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세계가 달린다 <5> 덴마크 스코보 에프터스콜레

▲스코보 에프터스콜레 학생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청소, 급식 만들기 등에도 참여한다.

고교 진학 전 선택 가능한 기숙형학교…1~2년간 공부 부담 없이 '삶' 고민
운동·예술·여행 등 몰입형 트랙·선택과목 운영…원하는 분야 심화 수업도

요즘 우리나라에도 덴마크 등 자율성을 강조한 교육선진국들의 제도에서 영감을 얻은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 대신 봉사, 여행, 진로탐색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갖는 '자유학기제'가 대표적이다. 좋은 제도지만 본격적으로 인생을 설계하기에는 이른 중학교 입학 직후, 그것도 한 학기만 시행되면서 '갭 이어'(Gap year)의 취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7일 방문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를 통해 보완점을 살폈다.

고교 전 인생 설계…학생·학부모 호응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60㎞ 가량 떨어진 링스테드시에 위치한 스코보 에프터스콜레(Skovbo Efterskole)는 덴마크 학생들이 공립기초학교(초·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선택할 수 있는 1~2년 과정의 기숙학교다. 

공부 부담 없이 자신의 재능을 찾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1974년 도입된 에프터스콜레는 현재 덴마크의 학생중 약 20%가 참여할 정도로 정착됐다. "에프터스콜레에서의 1년은 인생에서 7년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학생수는 학교마다 최소 25명에서 500명까지 다양하다. 덴마크 전체 250곳에 2만8500명이 에프터스콜레에 재학하고 있다. 기숙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는 대부분 일상을 함께하며 다양한 배움을 나눈다. 

에프터스콜레에서는 일반 교육도 이뤄지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기 인격 형성과 민주적 시민의식 함양이다. 시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시험을 목표로 하지 않는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

이 학교 학생들은 9~10명으로 구성된 11개 패밀리그룹중 하나에 속해 졸업할 때까지 함께 자고 공부하며 가족이 된다. 일반 공립 고교와는 다른 차원의 관계를 맺는 셈이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6시45분부터 '모닝 런'으로 불리는 아침운동과 아침청소를 30분간 함께 하고,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기쁨과 민주의식을 기른다.

앨런 교사는 "에프터스콜레에서는 교사도 패밀리그룹에 속해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달리고 대화하며 가족처럼 지낸다"며 "일반적인 교사 역할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사회복지사인 동시에 학생들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소피아 학생은 "이 학교에서 2년째인데, 친구들간 큰 신뢰의 덩어리를 느끼며 특히 선생님들도 학생을 친구처럼 대하고 존중해줘서 모든 일에 의욕이 생긴다"며 "분위기가 좋아서 3년까지 하고 싶지만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시민 등 특별교육 눈길

공부와 활동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고, 이는 인생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스코보 에프터스콜레를 보면 학생들은 국어·수학·영어과 같은 주요 교과목뿐 아니라 국제사회·정치·문화 등 심화 수업에도 참여한다. 

먼저 매주 월요일 오전은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에 몰입하는 트랙이 진행된다. 오전 8시15분부터 낮 12시까지 '체육과 탐험' '연극 및 극장' '미디어' '음악' 등 4개 트랙가 운영되며, 마지막 9월 중순에는 1주일간 트랙 활동만 하면서 지낸다.

3시40분부터 5시10분까지는 오후활동으로 선택과목을 듣는다. 축구·배구·배드민턴·산악자전거 등 스포츠를 매일 할 수 있고 외부로 연극을 보러가거나 게임, 밴드·합창·악기 등 음악, 심화 수학반 등 취향에 따라 활동한다.

특히 선택과목중 매주 목요일 오후 열리는 여행팀은 60%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는 오스트리아·노르웨이 스키여행과 다이빙, 아프리카 우분투 여행, 인도여행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예를 들어 올해 입학한 크리스티앙 학생의 경우 15명과 함께 인디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5개월간 인도의 생활·문화를 조사한 뒤 수도 뉴델리에 직접 가서 봉사활동과 문화경험을 할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은 10시30분~2시35분은 일종의 확장된 사회공부인 '문화와 민주주의 특별교육'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뉴스로 토론하고 '잘 산다는 것' '좋은 삶' '남다른 것' '학교를 마친후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주제 토론을 하며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달리기 대회 등 시민으로서의 실천적 부분을 공부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얀 듀프케 교장

"학교는 공장이 아니라 정원같은 것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교사,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 맺기, 즉 가족같은 관계다"

얀 듀프케 스코보 에프터스콜레 교장은 학교의 교육활동을 정원에 물 주고, 거름 주고, 식물을 키워내는 일로 비유했다.

34년간 에프터스콜레에 근무하면서 22년전 이 학교를 설립한 그는 "에프터스콜레의 핵심은 아이들이 아주 민주적인 시민으로 자라서 덴마크를 발전시키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인성에 대한 깨달음, 삶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하는 교육, 마지막으로 공립학교와 비교해 존재할 이유를 가져야 한다"고 학교의 존재 가치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개인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 세상이 돌아가는 이슈와 관련 깊게 교육,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자기 충전과 힐링, 행복, 미래를 향한 희망을 키워주는 일 등 가치를 키우는 것을 학교 교육의 목표로 설명했다.

얀 듀프케 교장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궁금증을 갖게 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배움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 자신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가장 좋은 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친구가 돼 배우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의 로고도 책임감·성장·즐거움을 담아 만들었다. 인간과 모든 학생은 존엄한 존재이고,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성장한다"며 "우리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 교장까지 이런 것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바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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