청년 단체들과 뜻을 모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청년네트워크는 다양한 주제로 청년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열고 있다. 이렇게 청년들의 의견을 아카이브로 정리한 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본격 제안할 예정이다.

# 집값·결혼·노후 고민 다양

지난 11일 청년다락 1호점에서 열린 제주청년 기본소득 토론회도 이같은 '할 말 모으기'의 일환이다.

'한 달에 50만원이 보장된다면?'이란 주제 아래 지자체가 조건 없이 일정의 생계비를 정기 지급하는 제도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됐다.

제주 청년들의 고민이 정제가 됐다.

논의에 앞서 쏟아진 고민 중에는 '노후에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된다' '독립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일과 학업을 병행해서 힘들다'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까' 등 경제적 문제가 주를 이뤘다.

사회 문제나 미래 설계는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청년들은 기본소득 도입을 전제로 '하고 싶은 일'로 '많은 책을 사서 읽고 싶다' '스펙을 위한 공부 말고 진짜 공부를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찾겠다' 등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청년으로 '제대로 살고 싶다'는 속내가 드러났다.

# 청년이 원하는 건 '구성원 인정'

제주 청년들의 희망은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지점에서 청년들은 물질적·정신적 '소외'를 받아왔다. 청년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 진정한 청년 정책이라는 의미다.

매년 발표되는 관례화·수사화된 일자리 대책은 청년들에게 기대보다 실망만 안겨주면서 또다른 '결핍'이 됐다.

제주청년네트워크는 지금까지 청년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모으고,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서영 상임대표는 "청년을 '소외계층'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막무가내로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청년'도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봐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대안을 찾게 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실천 방안을 마련하면 실현은 사회 전체가 맡는다는 구상이 짜인다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배에게 듣는다] 위성곤 국회의원

"도전했다는 생각은 않는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한 번 해보겠다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 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초선'이란 꼬리표가 어색할 만큼 부지런한 활약으로 국회 입성을 신고한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 귀에 쏙 박힌다.

도의원과 국회의원 모두 '첫 도전 성공'신화를 썼던 이유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어서"라는 점은 의외였다.

"처음부터 정치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뗀 위 의원은 "내가 잘 하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로 하는 일을 돕는 일을 생각했고 그것이 정치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집중했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을 했던 그였지만 졸업 후 진로는 언론사와 건설업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 생활은 "썩 잘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재미있지 않아서" 일찍 접었다.

대신 30대 후반이던 2006년 5월31일에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에 도전했다. "'아직 어리다'는 핸디캡에 인지율 2%, 지지율 0.9%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득표율 39% '당선'이었다"며 "다들 기적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움직였다"고 털어놨다. 그런 노력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초선 당선으로 이어졌다.

인생선배로 조언을 부탁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한번쯤 아파봐야 청춘'이란 말은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일단 도전하라'는 충고다.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포기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것'이 청년다움"이라고 강조했다. 

위 의원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어린 학생들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정치인이 아니라 인생 선배로 청년들이 희망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