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6. 청년 창업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 기획·지원 등 '창업허브' 역할
청년창업협동조합으로 '공동성장'…활성화 조례 제정 과제

2000년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IT를 중심으로 한 '벤처 열풍'이 대한민국을 지배했지만 변변한 인프라가 없던 제주는 '예외'였다. 2011년을 전후해 '스마트폰' 등장으로 두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제주 청년들도 이번 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제주 청년 사업가들은 전통적인 서비스업은 물론 IT와 관광을 연계한 창업, 제조업 분야 창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 '창업허브' 창조경제혁신센터

2015년 6월 출범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전정환)는 제주 청년 창업가들에게 사무공간 제공과 컨설팅을 통해 '창업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본격화된 입주기업 보육 과정을 통해 3기 입주기업 7개를 포함, 모두 53개 기업을 보육하고 있다. 

보육기업에게는 금융, 법률, 세무 등의 원스톱 상담 서비스와 투자자 연계 등을 지원한다. 보육기업 중 60% 이상이 30대 이하 청년기업들이다.

센터의 청년 창업·일자리 관련 핵심사업은 '사업 아이디어 피칭 데이' '체류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번달 1주년을 맞은 '사업 아이디어 피칭 데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창업가나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사업에 대한 확신이나 발전방향에 대해 의논하고,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매달 넷째주 목요일 오후 7시 제주벤처마루 3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43개 참여 기업중 11건이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고, 혼디모아와 ㈜여행상자는 아이디어 설명을 통해 3기 센터 입주기업이 됐다.

올해는 체류지원 프로그램인 '제주다움'을 확대한다. 창업이나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달간 체류를 지원하며 제주의 문제점을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창업기업 직원에서 올해 문화기획자, 1인 활동가 등 지원 대상을 넓혔다. 제주 기업이나 청년과 미팅하는 연계프로그램으로 교류와 취업 기회도 넓히고 있다.

IT서비스 지원 및 프로젝트 관리업체인 ㈜시소와 중소기업을 위한 바이어 전담인력 원격배치 서비스업체인 램프어드바이저리는 이 프로그램으로 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이다.

김영준 청년혁신허브팀장은 "근본적으로 제주 청년과 창업기업들이 타 지역 스타트업 기업들을 자주 만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 상생 꿈꾸는 청년창업협동조합

물론 창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것이 첫 도전이라면 더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제주의 2030 창업가들이 모여 출범한 제주청년창업협동조합(이사장 정제환)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청년창업가들끼리 상생하는 창업생태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창업하면서 겪었던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 창업자들이나 2030 창업자들에게 위험요소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서로 아이템을 공유하면서 공동성장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조합이 진행해온 활동은 크게 4가지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선배 창업가들이 새롭게 뛰어드는 창업가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모든 창업자들에게 필수적인 세무·노무·마케팅·경영관리 등 교육이 있을 때는 참여의 길을 열어준다.

또 각자 진행하거나, 창업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을 사례 발표하면서 아이템을 다듬고, 우수사례 초청 특강과 세미나를 개최해 예비창업자들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조합원들이 보는 제주에서의 사업은 긍정·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먼저 제주는 급증하는 관광객과 체류인구를 포함하면 큰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4개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인프라도 잘 갖춰진 편이다.

반면 내수시장이 작은 편이고, 타 지역 시장 개척이나 물류비는 문제다. 여기에 타 지역으로 인재 유출이 심해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청년 창업기금·조례제정 과제

제주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제주도 차원의 지원 역할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청년 창업가들은 "도 단위의 창업 인큐베이팅 시설은 있지만 청년들에 대한 창업 기금 등 정책적인 투자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청년들이 가진 사업아이템을 평가해 창업기금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고, 이후 지원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창업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 만큼 창업 실패에 대한 자산정리와 재도전 유도 등 대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청년창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조례 제정도 아직이다.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지역의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의 대응 과제로 청년창업 활성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며 "창업실패나 재기 불가능에 대한 면책지원 확대 범위를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 연구위원은 청년창업 조례에 반영해야 할 사항으로 △창업교육훈련 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학의 수요자 중심 창업교육훈련 프로그램 △학교 졸업 청년 대상 창업지원체계 구축 △창업아이템 발굴 강화 및 아이템 DB화 △청년창업가 교육개선과 멘토링 상시화 등을 제시했다. 

[선배에게 듣는다] 정제환 ㈜아일랜드 대표

"현재의 제주는 5~6년 전과 전혀 다른 곳이라 할 만큼 변했고, 도전의 길도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다"

제주청년창업협동조합 대표 발기인으로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제환 ㈜아일랜드 대표(33)는 대학생 창업동아리에서부터 청년기업을 창업해 5년여간 이끌어온 경험을 통해 미래의 '도전자'들을 격려했다.

제주대를 졸업한 10년차 이주민인 그에게 제주 청년들이 고학력과 전문기술을 갖추고도 '서울'로만 가려고 하는 풍조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정 대표는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제주에서는 뭔가 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주는 점점 선망과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서울에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창업이나 취직은 일부 특수한 분야를 빼면 제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오히려 타지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제주에서 꿈을 펼치는게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하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 청년들이 '제주에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창업·취업과 관련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정 대표는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제주는 더 심한 편"이라며 "구직자 입장에서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큰 만큼 행정 차원에서 조건을 갖춘 중소기업에 인건비를 일부 보조해주는 정책이 시행되면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신생 중소기업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를 초청하는 연수나 타 지역 견학·연수 등을 작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개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주도가 일정수의 회사들을 분야별로 모아 연수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도내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 청년창업자 비중이 너무 적고, 콘텐츠도 중복돼 있다"며 "특히 제주대 창업보육센터인 경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청년 유동인구가 중요한 만큼 입주심사 때 청년·문화콘텐츠 분야를 반영하는 등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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