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10. 청년 교사

친근한 '공부방 선생님'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교사 록밴드·오카리나 앙상블 음악으로 소통

오랜 기간 우리 교육의 뼈대는 '입시경쟁'이었다. 높은 교육열이 더해져 인재를 기르고 빠르게 가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둔 현재의 교육은 '인성'과 '창의성'에 방점이 찍힌다. 그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다. 특히 청년의 열정과 교육이 만났을 때 폭발하는 에너지는 학교와 사회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 함께 성장하는 예비교사들

교단과 책상 사이에서 하기 어려운 말들이 상 하나를 마주앉은 방에서는 스스럼 없이 오간다. 짖궂은 장난에도 넉넉한 웃음만 감도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둘도 없는 '친구'다.

제주에는 전국 교육대학중 유일하게 공부방이 있다. 12년 전인 2006년 초등교사를 꿈꾸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이다. 공부방은 교생 실습을 나가기 전인 교육대학 1~2학년 학생들이 그저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제주여상 인근의 작은 주택 한 층을 어렵사리 빌려 공부방 2개를 꾸미고 맞벌이·저소득 가정 자녀 등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15명의 아이들과 16명의 청년교사가 건입동주민센터 강의실에서 저녁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아이들이 앉아서 공부만 하기보다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사 각자가 수업을 준비한다. 미술수업, 야외수업을 하기도 하고, 화창한 날엔 주변에 있는 사라봉이나 국립제주박물관을 찾아 떠난다. 교육대학에 데려와서 '놀이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진행하는 놀이 프로그램도 인기 만점이다.

이런 활동은 일요일을 뺀 매일 오후 4시부터 2~3시간 진행된다. 한창 왕성하고 할 일 많은 대학생에게 주 2회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2기 방장을 맡은 권미연씨(교육대학 2년)는 "예비교사로서 사명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크고, 아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서, 또는 어떻게 해야 앞으로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공부방에 온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권씨는 "공부방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도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부터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수업방법, 무엇보다 이론만으로 배울 수 없는 교직에 대한 신념과 같은 것들을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부방장인 김상은씨는 "갑자기 아이가 안겨들 때,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초콜렛을 줄 때, 커서 선생님처럼 도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뭉클하다"며 "처음에는 과격하고 표현도 서툴렀던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와 잘 어울리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여한 교사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권위보다 교사가 진심을 다할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 합주 통한 소통하는 교육

예술과 감성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선 청년교사들도 있다.

제주교사오카리나앙상블 소리울(회장 홍성종)에서 활동하는 교사들과 매 공연마다 뜨겁게 열기를 달구는 교사 그룹사운드 폭풍전야(회장 부덕현)다.

소리울은 현재 활동중인 회원중 절반인 9명이 청년교사들이다.

2010년 악기교육 강화 이후 직무연수를 받았던 젊은 교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모임으로, 작은 악기에서 나오는 목가적이고도 귀에 쏙 들어오는 청아한 소리를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정기적인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1년 창단연주회 이후에는 본격적인 공연으로 매력 전파에 나섰다.

주말 저녁 제주시 탑동 광장에서 버스킹 공연을, 커피숍이나 무인카페 등 틀을 깨는 공연을 진행하는 한편 봉사공연도 꾸준히 다녔다. 재활원, 요양원을 비롯해 성금모금 자선연주회, 환우를 위한 병원 로비음악회 등이 무대다.

특히 모두를 위해 자신을 맞춰야 화음을 이룰 수 있는 합주는 아이들에게도 소통하고 나누는 방법을 느끼게 하는 좋은 교육이 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반 학생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치고, 소리울 정기공연 찬조 공연과 지역축제, 제주교육문화축제 등에서 함께 연주하며 아이들의 심성을 다지고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선사하고 있다.

초등교사 록밴드인 폭풍전야는 제주교대그룹사운드 미리내의 OB 모임으로 2003년 창단 후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활동을 이어왔다.

폭풍전야 청년교사들은 정기공연과 게릴라공연, 학교 현장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나는 나비' '넌 내게 반했어' '붉은 노을' 등 신나고 가슴 따뜻한 유명 곡들과 자작곡을 선보여 왔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따뜻한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백혈병을 앓는 제자의 병원비를 마련해주기 위한 사랑 나눔 공연과, 아프고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자선음악회 등 공연티켓과 모금함으로 모인 성금을 불우아동 돕기에 환원하며 아낌없는 제자사랑을 보여줬다.

2009년부터는 미리내와 함께 2년마다 정기 연주회를 열고 수익금도 전액 제주도교육청의 '작은 사랑의 씨앗' 성금으로 쾌척, 메마른 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가 되고 있다.

[선배에게 듣는다] 김창진 대기고등학교 교장

평생에 걸쳐 지역사회 교육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김창진 대기고등학교 교장이 청년교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교장은 평교사 시절인 지난 1993년부터 고졸 검정고시 중심의 평생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등하학교에서 배움의 때를 놓쳤거나, 생활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던 늦깍이 학생들을 위해 자원봉사 교사로 25년째 활동해왔다.

그는 "여러 사정으로 학교밖 청소년이 되거나, 늦은 나이에 이르러서야 야간학교의 문을 두드린 학생들과 함께 해온 세월이 어느덧 훌쩍 흘렀다"며 "야간학교와 공부방이 활동하는 대상과 방식은 다르지만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특히 인격이 처음 형성되는 단계인 초등학생들에게는 가정과 학교 뿐만 아니라 마을과 사회의 관심도 필요하다"며 "푸른꿈 작은 공부방 교사들의 활약으로 아이들이 휴대폰 등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공부와 어울림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자로서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며 "요즘 교권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리지만 감사와 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주고받는 인사나 손편지와 같은 작은 정성으로도 충분히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장은 "학생들의 인성은 주입식 수업으로는 결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다"며 "젊은 교사들이 음악을 즐기는데서 나아가 아이들과 음악을 함께 하고, 공연을 통해 아이들을 돕는 것 역시 훌륭한 인성교육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또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교사들의 힘이 보태지며 제주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교사들의 더욱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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