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세계가 달린다 <1> 미래형 학교 거듭난 화제초·태봉고

경남 창원시의 태봉고등학교는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는 학교로 전국 유일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행복학교' 화제초 이색 교과·민주적 운영 입소문…전교생 30명서 100명으로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 교육과정 43%가 특성화교과…인권·개성 존중 교육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비롯해 지식 정보의 생산과 소통의 혁명이 가져온 거대한 변화 앞에서,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 또 우리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고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제주를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이 제시한 것이 혁신학교다. 제민일보는 국내는 물론 유럽 교육강국인 핀란드·덴마크·독일의 혁신교육 모델을 통해 제주 혁신교육의 해법을 모색한다. 

화체조등학교.

△지역화 교과서·현장체험 교사 힘으로

경남 양산시 원동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화제초등학교(교장 박정화)는 2015년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됐다.

전교생이 30명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60명 이하 통폐합 대상에 올랐던 화제초는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형 학교'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줄을 잇는 명문학교가 됐다. 

올해는 학생수도 100명으로 늘었다.

화제초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이색적인 교과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학교운영이다.

지난 7월11일 국어수업중인 화제초 교실을 방문한 결과, 일률적인 출판사 교과서가 아닌 '지역화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소를 타고 있던 임누리, 방서윤, 김나연, 윤준영이 달려 옵니다. 시소는 이제 쉬소~. 지나가는 바람이 말합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화제초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직접 만든 교과서다. 

마을의 풍경, 학생들이 쓴 시도 수록해 '우리들의 이야기'가 교과서에 가득 담겼다. 교과서 지문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 주제를 우리 마을과 일상생활에 연관지어 설명하니 아이들도 한글을 훨씬 쉽게 이해한다.

화제초만의 또다른 수업은 '온책 읽기'다. 모든 학년이 한 학기 동안 읽을 책 한 권을 선정해 같이 읽고, 토론하며 체험 활동까지 진행한다.

책을 접하는 시간이 늘면서 온종일 스마트폰에만 매달리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책들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날 3학년 학생들은 양산8경 현장수업에 나섰다. 한 학기에 30회 이상 체험을 하는 지역화 수업의 일환이다. 

올해 부산에서 전학온 신영린 학생(5학년)은 "행복하다. 완전히 갇혀서 공부하던 도시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다"며 "자연이 가깝고 즐겁다. 특히 1년에 4번이던 현장학습이 여기서는 한달에 두번이나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색 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수업 준비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교사들은 1주일에 2번씩 방과후 '번개모임'을 가지면서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수업방식을 알리기를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수업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박정화 교장은 "우리 학교의 가장 특별한 점은 교사들의 자율성이 높은 것으로, '활약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며 "교사들이 교육과정은 물론 학교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아이들에게도 자율성을 심어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이어 "강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혁신'이라는 용어에 매달리기보다 기존에 있었지만 성과·경쟁에 밀려 유보해왔던 교육의 본질, 교사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혁신학교라서 뭔가 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태봉고등학교.

△성적보다 꿈과 끼를 찾는 LTI 교육

경남 창원시의 태봉고등학교(교장 박영훈)는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는 학교이자 전국에서 유일한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흔히 대안학교라고 하면 기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태봉고는 이를 깨고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인기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태봉고 역시 화제초와 마찬가지로 혁신교육을 위해 '사람'과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를 교육철학으로 교육과정 가운데 43%가 특성화 교과(인턴십·이동학습·나눔활동·노작교육)로 이뤄져 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철학 아래 이뤄지는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턴십 교육방식)다.

직업교육프로그램 성격으로 학생들이 계획서를 쓴 후 직접 현장 활동을 하고 최종보고서 제출과 함께 발표도 한다. 

지난 3년간 LTI 활동결과를 분석한 결과 졸업생의 80%가 LTI 활동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등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피아노 연주가 특기인 2학년 서경석 군은 지난 7월12일 LTI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1학기 동안 하루 3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한다는 목표에 조금 부족했지만 처음 작곡을 해봤다"며 "이번을 계기로 곡을 자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서 군의 어머니는 이어진 담임교사와 도움교사의 격려에 대해 "태봉고가 아니면 이런 귀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것"이라며 "생각 많은 아들이 걱정됐는데, 이제는 알아서 삶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의사결정도 민주적인 과정으로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참석하는 공동체회의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한다. 회의는 총학생회장이 이끌며 학생들은 교사와 동등하게 한 표씩 투표권을 갖는다. 생활규율도 여기서 결정된다.

박영훈 교장은 "차별화된 교육은 프로그램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서느냐가 중요하다"며 "교육과정 면으로는 입시보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데 근접한 LTI교육이 학점제와 연계해 일반학교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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