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로 융성하라 1. 프롤로그

2년새 어업유산·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 '3관왕'
해녀협회 발족·조례 추가 제정·해녀유산보존 장치 속도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집안을 먹여 살리는 돈벌이로 보던 해녀에 대한 시각도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그들이 지닌 정체성과 여성성, 공동체문화라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확대됐다.
더불어 문화라는 단어에 경제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이라는 가치까지 부여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것이 제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다시 지구촌 구석구석에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민일보는 올 한해 2005년부터 제주해녀와 제주해녀문화를 탐색·정리하고 발전적 방향 제시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의 기반을 쌓았던 경험과  제주해녀문화를 제주를 살리는 힘으로 키워낼 방안을 모색한다.

# 무형유산 위치 격상

무형문화유산 3관왕으로 제주해녀의 위치가 격상됐다.

2015년 12월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가 됐고, 지난해 11월 30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제주 해녀문화'의 등재가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지난달 1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132호로 지정되며 한국 전통의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며 시대 흐름에 맞춰 나름의 방식을 유지해온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미 올해 1월 해양수산부와 문화재청, 제주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해녀어업 보존?발전 전문가 그룹'이 구성됐다. 지난 4월 25일에는 공동체 내부의 전승·보존 의지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도내 현직 해녀 4005명과 전직 해녀 5495명 등 총 9500명이 참여하는 우리나라 해녀 대표 조직인 ㈔제주해녀협회가 창립됐다.

일련의 흐름만 보면 제주해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제주도 차원에서 현재 지원(수산정책과)과 문화(해양수산과)로 분리돼 있는 해녀 관리 업무를 일원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직·직제 개편 등을 거치고 이르면 7월 '해녀유산과'가 그 중심을 잡게 된다.

해녀에 대한 정책적 지원 장치도 보완했다.

해녀문화 발굴.조사.연구 사업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제주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2009)와 문화 역량 확대를 목적으로 했던 '해녀 콘텐츠산업 진흥 조례'(2012)에 이어 최근 '제주 해녀 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이 마련됐다.

조례안에는 고령화 등으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해녀 공동체 유지를 목적으로 70세 이상 고령해녀 보호와 40세 미만 신규해녀에게 소득보전을 위한 수당 지원 등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고령해녀 안전사고예방 및 소득보전 수당은 최고 20만원, 신규해녀 소득보전과 어촌정착 지원금은 최고 50만원 이내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행규칙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 무엇을 전승하고 키울 것인가

외적인 변화는 아직 '보존'에 치우쳐 있다. 전승에 무게를 둘 때 과연 '무엇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서로 다른 환경과 역사 속에서 살면서 자연히 생겨나 전통이 되고 전수되어 여기까지에 이른'이라는 보편적 기준으로만 제주해녀문화를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얽매여 고정되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어떤 규정된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 원석 상태의 해녀문화를 어떻게 '보석'으로 만들 것인지는 오늘 제주에 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자율성 측면에서 '밑에서 자라 올라오는'(영국 예술 학자·예술가 허버트 리드) 것을 인정하고, '살아있는 문화유산(Living Heritage)' 측면에서 시대와 삶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원형성' 기준을 내려놓는 대신 불필요한 변이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졌다. 제주해녀라는 이름을 내건 겉치레나 요란한 구호, 정책적 배려가 아니라 문화 영역으로 관심을 유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성이 중요해 지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 등과 진행하는 작업은 해녀 공동체 내부의 역량 강화를 통해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국제식량연합 세계농업유산(FAO GIAHS) 등재 등 새로운 과제에 부합하는 의미를 창조하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과 국제식량연합 세계농업유산 사례 연구와 더불어 '나눔'과 '배려' '격려'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해녀 특유의 게석문화를 제주 정체성 강화를 위한 장치로 활용한다.

좋은 문화가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받아들여지고 그 삶의 일부가 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 문화의 시대에 맞춰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인터뷰] 오영훈 국회의원
일회성·이벤트성 사업 경계
문화 다양성·창의성 유지도

"제주해녀문화는 국가 브랜드로 활용돼야 한다. 일회성·이벤트성 사업으로 소문만 내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세워 제대로 그 가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실현 가능한'이란 단어를 특히 강조했다. 오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 입성한 뒤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주문하는가 하면 유네스코 등재에 즈음에 국회 세미나를 주도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오 의원은 "이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지만 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양성·지원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순위는 정해 놓은 규약에 따라 물질을 하는 등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이 세대 전승이 되어온 제주해녀문화의 인정이다. 무작정 정책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해녀의 자존감 고취와 고유의 공동체 정신을 사회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해녀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 척박한 섬에서의 삶을 개척하고 일제강점기 등 사회적 환경에 굴복하지 않으며 나름의 문화를 지켜온 '해녀 정신'을 오늘에 어떻게 접목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오 의원은 "제주해녀문화는 소실 위기의 전통문화유산 보존·전승은 물론이고 양성평등이나 나눔·배려 문화 확산에 있어서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앞으로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주도간 네트워킹을 중심으로 공동 비전을 구축하고 이를 확산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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