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 세계가 달린다<7>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독일의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는 학년별로 여러 학문 분야가 관련된 학제 간 프로젝트와 융합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인문·실업계 통합학교…1년간 다양한 프로젝트 통해 사회성·자아완성 추구
4주간 수업 대신 연극·영화 특색…"단순 지식전달보다 체험·참여가 효과적"

최근 자율학교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예술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예전에는 동아리 수준의 취미활동으로 부차적인 교육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독일의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IGS Alexej von Jawlensky)는 예술교육을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학교로, 교육과정 안에 예술을 중요한 과정으로 통합시켰다. 지적·정서적·감성적으로, 또 전인적인 발달을 위해 예술교육이 수학·외국어 못지 않게 꼭 필요하다는게 이 학교의 철학이다. 9월8일 이 학교를 찾아 예술교육 방식을 살폈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 다양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Alexej von Jawlensky)는 독일에서 활동한 러시아 표현주의 화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비스바덴에 위치한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IGS Alexej von Jawlensky))는 그의 이름을 딴 학교다. 

그 이름답게 복도와 로비 등 공간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조각작품과 그림, 공연 포스터 등이 즐비해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재 645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으며, '예술학교'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면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 또는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나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로 진학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은 이들 3개 학교의 특징을 합쳐 놓은 종합학교다. 세가지 교육이 한 학교에서, 또 한 교실에서 이뤄진다.

학교의 특징은 5학년부터 10~11학년까지 학년별로 여러 학문 분야가 관련된 학제 간 프로젝트(working on projects)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는 5학년 △학교와 친구들에 대해 알아보기 △원시·석기시대 탐구, 6학년 △숲에서 수학·과학하기 △문명의 발전, 7학년 △중세 탐구 △물속 생물 △유치원생 돌보기, 8학년 △직업세계 알아보기 △또래(유스)집단에 대한 연구, 9학년 △나치의 만행에 대한 연구 △시장과 국제화, 10학년 △직업현장 실습 등으로 진행된다.

모든 학년에 걸쳐 학년별로 지적 성장에 맞는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1년간 자유롭게 활동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만들고,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을 교육 방침으로 연중 프로젝트 수업 외에 별도로 예술 중심 수업을 전 학년에 걸쳐 실시한다.

전통적으로 1년에 한 번, 4주씩 수업을 아예 하지 않고 대신 영화나 연극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를 키운다. 학교를 무대로 외부에서 예술가, 연출가 등 전문가를 초빙해 연극과 영화를 배우고 공연하는 프로젝트도 운영한다. 이 4주간은 전문가가 주도하기 때문에 교사는 보조역할을 하거나 저학년 수업을 돕는다.

학생들은 시나리오는 물론 포스터도 직접 만든다. 한 예로 영화를 제작해보는 '필름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카메라 사용법부터 편집, 음악입히기 등을 배워 작품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
 

독일의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한 교실 창가에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 지식·자존감·사회성 고루 갖춰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의 다양한 프로젝트 학습은 '지식만으로는 할 수 없는게 있다'는 교육철학에서 출발한다.

특징은 융합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숲에서는 큰 나무에 오르지 않고 높이를 재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수학적 능력을 키우고, 석기시대 탐구에서는 직접 당시 풍경을 재현하는 미술작품을 만들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방식이다.

교과목과 전공을 융합하고 7학년부터는 수준별로 프로젝트를 나누되, 교실은 함께 한다.

이같은 융합 프로젝트는 교과 지식에 더해 자아 완성(ego strength), 사회성 완성(social strength)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한번에 이루기 위함이다.

자아 완성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다. 대개 공부를 잘하면 자신감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게 이 학교의 판단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모른다면 자존감을 키울 수 없다. 때문에 이 학교는 많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우고 있다.

사회성은 대인관계 뿐만 아니라 사회와 관계하면서 사회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까라는 공공의식도 포함한다. 학교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팀워크와 요양원·유치원 봉사 등 소셜프로젝트, 팀 속에서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 사회 참여 등을 강조한다.

결국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지식 외에 사회성과 감수성을 통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양을 배우는 기회인 셈이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27명 정도인 한 학급 안에 공부 잘하는 아이 10명쯤, 못하는 아이 7~8명, 나머지는 중간 수준이다. 학습능력이 다른 학급에서 어떻게 제대로 학습을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며 "교과, 자아, 사회성을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판하스테렌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교장

"아이들에게 스스로 깨우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자존감,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의 판하스테렌 교장은 학교의 세가지 교육목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전달 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자아 완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융합프로젝트 수업과 연극·영화프로젝트를 도입했다"며 "이 모델을 통해 학생들은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 협력과 양보하는 자세,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등을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종합예술인 연극에는 다양한 교과목이 담겨 있다. 대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국어, 무대와 의상에는 미술, 배경음악에는 음악 수업이 접목된다. 극중 인물이 역사에 기초한다면, 역사도 포함될 수 있다"며 "각각의 역할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관계와 예의범절을 익힐 수 있다"고 프로젝트의 효과를 설명했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이 학교는 이민자 가정 학생이 많은 점도 다른 학교와 다르다"며 "다문화학생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독려하고 정서적으로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중심 교육은 사회성과 감수성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인 '종합학교'에 대해서는 "독일의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문계·실업계로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은 과거의 교육방식으로 현재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곳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체험과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독일 교육개혁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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