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3. 교토 하루하우스

일본 교토시 중심지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는 하루하우스가 있다. 작은 식당의 건물외관과 달리 하루하우스는 마을의 안식처이자 배움터 역할을 하고 있다.

후니코 할머니 자신의 식당 마을공공 공간으로 기부
식당으로 경제활동 하며 마을공헌 활동에 적극 활용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려면 번듯한 회사법인체가 있어야 하고, 젊은 층이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적 공공가치를 실현하는데 제약은 없다. 작은 식당이나 점포는 물론 노인들도 사회적경제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일본 교토에 있는 하루하우스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후니코 할머니(78)는 작지만 큰 활동으로 사회복지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식당이 마을안식처로

일본 교토시 중심지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는 하루하우스가 있다. 건물외관상으로는 일본의 여느 주택가 건물처럼 작고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식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작은 식당의 건물외관과 달리 하루하우스는 마을의 안식처이자 배움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재단법인 하루하우스 이사장이자 식당주인인 후니코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마을공공의 복지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내놓았다.

이는 교토지역에서 첫 사례로 꼽히며 일본에서도 사회적경제 실현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후니코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다. 19살 때 신장병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30살까지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간호사가 되기를 결심했고, 60세 이후에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간호사로 일하다 정년퇴직을 한 후 작은 식당을 차리면서 하루하우스 재단을 만들고, 다양한 공공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하루하우스는 지역내 마을배움터이자 안식처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하우스 1층은 일반식당으로 아침과 점심식사를 팔고 있다. 1층 식당도 점심이후에는 공공의 장소로 제공돼 마을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2층에는 마을의 공동공간으로 제공하면서 지적장애인의 간호시설로, 갈 곳없는 노인들에게는 경로당으로, 육아가 힘든 엄마들에게는 휴식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쉼터로도 제공되는 등 하루하우스의 역할을 매우 다양하다.

작은 피아노도 장만해 학생들이 작은 공연과 학예회 장소로도 이용되는 등 다목적 마을공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하루하우스 3층에는 게스트 하우스로 꾸며져 돈이 궁핍한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에게 안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단 마을주민이나 소외계층이 하루하우스를 사용하면서 제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속사항은 있다. 

하루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선입견을 갖지않고 동등하다고 인식해야 하며, 어떠한 정치·종교적인 권유활동을 금지한다. 공공의 장소로 사용되는 만큼 청결하게 사용하면서 절수와 절전 그리고 정리·정돈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전부다.
 

하루하우스 1층은 아침에 식당으로 사용되다가 오후부터 주민들의 공동공간으로 사용된다.

△행정지원 없어도 자립적 활동

하루하우스는 후니코 할머니가 개인자산을 환원하며 만들어졌지만 엄연한 재단법인으로써 정관을 만들고, 이사회도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또한 공공목적 실현을 위해 규칙과 원칙을 세우고 있다.

하루하우스는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고 건강한 생활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아부터 노인까지 언제든지 누구든지 안심하는 곳에서 세대 간 교류를 도모 △지역 활동 거점으로서의 마을 만들기의 각종 이벤트, 오락 개최 △IT 전달 보급과 강습회 개최 △다목적 복지 시설의 운영 △지역 방재거점의 정비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하루하우스 재단법인은 설립부터 운영까지 어떠한 행정당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자립적으로 만들어져 성장하고 있다.

후니코 할머니는 자신의 삶과 경험을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함께 공유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 각지는 물론 한국 등 외국에서도 하루하우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다.

특히 후니코 할머니의 개인적 열정과 희생으로 자신의 집을 공개하면서 만들어졌고, 식당수익금과 함께 수많은 후원자와 자원봉사를 이끌어내며 현재까지도 자립적으로 활성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비롯 물리적으로는 작은 공간이라 할 수 있지만 후니코 할머니와 하루하우스는 마을에서 반드시 필요한 커다란 공공가치의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니코 할머니와 하루하우스로 인해 마을주민 상당수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로 적극 참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용현·고경호·변미루 기자 

<인터뷰> 후니코 (재) 하루하우스 이사장

"사람과 사람을 잇는 복지공동체라는 꿈을 항상 꿉니다"

재단법인 하루하우스 이사장인 후니코 할머니(78)는 "하루하우스는 나고야에 있는 쿠니하우스(자원봉사단체)에 이어 1999년 교토에 설립됐다"며 "오늘날 일본은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사람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고독사 등이 병폐로 자리잡았다. 이곳은 인간적인 관계가 상실된 사회에서 사람들을 연결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하우스는 학생과 독거노인, 장애인 등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이용할 수 있는 마을배움터"라며 "이 외에 히키코모리(은둥형 외톨이)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이나 아르바이트를 연계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침에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 등으로 친환경 죽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죽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하루하루스 운영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후니코 할머니는 "이곳의 모든 공간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제작됐다"며 "1층은 아침에 식당으로 사용되다가 오후부터 주민들의 공동공간으로 사용된다. 2층은 주로 회의실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특별한 행사 때는 공연장 등으로 모습을 바꾼다. 또 이곳에서 해마다 4차례 정기적인 문화행사가 열린다"며 "3층은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이 이용하는 숙박공간으로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후니코 할머니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의 견학 장소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의 자주 찾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간 연결이 풍부한 일본을 꿈꾸며 마을의 복지공동체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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