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세계가 달린다 <2>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학교

연령 다른 그룹 수업, 비교 평가 대신 목표 달성
학부모 연계·교사 혁신 등 효과 학습 부진 해소
교육 과정 대비팀 구성 눈길…국가 정식 채택도

지나친 경쟁보다 여유와 배려를 강조하는 교육으로 방향이 전환되면 학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교육전문가들의 단골 벤치마킹 국가인 핀란드에서는 다른 결과를 냈다. 배려를 강조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읽기와 수학, 과학 등 학습성과가 매우 좋다. 이는 핀란드가 3년 단위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인 'PISA'에서 매번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증명된다. 그 비결을 들여다 봤다.

유연한 교육과정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라또까르타노 학교(Latokartanon Peruskoulu)는 외관부터 독특하다.

작은 무대가 있는 중앙홀을 중심으로 유리창을 크게 해서 건물 안팎으로 잘 보이도록 친환경적으로 설계했다. 크게 보면 연 모양으로 지역공동체를 향해 밝고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공립학교인 라또까르타노에는 우리나라 유치원~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7~16세 학생 800명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특징은 연령 통합형 수업이다. 과목에 따라 2~3개 학년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받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학생들은 각각 1~9학년으로 구성된 5개의 홈그룹중 하나에 속해 졸업할 때까지 생활한다. 학교 안에 작은 학교 5개가 공존하는 셈이다.

특히 학년별 학습계획이 정해진 우리나라와 달리 이 학교는 모든 학생이 수준에 따라 개인별 학습계획을 세워 공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평가방식도 핀란드 교육과정에 따라 5학년까지는 성적을 매기지 않고, 6학년부터는 4점부터 10점까지 평가를 받지만 학년별로 똑같은 문제로 비교평가하는게 아닌, 개인별 향상도를 측정한다.

개인별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교사들이 돕고, 반대로 4점 이하를 받은 경우는 학부모와 함께 새로운 방법이나 지원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학년을 마칠 때까지 4점 이하면 유급이지만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유급자는 1년에 1명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함께 하는 교육

라또까르타노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 문화'다.

우리나라 교실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인 이 학교의 교실은 다른 교실과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있다. 평소에는 각각 수업을 진행하지만 필요한 경우 문을 열고 2개 학급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하기도 한다.

모든 교사들은 우리나라 학교의 부서에 해당하는 7개 교사팀 중 하나에 속해 핀란드의 2016 교육과정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각 팀당 8~10명의 교사가 배치돼 새로운 교육과정을 함께 대비하고 있다.

이는 새 교육과정 실시를 앞두고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맞은 우리 학교들도 참고할 만 하다.

핀란드의 2016 교육과정도 교사들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ICT팀을 비롯해 협력을 통해 새로운 교육법을 찾아내라는, 일종의 교사 혁신이다.

학부모와의 협력도 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학부모회가 학교의 여러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특히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화의 시간을 1월과 9월에 갖는다. 새학년을 맞는 9월에는 학생들의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1월에는 학습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다. 

설립 때부터 혁신적 학교로 세워진 라또까르타노의 이 전통은 올해부터 핀란드의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돼 적용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인터뷰> 라우라 마리아 시니살로 라또카르타노 국제팀장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비전이자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책임(responsibility)과 선의(good will)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라또까르타노 학교에서 2학년을 맡고 있는 라우라 마리아 시니살로(Laura-Maria Sinisalo)국제팀장이 강조한 교육철학이다.

라우라 교사는 먼저 학교의 핵심적인 교육과정에 대해 "교과목별로 집중하기보다 함께, 공평하게 교육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모든 교사와 수업에서 개별화된 교과목 수업을 넘어 여러 교과가 함께 하는 융합수업과 프로젝트 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학생들은 교사에 의한 주입식 수업이 아닌, 저마다의 흥미에 따라 개인적인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우라 교사는 "프로젝트는 유럽의 축구나 지리 등 학생별로 다르게 진행된다"며 "획일적인 교육을 뛰어 넘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사명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문화·장애·학습부진 학생 등에 대한 맞춤형 교육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라우라 교사는 "핀란드 이외 지역 출신 학생이 30%를 넘고, 가정환경과 장애, 이상행동 등 다양한 학생들이 있어 매우 특별한 교육 설계가 필요했다"며 "이들을 전담하는 특수교사 5명을 두고 담임교사의 수업시간 외에 작은 그룹을 만들어 2주 정도 보충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특수학생 지원이 전적으로 학생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타인과의 비교보다 개인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 평가 방법은 물론 학생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학부모·교사·학생간 대화를 토대로 적절한 학습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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