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27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력 규탄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또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 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이런 내용의 5개항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고 청와대와 각 당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 간 청와대 회동에 대한 공동발표문 채택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3월 17일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 이어 2년 6개월여만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타개하고 평화 회복을 위해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강력 규탄하고, 북한은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와 비핵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억제력 실행 제고를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용납될 수 없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이 중요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며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에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잇단 인사 잡음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5대 인사 원칙을 세웠는데 세부 세칙을 만들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인수위가 없어 착오가 좀 있었다"며 "일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회동에 배석했던 각 정당 대변인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조각이 끝나면 세부지침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인데 조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그것이 마련되면 시행착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야당의 외교안보 라인 교체 요구에 문 대통령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이겠다"면서도 "향후에도 혼선이 빚어져 국민 불안이 현실화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 지적에는 "정부가 외교·안보·남북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존재 자체가 이중적이어서 부처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엇박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통일부는 대화하자고, 국방부는 제재·압박하자고 할 수 있고 국정원·외교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좀 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며, 실제 비리가 불거져 나오는데 수사를 못 하게 막을 수는 없다"며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문책이나 처벌이 아니고 과거 불공정·특권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니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정치보복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정치보복은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전 정부에 대한 기획사정은 안 된다. 혹시라도 정치보복 우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 문제와 관련, "지금은 시기와 조건이 안 맞다"며 "조만간 시기와 조건이 되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북특사 부분이 합의가 안돼 (최종 발표문에서 빠졌다)"며 "문 대통령은 지난번 특사 관련한 발표를 했던 때와 똑같은 입장을 밝혔다. 원론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안철수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 회동에 배석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미방위조약은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확장억제 수단을 포함한다"며 "미국은 최대한 그것(확장억제 수단 제공)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 문제와 관련, 정 실장은 "미국으로부터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순환 배치하는 것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빠르면 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관계와 관련,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드 추가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사드 자체에 반대하는 분들에 대한 설득이 우선돼야 해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구제 개혁 논의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 없이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정부가 먼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논의가 되면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관련, "투트랙으로 하자"며 "기본적으로 국회가 주도해서 하고, 거기에 총리가 가서 다양한 의제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 청와대에서 모시는 방식으로 할 때는 정의당도 모셔서 안보·민생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안보 등 통치 문제는 대통령이, 정책·입법 사안은 국회 주도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원내에서 결론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분위기가 약간 긴장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역지사지하면서 야당 대표들도 절제 있게 말씀하셨고, 대통령도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솔직담백한 대화가 오가는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회동 직후 청와대 벙커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21분간 방문, 권영호 센터장으로부터 안보상황을 브리핑 받았다.

벙커 방문 일정은 예정에 없었지만 문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의 심장부'인 벙커로 직접 안내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공동발표문을 준비하는 동안 벙커를 한 번 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직접 안내로 둘러보셨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불참과 관련, 그는 "마지막까지 참석을 기대했는데 결국 불참하고 정당대표회담을 폄훼까지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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