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감제주 감동제주' 꿈꾸는 청년이 제주를 바꾼다 11. 재활용에 눈뜨다

폐가살리기협동조합 300명 참여 폐가 20채 재생
청년작가들 '바다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눈길

'화려한 관광지' 제주의 이면에는 무너져가는 폐가와 쓰레기도 존재한다. 정확한 통계조차 알기 어려운 수많은 버려진 것들을 어떻게 하면 쓸만한 것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제주 청년들이 나섰다. 행동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해 오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다.

# 폐가, 이주민 일터로 재탄생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대표 김영민, 이하 조합)의 '폐가 살리기' 사업은 2012년 김영민 대표의 현장조사로 시작돼 지금은 순수 조합원 170명, 후원자 130명 등 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청년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6개월간 쉬지 않고 도내 읍·면 지역 80개 마을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결과 사진 찍고 위치를 기록하며 찾아낸 폐가가 800여개에 달했다. 270개 마을을 계산하니 폐가가 2000개 이상 된다는 결론이 났다.

지금까지 조합의 힘으로 되살아난 폐가는 모두 20곳. 이중 8곳은 조합이 계획부터 운영·관리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조합이 새롭게 살린 폐가는 중장기 체류자들이나 제주를 좋아해 이주를 준비하거나 온지 얼마 되지 않는 새내기 이주민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번듯한 신축 건물이 인기 있을 법도 하지만 가치있게 먹고, 가치있게 살고 싶은 욕구가 높아진 지금은 농촌의 되살아난 폐가도 훌륭한 '집'이 된다.

폐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조합의 목표도 분명하다. '살 곳'보다 '쓸 곳'에 중점을 뒀다. 폐가라 해도 수요자들이 어떻게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 거주하기 위한 집 수리는 또다른 임대·분양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나온 결론이다.

2014년부터 이런 방향이 확실해졌다. 조합은 거주 목적보다 카페, 식당, 작업실, 갤러리하우스 등 이용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 사회적 기업은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1주일 살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살 곳을 제공하는 대신 일터나 경제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폐가를 변신시키면서 이용자의 이탈률이 낮아지고, 지역의 또다른 빈집이 살 곳으로 이용되는 효과도 거뒀다. 지역의 공간을 2배로 살린 셈이다.

# 다음 목표는 공간 재활성화

조합은 폐가 살리기를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어쩌면 폐가 살리기는 '1차 미션'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폐가를 살리자'가 아닌, '폐가도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일반에 심기 위한 것으로, 도민사회에 제법 알려지면서 성과를 거뒀다. 

다음 목표는 조합원들이 '재생'이란 비전을 상위에 넣고 공간을 살려내는 전문성과 스킬을 갖추는 것이다. 조합은 이를 '재활성화'(Revitalization)으로 표현한다.

리모델링에서 흔히 보이는 인위적인 덮고 가리기보다 드러내기를 추구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조합이 재생건축에 대한 프로세스와 매뉴얼을 갖춘다면, 스스로 미학적으로 기존 건축물을 더 아름답게 드러내는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농부가 살았던 집에는 농사의 분위기가, 해녀가 살았던 집에는 물질의 분위기가 있다. 청년들은 상상력과 전문성이 더해 폐가의 민낯을 숨기지 않고 아름답게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이와 맞물린 계획이 시공사와 학교다. 지금까지도 행정의 도움과 재능기부로 사실상 작은 시행사 역할을 했지만 현장과 결과물을 직접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김영민 대표와 유재석 상임이사, 이상규 이사를 중심으로 조합의 부대사업이나 출자 등으로 종합건설업 시공사를 꾸릴 계획이다.

시공사는 대부분의 멤버가 청년으로 구성된다. 청년이 현장으로 들어와 공사장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게 된다. 

특히 출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해 일용직 대신 정규직으로 지속가능한 건설업, 청년 역량을 키우는 조직을 목표로 한다.

# 청년들 '바다를 빗질하다'

바다 쓰레기 문제를 예술로 접목한 청년작가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술집단 '재주도 좋아'(대표 강민석)다. 

누군가의 발을 상처낼 수 있었던 유리조각이 브로치나 반지로 새 생명을 얻고, 빛바랜 흉물이 돼가는 부표에는 모래가 채워져 소리를 내는 악기로 변신한다.

'재주도 좋아'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제주 바다의 쓰레기에 기발한 감각을 입혀 예술작품으로 재생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일주일 제주바다 레지던시 작가 공모와 작품 전시에 이어 지난 5월에는 제주시 한림읍 금능해변에서 바다의 날을 기념한 환경콘서트도 개최했다.

쓰레기 한 봉지를 주워오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바다유리 자석 만들기, 티셔츠 그림 퍼포먼스, 테왁망사리 드림캐쳐 만들기, 들꽃화환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비치코밍(beachcoming) 워크숍 등 앞으로 발전 방향도 함께 고민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 됐다.

비치코밍은 바다(beach)를 빗질(combing)한다는 뜻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다 해안선과 조류의 방향에 따라 해안에 표류하는 물건을 줍는 행위를 의미한다. 제주바다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바다가 더 이상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아끼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고 쓰레기 없는 바다 만들기, 모두가 사랑하는 제주 바다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인터뷰] 김영민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 대표

"내년 3월까지 청년들이 참여하는 도내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종합건설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재생건축학교를 통해 청년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대학생창업연합회, 국무총리실 산하 기업호민관실 등에서 일한 '벤처 베테랑'인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 김영민 대표(37)는 앞으로의 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단순히 집 한 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죽어있는 공간을 살리고, 이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는게 지금까지의 목표였다"며 "앞으로는 청년을 위한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건축은 공간을 살리는 기능적 측면과 예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도 높다"며 "도내 건설업에서 일용직 비중이 최소 25%로 높은 현실을 감안해 사회적기업으로 청년들이 주도하는 종합건설업을 하면 일용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건설업을 위해 역량을 키울 필요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유럽 선진국처럼 학위를 수여하는 재생건축 전문 학교 설립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시공 분야는 비용의 문제로 학습이 쉽지 않은 만큼 재생건축학교가 청년들에게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실험건축이나 새로운 공법 적용 등으로  특허·지식재산 확보도 가능하다"며 "시공사·학교 모두 설립까지 자본금 마련 등 난관이 만만치 않지만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해결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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