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5. 코프고베

코프고베는 고베시와 효고현 지역에 160여개의 대소형 판매매장을 운영중이며, 단순 마켓을 넘어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고품질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 판매하면서 지역경제 가치도 높이고 있다.

160만명 넘는 조합원 이윤추구 넘어 공공가치 실현
1995년 대지진 사회재건 앞장 사회적경제 의미 높여 
친환경 중심 자체브랜드 개발로 지역경제 가치 제고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는 1995년 1월 17일 일본 지진관측 사상 가장 강도가 높은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고, 이 참사로 6000여명의 사망자와 104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냈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고베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앞장 선 것은 일본 정부가 아닌 지역주민과 사회경제단체였으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생활협동조합 코프고베(이하 코프고베)다. 고베시는 대지진 이후에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코프고베가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이다.

△위기 극복 동반자로 나선 지역기업

90년 역사의 코프고베는 효고현 지역경제의 중심이다. 167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보유하고 백화점 형태의 대규모 매장과 편의점식 미니매장까지 164개의 점포에 1만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효고현 인구 557만명, 고베시 인구가 15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역주민 상당수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환경까지 생각하며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는 지역친화적 생협이다.

효고현 대지진 당시 고베시는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코프고베는 원래 가격대로 판매했으며, 사망자를 위해 조립식관을 만들어 임시유해 안치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코프고베는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리 고베시민과 지역사회와 함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동반자 역할을 한 것이다.

코프고베의 사업영역 가운데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사회적 활동이다. 환경보호운동과 , 저소득층 지원, 복지와 봉사활동, 재난대처 활동과 재건 지원, 지역과 연계 등을 중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프고베의 사업계획 중 지속성장가능한 경영기반 조성과 함께 조합원과 주민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기반조성, 차세대를 위핸 생협운동 추진 및 조직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고령자를 위한 주택보급사업과 복지·간호인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육아지원사업을 통해 고베시 어린이 보육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태양광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탄소배출량 저감에도 공한하고 있다.
 

코프고베는 1995년 효고현 대지진으로 무너진 고베시 지역사회 재건을 위해 일본 정부보다도 더욱 앞장서면서 지역사회 신뢰를 얻었다. 코프고베 본사 메인로비에는 대지진 당시 피해와 재건과정이 남긴 사진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대기업 아닌 생협이 효고현 경제 중심

일본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이자 공업도시인 고베시는 이윤목적의 대형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고베시의 경제의 중심이자 핵심은 생활협동조합인 코프고베라 할 수 있다

코프고베는 1921년 사회운동가 카가와 토요히코의 제안으로 설립됐으며, 1991년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명칭을 '생활협동조합 코프고베'로 개칭했다. 

코프고베는 '사랑과 협동' 정신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70만명의 조합원의 생계를 지탱하는 거대 생협으로 성장했다. 효고현 소매 유통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고베시에 160여개의 점포를 통해 동네마다 코프고베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코프고베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단순한 쇼핑시설이나 판매매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코프고베는 조합원 간의 연대를 중시하고 지역사회를 단결시키는 등 공동체 강화라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프고베의 매장에는 다른 일반 유통업체와는 달리 조합원 집회실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코프위원회가 조직돼 집회실에서 각종 매장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코프고베 매장별 집회실에서는 조합원들의 동아리 활동 장소로도 제공하면서 요리교실, 합창단 등 1000여개가 넘는 동아리인 코프써클이 운영되는 등 지역사회 공동의 활동공간이지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코프고베는 고베시와 효고현 지역에 160여개의 대소형 판매매장을 운영중이며, 단순 마켓을 넘어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고품질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 판매하면서 지역경제 가치도 높이고 있다.

△환경과 지역문화 토대 지속가능 발전 추구

코프고베는 제품을 유통시키는 중간단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립 당시부터 자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최대한 활용해 된장과 간장으로 시작한 생산품은 콥스(coops)라는 자체 브랜드로 발전해 빵과 두부, 낫토 등 500여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프고베가 자체 생산을 시작한 것은 이윤확보가 최우선 목표가 아닌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고베시 지역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발전시키려는 이유가 주된 것이다.

코프고베는 다른 대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지역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고베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과 안정성까지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프고베의 식품제품을 생산하는 '롯코아일랜드 식품공장'은 환경인증( ISO14001)을 취득하는 등 환경에 대해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식품 공장은 식료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90% 이상을 바이오 연료로 만들어 공장에서 재활용하고 있다.

또한 코프고베가 출자한 '미즈호협동농원'은 에코팜(생태농장)으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26농가가 참여한 이 농원은 '매장의 유기물 폐자원 수거 - 퇴비생산 - 채소재배 - 매장 출하'라는 자원순환형 농업모델을 지역에 제시하고 있다.

농원의 사업목표는 △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퇴비 생산 △조합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 △미래의 농업 인재 육성 등이다.

코프고베는 과거의 90년 역사와 전통을 지켜내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앞으로 90년을 생각해 지속성장 가능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고베시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프고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항상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용현·고경호·변미루 기자 

"사회적경제 활성화 행정 전문성 제고·인재양성 등 필요"

13일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정책 개선을 위한 세미나…이경용 의원 등 제안

제주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정 전문성 제고와 인재 양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제주네트워크(공동대표 전성태·강인순, 이하 제주네트워크)는 13일 서귀포YWCA 대강당에서 제주네트워크 참여기관 대표 및 실무자, 도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 관련 제도·정책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은 "사회적경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평등과 실업, 가치의 위기 등을 해결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행정 전문성 제고, 인재 양성, 관련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이영호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사회적경제 정책 지원이 포함돼 있어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며 "제도화 과정에 지역중심성, 당사자중심성, 가치중심성, 민·관 거버넌스에 기초한 제도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이경화 제주YWCA 이사는 사회적 공동체의 장점과 문제점을, 양필성 제주도 경제일자리정책과 사회적경제담당은 도정의 사회적경제 지원 정책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이 '지역발전전략으로서의 사회적경제 제도화 방안 및 정책 제안'을, 고승한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의 정책방향과 대응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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