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7. 정책 결정 참여

지자체-청년 모여 정책 모색
서울청정넷 청년의회 대표적
제주도 청년원탁회의 결성
아이디어 정책화 등에 집중

청년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청년명예부시장을 도입하고 청년의회를 열고 있는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제주에서도 지난해 제주청년원탁회의 구성으로 제주도정과의 소통과 협치에 나선 가운데 현재까지 청년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 행정과 청년, 어떻게 소통할까

청년과 행정 간 대화는 정책박람회나 정책포럼, 청년의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핵심은 지자체장과 실국장 등 공무원과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조례 제12조에 따라 지난해 9월 제주청년원탁회의가 구성됐다.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함과 동시에 청년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지원하고 독려하기 위함이다.

공개모집을 통해 위촉된 도내 만 19~34세 청년 55명은 임기 1년 동안 청년문화분과, 일자리분과, 주거 및 생활안정분과, 참여 및 역량개발분과, 공동체분과 등 5개 분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주된 활동은 월 1회 이상의 분과회의와 격월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들은 아카데미를 통해 정책수립 과정을 배우고 프로젝트 기획으로 청년이슈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행정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의견 반영은 토론과 논의를 통해 과제를 의제화하고 도민공감대를 확산하는 청년포럼과 소관부서 공무원과의 토론을 통한 아이디어 구체화를 꾀하는 정책박람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 청년정책 이끌어낸 서울

서울의 '청년의회'는 정책박람회나 포럼보다 발전된 형태다.

2013년 7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 제1기가 출범해 청년정책 토론회와 서울청년컨퍼런스 개최로 시정 참여 분위기를 달궜고, 이어 2014~2015년 제2기부터는 매년 '서울청년의회'를 개최하고 서울청년주간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청정넷은 2010년부터 청년들의 노동인권을 다뤄온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과 청년 주거 문제를 맡은 '민달팽이유니온', 학자금과 부채 등을 해결하는 '청년연대은행 토닥' 등 13개 모임으로 구성됐다.

서울시는 청정넷 운영위원장은 '청년명예부시장'으로 임명해 서울시의 청년정책을 심의하는 청년정책심의위원회의 의장 역할을 서울시장과 함께 공동으로 맡기고 있다. 2015년부터 청정넷과 서울시의회 청년발전특별위원회 주최로 매년 열리는 서울청년의회에는 서울시장과 실·국장, 시의회 의장, 청년발전특위 위원, 청년의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청년의회는 청년대표와 시의회 청년발전특위 위원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서울시장의 청년정책 시정보고, 청년의원들의 시정질의 및 정책 제안, 서울시장의 제안에 대한 답변 등 시의회 의정활동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청년의회에 앞서 서울시 소관부서장과 청정넷 분과별 팀장은 정책간담회를 통해 청년정책과제의 실행방안을 사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실시된 대표적인 정책으로 지난해 만 19~29세 청년 3000명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수당과 5만~15만원을 매달 예금하면 시가 같은 금액의 근로장려금을 함께 적립해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들 수 있다.

# 시행착오도 필요한 과정

제주청년원탁회의와 도정간 첫 '협치'에 대한 평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결과를 중시하는 입장이라면 "아직"이란 표현에 가깝겠지만 과정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입장에서는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과제를 짚어보면 행정은 원탁회의가 지난해 하반기 구성되면서 짧은 시간으로 인해 연간 운영계획을 미리 수립하기 어려웠다. 

또 수많은 청년단체들이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한 서울 등과 달리 지난해 청년활동이 막 시작된 제주에서는 청년조례에 맞춰 원탁회의가 구성되다보니 청년들에게 역할에 대해 정확히 이해시키는 일부터 시작해 혼선이 많았다.

청년들도 분과활동에 대한 실제 경험이 부족하고, 4개월이라는 짧은 분과활동기간에 도출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과 도정의 협치는 한두 해 반짝하는 수준에 그칠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과제는 긴 호흡을 갖고 청년과 행정 모두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탁회의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청년문제를 인식하고 청년정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아카데미와 기획활동을 강화하고, 특히 이번 1기 구성원들은 2기 원탁회의의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청년정책업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서울시 청년허브처럼 안정적인 중간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시는 연세대에 위탁해 27명이 상시 근무하는 '서울시 청년허브'를 구축, 청년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운영·지원하고 있다.

도의 경우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예산을 반영해 지원센터 형태의 중간조직을 만들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지현 도 평생교육과 청년정책담당은 "청년원탁회의 1기를 통해 청년 인력풀과 청년-행정간 의견수렴 창구를 구축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내용은 무겁되 방법은 즐겁게'를 모토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정책화하는데 집중하고, 지원센터 구축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배에게 듣는다] 권지웅 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청년들에게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청년들에 관한 문제에서 나아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2014년 10월부터 2~3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이끌어온 권지웅 전 운영위원장(전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청년들의 정책 참여가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권씨는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으로 주거문제에 집중하던중 서울시와 협업 필요성을 느끼고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에 함께 하게 됐다"며 "청년의회를 진행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준비한 제안을 발표하고, 결정권자인 시장과 실·국장들이 답변하는 모습 자체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회에서 이뤄진 제안은 앞서 청년들이 모여 길게는 11개월까지 함께 활동한 결과물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참여했던 청년들도 청년의회를 통해 정책이 결정되기까지 작동구조를 명확히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청년의회를 통해 반영된 사업중 가장 인상깊은 사업으로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꼽았다.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은 처음 제안했을 때에는 반영이 안됐지만 수정을 거친 끝에 청년들이 제시한 정책으로는 처음 실시됐기 때문이다.

권씨는 "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에 물꼬를 튼 사업"이라며 "청년수당도 2015년 논의를 시작해 1년 반 동안 수차례 건의한 끝에 정책으로 결정됐다"고 회고했다.

제주도와 제주청년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권씨는 "2013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지만 정책 제안과 반영이 본격화 된 것은 2015년부터였다. 2년이란 시간은 공무원이나 청년 모두에게 어떻게 소통하는지 배우고 준비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제주 역시 시민사회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거버넌스를 마음먹은 청년 주체가 등장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정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작은 제안이라도 성공시킨 경험을 쌓아야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는다"며 "반대로 반영되지 못한 제안에서는 원인을 분석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권씨는 "행정과 청년이 만나 청년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1차적 과제지만 환경, 노동, 주택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청년들의 시각으로 정립하는 것은 궁극적 과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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