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2. 교토아트센터·기타노 공방거리

고베시 기타노 공방거리는 대지진으로 폐교된 학교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예인들을 입주시키고 체험프로그램을 제공, 지역주민과 공예인들이 만든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김용현 기자

교토아트센터 소외된 예술인 위한 기회 제공 지역주민 문화 향유
고베 기타노 공방거리 상업활동 대신 공예인과 시민 교류 장 마련
도시공동화 수익중심 재개발 아닌 공공가치 실현 지역활성화 이뤄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체 대부분은 1차산업과 식품가공 등 제조업에 치중됐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문화·예술을 비롯해 도시계획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일본 교토아트센터와 고베 기타노공방 거리의 경우 소외된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전시·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공동화 등으로 폐교된 학교건물을 활용하면서 지역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가난한 예술인 희망창고 교토아트센터

일본 교토시 중심부에 위치한 교토아트센터는 도심내 폐교된 학교를 활용해 문화창작 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다.

교토아트센터 건물은 1869년에 지역의 독지가가 재산을 환원해 설립한 메이린 소학교(초등학교)를 1931년께 재건축한 것이다. 

학생들로 활기찼던 메이린 소학교는 1990년대부터 도심공동화와 인구감소 그리고 버블경제 붕괴라는 여러 파고를 맞게 됐고, 결국 1993년 폐교하게 됐다.

메이린 소학교는 제주도의 삼도동과 건입동 등과 비슷한 원도심에 위치해 있다. 당시 교토에 있는 초등학교 30개 학교 중 20개 학교가 폐교됐으며, 이중 5개교가 메이린 소학교 인근 교토 원도심에 있었다.

당시 텅빈 건물과 운동장만 남아 흉물이 된 메이린 소학교가 현재의 아트센터로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교토시민들이 사회적경제와 문화예술에 대한 의식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교토시민들은 메이린학교 폐교후 7년간 무엇을 할지 고민했으며, 심지어 학교철거 후 그 부지에 빌딩이나 아파트를 짓자는 의견도 제시되기도 했다. 다행히 대다수 시민들은 8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학교를 보존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교토시민들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전시공간을 마련해주고 시민과 관광객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교류의 장을 만들게 된 것이다.

교토아트센터는 현재 재능이 있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예술가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창작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인지도를 넓히는 등 큰 기회를 갖고 있다.

또한 교토아트센터는 무료로 개방하면서 보다 많은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게 문화공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교토시민은 물론 타 지역 일본관광들도 방문하고 있으며, 외국인관광객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한때 도심공동화로 침체됐던 곳에 사람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인근 지역도 활성화가 되는 등 경제적 활동으로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경제의 성공적 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교토아트센터는 예전의 학교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좁고 아담한 복도, 그리고 교실마다 어우러진 예술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당시 학생들이 사용했던 낮고 낡은 세면대도 그대로 남아있어 옛 학교의 정취도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이 사라진 운동장에는 현재 젊은 아티스트들이 야외전시를 위해 작업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비교적 넓은 학교 강당에는 대형 문화작품이 전시됐고, 음악강당으로 쓰였던 곳에서는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행위예술작품이 있었다. 

또한 학생들에게 차(茶) 예의를 가르쳤던 다다미방에는 '과거에 멈춰진 시간'이란 주제의 공간예술이 전시되는 등 교실·강당·음악실 등에 어울리는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또한 예술제작실과 도서실, 식당 겸 카페, 자료실, 회의실 등 모든 시설들이 교토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교토아스센터 사무국은 건물이 사적으로 지정돼 에어컨 설치부터 하나하나에 교토시에 보고해야 할 정도로 건물의 원형보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토아트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시로후씨(65·여)는 "교토시가 비영리단체를 통해 교토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과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무료로 개방해 자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이지만 보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를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면서 방문객들에게 전시작품에 대해 설명해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며 "백여명의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몸담으면서 봉사대원의 구심체 역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토아트센터는 도심공동화와 버블경제로 폐교된 학교건물에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의 예술인들에게 창작·전시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공공가치 실현 고베시 대표관광지 기타노 공방거리

일본 고베시에 있는 기타노 공방거리 역시 고베대지진 이후 폐교된 100여년 역사의 기타노 소학교를 재활용해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무역항인 1800년대 말부터 외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서양적인 양식의 건물이 많았고, 현재는 기타노 이진칸(외국인의 집 뜻) 거리로 불리며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기타노 이진칸 거리의 구석에 있는 작은 학교를 활용해 기타고 공방거리가 만들어졌으며, 고베지역의 공예예술인들이 다양한 창작활동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다른 기타노 이진칸과 달리 무료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다양한 공예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기타노 공방거리에는 20여개의 공방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입주한 공예인들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각양각색의 즐길 거리를 공유하고 있다. 

이곳은 임대료를 매우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반드시 공방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특수조항을 내걸었다.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다양한 외국양식의 이진칸들은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되면서 1인당 7000~8000원의 요금을 받고 운영하고 있다.

반면 기타노 공방거리는 무료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체험프로그램도 재료값 정도로 저렴하게 받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산업도시인 고베시임에도 불구 기타노 공방거리는 하루 평균 2200여명에 연간 75만명이 방문하는 등 대표 관광자원이 됐다.

결국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지도 않았고 특정기업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용현 사회경제부장 대우, 고경호 사회경제부, 변미루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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