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14. 유산관리 방향

해녀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등 일련의 움직임 속에 특유의 공동체 정신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김세권 작가(국제사진영상동인)

어업유산 첫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미묘한 해석차
바다 배경으로 한 공동체 활동 등 '가치 확산' 주목
정책 지원 의존도 최소화 관건…시너지 효과 극대화

'제주해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제주해녀문화'라는 말을 공식화한 것이 지난 2009년 제주해녀문화전승·보존조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래 걸렸지만 예상보다 달궈지는 추세다. 해녀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등 일련의 움직임 속에 특유의 '공동체 정신'이 부각되고 있다.

△ 안정적 생업환경 필요성

지난3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기념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과 국가지정무형문화재의 '정신'과 산업유산의 '가치'에 있어 입장차였다. 하지만 무형문화유산과 세계농업유산 모두 공동체 활동과 미래 지속성, 문화적 다양성에 있어 교집합을 이룬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석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동체 정신'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가치를 특장화 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해녀 양성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해녀여야 하는 이유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 특히 '바다'라는 환경을 지속가능성의 바탕에 둬야 한다는 점, 해녀 공동체의 역할 강화에 주목했다.

해녀문화의 가치 확산을 위한 작업이 현재 해녀 양성이나 지원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샀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을 기준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행하기 위한 세부 지침은 △포용적 사회발전 △포용적 경제 개발 △환경 지속성 △평화 구축 등 4가지다. 등재 후 사후 관리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안정적 생업환경 조성'이 일순위로 꼽혔다.

이들 문제는 전체 무형유산 관리와도 연결이 된다. 제주해녀의 경우는 생업의 배경이 되는 바다 환경 관리를 아우른다. 

'해녀 수 유지'에 대한 해석 역시 해녀의 주체성 확보와 튼실한 공동체 구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해석 가능해져

우리나라 어업유산 중 처음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도전하는 과정에도 이들 주문이 부합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과 비교해 역사면이나 지정 숫자 측면에서 시작단계에 있는 제도다. 하지만 지향가치나 도입 목적 등을 감안하면 두 제도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두 제도 모두 일방적인 보존 보다는 유산 자원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 농업유산의 경우 인류무형문화유산과 비교해 농업 생물다양성과 시스템 가치화를 주목한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유산'이란 의미와 생업에서 파생된 문화유산의 강점이 두드러질 것이란 점이 공감을 샀다.

문제는 개별적으로 진행, 추진되고 있는 사업을 정리하고 해녀공동체로 하여금 이들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과정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등재'라는 목표에 치중하면서 후속 작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계와 타 무형유산 등과 비교해 문화브랜드 활용이 더디고, 공동체의 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서둘러 개선할 것이 주문됐다.

실제 제주특별자치도를 기준으로 해녀의 생업과 문화를 다루는 조례만 5개나 된다.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와 해녀문화산업진흥조례, 해녀박물관 설치 및 운영조례, 해녀진료비 지원조례,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 등 각각 필요에 의해 제·개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업과 문화가 분리된 상황에서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정책적 지원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간 협력' 대안 제시

이 가운데 고무적인 것은 '공동체'에 대한 공감이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해석 가능성은 '제주해녀문화'의 브랜드 가치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과 양성평등, 여성성, 인류애까지 포괄해 해석하고 있고, 세계농업유산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인류적 공감과 다원적 어촌 자원의 활용, 공유자원 등의 개념을 건드린다.

무엇보다 제주해녀문화·어업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관심 회기로 다양한 활용 창구를 열었다는 점은 특별하다.

'공동체 주도'에 대한 해석은 아직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민간 협력'이 지목된 점은 앞으로 해녀공동체의 내부 역량 강화와 세계화, 유산 및 국가간 연대라는 숙제에 있어 유의미한 해답으로 꼽힌다.

주중 한국문화원 17~30일 '해녀:바다의 여인'
김형선 사진 작가, 고희영 감독 '물숨' 소개


제주해녀가 이번엔 중국의 심장을 흔든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기획한 '해녀:바다의 여인'이다.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유럽 등지에서 사진을 통해 제주해녀의 강인함을 알려온 김형선 사진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17일 기획행사의 시작을 여는 것은 제주 고희영 감독의 다큐 영화 '물숨'이다. 

사전 공개된 포스터에서 '해녀'를 바라보는 대륙의 시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고희영 감독과 김형선 작가를 기획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작가의 해녀 시리즈는 사진을 예술적 포트레이트로 기록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더불어 강인한 생명력을 담았다는 점에서 특히 해외에서 주목 받아 왔다. 

5년에 걸쳐 촬영한 250여명의 해녀는 '노동의 신성함'에 더해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고 감독의 '물숨'은 우도 해녀의 일상을 수년에 걸쳐 지켜보며 바다는 물론 물질 작업에 대한 철학과 지속가능한 공동체 문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담백하게 담아낸 화면으로 평가받는다.

이들 콜라보의 영향력은 지난 3·4월 영국 국립해양박물관 전시를 통해 확인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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