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로 제주의 희망을 키우자 10. 사회적기업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부산시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은 사회적기업 형태로 주민협의회가 운영되면서 이익의 상당부분을 주민복지사업에 환원되면서 도시재생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관광명소로 부상 불구 부작용도 많아
사회적기업 형태 주민협의회 운영 사업 주체로 참여
수익의 환원 우선시 피해 입는 주민 복지사업 펼쳐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은 빈곤한 달동네였지만 현재는 형형색색의 벽화로 아름답게 꾸며지고, 골목 곳곳에 문화예술공간이 조성되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하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무질서와 소음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환경은 나빠졌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감천주민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의 지역공헌을 최대화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에 사회적경제를 도입하고 있다. 

△마을 급성장 만큼 큰 그림자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은 경사가 심한 천마산 산비탈에 4300가구의 작은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고 작은 골목이 엉키는 등 마구잡이식으로 지어진 낙후된 마을이었다.

집에는 화장실과 목욕실도 없어 일정 구역마다 공중화장실 및 목욕탕이 만들어졌고, 제대로 된 하수처리도 시설이 없어 골목길 밑으로 오수가 흐르며 악취를 풍기는 등 생활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그나마 감천마을은 높은 산비탈에 곡선형으로 조성돼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부산시내와 바다의 전경도 바라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돼 학생과 작가·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담벼락과 건물외벽에 그림을 그려 넣고 조형물 등을 설치하면서 아시아의 '마추비추' 또는 '산토리니'로 불리며 명성을 얻게 됐다.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히 외벽에 그림을 그리는 환경정비사업의 차원을 넘어 문화메카로의 변신을 꾀했다.

빈집을 독특한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부산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를 비롯해 조성룡, 김인철, 프란시스코 사닌 등 세계적 건축가 4명이 참여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낙후된 달동네로 여겨지던 감천문화마을은 현재 부산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을 했고, 매해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루에 수만명이 감천마을을 방문해 좁은 골목과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됐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온갖 소음 등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이전보다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감천문화마을 중 관광객이 즐겨 찾는 속칭 '핫플레이스'는 임대료가 일년새 3~4배 뛰면서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는 등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했다.

△주민 스스로 이익공유 모델 찾아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부작용으로 상당한 피해와 불편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시 이화벽화마을 등처럼 관광객을 배척하거나 주민간 갈등으로 치닫지 않았다. 그리고 주민 스스로가 단계적으로 감천문화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주민들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이익의 환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회적기업 형태로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를 설립·운영하면서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사회공헌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우선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는 직접 카페, 맛집, 관광기념품 판매점, 게스트하우스 등 9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집수리, 경로잔치, 장학금 지급 등으로 환원하고 있다.

다른 지역이 관광객 방문으로 이익을 보는 주민과 피해를 입는 주민이 갈리면서 마을내 갈등이 심해졌다. 이와 달리 감천주민들은 피해를 입는 주민복지를 먼저 고려해 주민협의회를 수익환원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면서 갈등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었다.

주민협의회는 사업단, 봉사단, 마을집수리단, 문화예술단, 민박단 등으로 구성돼 주민들이 맡은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6개 사업단 중 민박사업단에서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빨래방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노인 인구 비율이 부산시 전체 13% 정도 보다 두 배가량 많은 25% 정도이기 때문에 마을특성에 맞춰 이불 빨래 등 노인복지의 비중을 높이는 등 마을 맞춤형 지역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경관을 보전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3층 초과 건물을 지을 수 없으며 대규모 개발도 엄격히 제한했다. 이는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과 건물주가 반발할 수 있었지만 주민협의회가 나서 주민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철시킬 수 있었다.

 

[인터뷰] 전순선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부회장

"다른 지역처럼 감천문화마을도 도시재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위기를 해쳐나가고 있습니다. 돈벌이만 치중하지 않고,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면서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순선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 부회장은 "감천문화마을 초기에는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단체 형태로 운영했지만 사업규모가 커지고, 부작용도 심해지면서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했다"며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공헌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 마을조직 형태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설립·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주민협의회는 공정한 운영을 위해 회장과 부회장, 감사, 운영위원 등을 총회때 선거로 선출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단, 홍보단, 봉사단, 집수리단 등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민협의회가 직접 운영하는 업소는 6곳으로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의 30% 정도를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며 "마을특성에 맞춰 쓰레기봉투 지급, 빨래방 운영, 식자재 제공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감천마을은 좁은 골모길에 빼곡하게 집들이 들어서있고, 대문있는 집도 드물어 관광객 방문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가 많이 되고 있다"며 "불편과 피해를 감수하는 주민들에게 어느정도 보상할 수 있도록 복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규직 25명을 포함해 150여명이 주민협의회를 통해 일하면서 주민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25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사업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은 "전체 감천마을 중 천마산 정상부 중심으로 문화마을이 조성됐고, 저지대 지역은 아직도 낙후돼 있다"며 "감천문화마을 사업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접촉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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