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4. '잘할 수 있는'의 힘

현실 안주·포기 대신 기술연마…꿈의 취업 성공
도내·외, 해외 기업까지 특성화고 출신 맹활약도

인생에 있어 옹이가 생기는 힘든 계절이다. 졸업을 통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그러나 또 누군가는 기회에 대한 아쉬움으로, 또 누군가는 '낙오'에 대한 부담으로 허덕이는 시기다. 그래서 다시 청년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무엇을 할 것인가. '청년'에 주어진 자격은 가장 정답에 가까운 인생을 위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 "공무원·대학보다 꿈이 우선"

어릴 적부터 유난히 자동차를 좋아했던 송지엽씨(24)는 주변의 권유로 전문대 중국어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학장 노정진)에서 자동차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는 일을 위해 과감히 중국어과를 자퇴하고 자동차 관련 서적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복 학습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고, 3개월 만에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이어 전기자동차 고전압 배터리 안전 교육에 참여해 세계가 인정하는 레벨 1에 해당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로더운전기능사, 건설기계정비기능사, 용접기능사 자격증 등 국가기술자격도 따내며 전문성을 키운 결과 올해 1월 KCC오토㈜벤츠자동차에 최종 합격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에 매달렸던 장원보씨(32)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과감히 접고, 새로운 길을 찾은 경우다.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스마트전자제어학과에 입학후 1년간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린 결과 통신선로기능사, 전기기능사, 전자계산기기능사 등 다수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노력의 결실로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 및 보수업무를 하는 ICT전문기업 월드씨앤에스에 성공적으로 취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 주저없이 새로운 '기능인'의 길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예전같으면 화제가 될 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어가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3년간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의 문을 두드린 입학생중 대학 졸업자는 2014년 100명(4년제 25명), 2015년 104명(〃 35명), 2016년 99명(〃 29명) 등 매년 100명 내외에 달하고 있다. 이는 입학인원(217~231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 특성화고 졸업자도 '약진'

기능인재의 산실인 특성화고에서도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보통과를 포함한 10개 특성화고의 취업률(2월1일 기준)이 2014년 20.8%에서 2015년 28.8%, 2016년 30.5%로 매년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림공업고등학교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가 최근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림공고의 경우 2014년 33.2%에서 2015년 47.0%, 2016년 54.6%, 제주여상은 2014년 19.2%에서 2015년 25.7%, 2016년 31.9%로 취업률이 급증했다.

학부모나 학생 모두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도내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점점 전문기술자로서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양질의 일자리 취업이 늘고 있는 점도 희망적이다. 특성화고 졸업자 중 예년 10~20명 수준이던 JDC 면세점 취업자 수가 지난 1일 기준 46명으로 늘었고, 연 1~2명이 채용되던 제주도개발공사에는 올해 22명이 취업했다.

도개발공사인 경우 특성화고 졸업자의 저력도 확인했다. 2015년 도교육청과 제주도 간 교육행정협의회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고졸 11명을 특별채용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대졸자 등과 공개모집 경쟁에서도 11명이 합격했다.

카카오의 가족 회사인 DK서비스는 지난해 6월부터 도내 특성화고 대상으로 진행된 채용박람회와 학교 방문 채용설명회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제주여상·함덕고·제주중앙고 등 12명을 채용했다. 제주은행도 특성화고 졸업자 6명을 채용했고, 람정제주개발은 고졸 인재 9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공무원연금공단·우리은행·한국전력·예금보험공사 등 대졸자에게도 어려운 기업·기관의 취업문도 서서히 뚫려나가고 있다.

# '좋은 일자리' 함께 노력해야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도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2% 수준으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저조하다. 제주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도내 1년 미만 현장경력 또는 기능사·고졸 수준 미충원인원이 435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청년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보다 열악한 일자리가 많아 취업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대학진학률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2015년 전국 대학진학률 평균이 70.8%인데 비해 도내는 81.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공부만이 인생역전의 기회'라 여기며 무조건적으로 고학력을 선호하기보다 앞으로의 직종변화에 대비한 진로 선택이 이뤄지도록 교육기관과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 산업인력 수급차원에서 숙련이 요구되는 국가기간산업이나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영세기업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육성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정진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학장은 "전기, 정보통신, 건축, 공조냉동설비, 자동차 등은 국가적 인프라에 해당되지만 도내에서는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이는 근로조건이 열악한데 기인하는 만큼 임금·복지 등 영세기업의 근로여건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배에게 듣는다] 김홍삼 보타리에너지㈜ 대표이사

"적성만 맞는다면 2~3년 열심히 해서 평생 행복한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열려 있는데 많은 제주청년들이 그런 길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림공고(23회) 출신으로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을 일군 김홍삼 보타리에너지㈜ 대표이사(제주도기능경기위원회 기술위원장·59)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부터 남달랐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편의성을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특성화고를 포함한 기능인의 손에서 나온다"며 "앞으로 지능화 된 도로나 친환경적 벽돌 쌓기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실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기술의 매력"이라며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의 회사가 현재 태양광발전장치와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기까지도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일관된 노력을 더한 결과로 설명했다.

그는 한림공고 졸업후 서울에서 아파트 전기원 생활에 이어 강원도의 송전철탑 공사 현장소장 등을 거치며 '전기'라면 누구 못지 않은 전문가가 됐고 1989년 불과 2~3명으로 사업이란 도전에 다시 뛰어들어 현재의 기업을 일궜다.

김 대표이사는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직업군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건설·전기 등 정말 좋은 직업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기능인을 꿈꾸는 청년들이라면 나만의 특화된 기술을 가진 능력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한 직종으로는 송·배전 분야와 함께 IT를 접목할 수 있는 정보처리능력을 갖춘 기술자를 꼽았다.

김 대표이사는 "건축·인테리어 등에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접목 기술이나 실시간 관리기술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기계 분야에서는 빠른 속도로 설치·해체할 수 있는 기술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기존의 기술자들이 못한 일을 청년들이 도전한다면 좋은 성과가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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