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1. 프롤로그

제주경제 성장과정서 소수 의사결정 수익독점 등 문제 양상
공동체 이익 공익적 가치 우선하는 경제시스템 중요성 부각
제주 통합기관 빨리 정상궤도 오르고 도민 공감대 확산 중요

올해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발효된지 10년을 맞는다. 사회적기업을 시작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경제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도 10년동안 사회적경제가 질적·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제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제주의 사회적경제가 도민주도형 풀뿌리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향 등을 일본과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 등을 통해 제시하고 자한다.

△소수 아닌 공공의 수익분배 중요

사회적 경제는 일반 시장경제와 달리 공동체의 이익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목적의 경제라는 의미가 강하다. 

사회적 경제의 특성은 이윤보다 이해당사자의 서비스를 우선으로 한다. 또한 자율적인 경영과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따른다. 이 가운데 수익분배시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을 최우선을 두는 것이 일반 경제와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의 주체들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 식품안전과 환경보전, 지역문화 활성화와 사회적 안전망 확보 등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되는 과정에서 시장주의 원리에 입각해 자유경제체제로 작동되면서 소득불균형과 빈부격차, 사회양극화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저성장과 저고용으로 고용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저출산 및 고령화 시대에 복지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기관이나 일반기업에서는 충족시키기에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적경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수십년전부터 육성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7월1일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을 필두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지역단위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쉬워졌다.

정부는 물론 전국 대다수의 지방자차단체들도 나서 지원조례 등을 제정하거나 지원기관을 설립하는 등 경쟁적으로 사회적경제 육성 및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공공시장 활성화, 인재육성, 창업기회제공, 업종별·부분간 네트워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따복공동체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경제 및 마을만들기 분야에 대한 통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외형성장 하며 내실도 다져야

장애인을 고용해 소시지와 햄 등을 생산하고 있는 '평화의 마을'이 2008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제주에서도 사회적경제 육성사업이 본격화됐다. 

현재 도내 사회적경제 기업은 모두 294곳이며, 사회적기업 72곳, 협동조합 165곳, 소비자생활협동조합 8곳, 자활기업 21곳, 마을기업 28곳 등이다.

이처럼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외형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체계적인 육성·지원시스템은 갖추지 못해 질적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도내 사회적기업 가운데 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은 기업은 39곳뿐이며, 나머지 32곳은 공식지정을 받기 이전에 제주도가 지정한 예비기업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중 상당수는 정부공인을 받지 못하고 탈락하고 있다.

마을기업 역시 28곳이 지정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마을기업수는 10여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휴·폐업하거나 활동하지 않고 이름뿐인 법인체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다른 지자체들은 사회적경제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기관을 5~6년전 설립해 운영한 반면 제주지역은 올해 4월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제주의 사회적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 풀뿌리 경제와 사회문제 해결할 수 있는 중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사회적지원센터-도민과 마을-기업-연구기관' 등이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도민사회와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경제에 동참하기 위해 공감대 확산도 필수다.

이에 일본 쿄토와 고베시 등 일본의 선진사례를 비롯해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등 국내 우수사례를 소개하는 등 제주사회적경제 발전방향 및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팀장 김용현 기자, 팀원 고경호 변미루 기자 

<인터뷰>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경제 운영에 있어 수익창출이 가장 우선시 됐지만 최근 중요한 축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사회적가치의 실현이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은 "경제활동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재화와 용역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비영리단체나 기관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센터장은 "그동안 경제성장이라는 명목으로 특정소수가 경제전체를 주도하면서 경제양극화와 불평등이 심각해졌다"며 "사회적경제를 통해 공공이익을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센터장은 제주의 사회적경제가 성공하려면 경제활동은 돈을 버는 행위이니 비영리단체는 해서는 안된다는 선입견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강 센터장은 "경제활동은 수익만 쫓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경제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게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등 사회활동 중 하나일 뿐"이라며 "비영리기관도 경제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것으로 공공이익을 위해 분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비영리사회단체 연합체인 NPO를 통해 경제활동을 직접 나서거나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일반기업이 할 수 없는 경제활동을 통한 공공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 서고 있다"고 밝혔다.

강 센터장은 포용적 성장동력으로 사회적경제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금융, 시장이 혁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적경제 육성 초기에는 인건비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위주였지만 유형·업종·성장단계별로 정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스스로 자생력 강화를 위해 지역공동체에서 더 많은 협업과 공동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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